16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영화 '노무현입니다(이창재 감독)' 언론시사회에서 이창재 감독은 "인터뷰 당시에는 후보셨던 문재인 대통령의 인터뷰가 등장하는데 분량은 일부러 조정한 것이냐"는 질문에 "아주 다이렉트로 말씀 드리자면 본래 말씀 자체를 참 건조하게 하신다"고 운을 뗐다.
이창재 감독은 "좋게 표현하면 그렇지만 미디어를 잘 모르신다. 당신에 대해 물어봐도 결국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로 기울더라. '노무현'이라는 사람에 대한 서술적 설명을 계속 하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 입장에서는 답답한 마음에 유도성 질문을 했다. '운명'이라는 책에서 봤는데 청와대 시절 격무로 몸이 힘드셔서 이가 많이 빠지셨다고 하더라. 그래서 '청와대에 계실 때 많이 힘드셨다고 그러던데 어떻습니까'라고 여쭤봤더니 '예. 좀 힘들었습니다'라고 답하셨다"고 전했다.
또 "'치아를 뺀 분도 있다고 하시던데'라는 질문에는 '네. 노 대통령님도 치아를 뽑았습니다'라고 하셨고, '문재인 후보님은 치아를 뽑지 않았습니까'라고 되묻자 가만히 계셨다. 이것이 인터뷰의 전부였다"고 토로 아닌 토로를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창재 감독은 "겸손에서 나오는 것인지, 당신 자체를 뒷전으로 물리시는 것인지는 여전히 나도 잘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인터뷰 내내 당신 자신은 없으셨다. 우리야 감시관의 입장으로 봐서 그 느낌을 알지만 미디어 습성으로 봤을 때는 '이 분 참 답이 없구나' 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창재 감독은 "마지막 인터뷰는 사실 인터뷰를 모두 마친 후 차를 타고 떠나시려던 도중 다시 돌아와 하신 것이다. 주차장에 가 차 문까지 닫으셨지만 열고 다시 나오시면서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은데 해도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으시더라"고 회상했다.
이창재 감독은 "인터뷰를 하면서 속된 이야기 입니다만, 살짝 눈물을 흘리시려고 했는데 바로 일어 나셔서 구석으로 가 홀로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고 오시더라. 당신의 절제인지 눈물은 절대 안 보이시려 하셨고 실제로 안 보이셨다"며 "모르겠지만 최소한 쇼맨십에 능한 분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창재 감독은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 색보정을 하는 과정에서 대선 출구조사를 봤다. '당선 가능성 높다'는 결과였다. 그 때 내 눈에는 모니터 속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를 읽고 계신 문재인 후보님의 얼굴이 보였다."고 고백했다.
감독은 " 묘한 기시감 같은 것이었는데 아련하기도 하고 찡하기도 하고 그랬다. 저 분 자체가 아주 그런 느낌일 것 같다는 느낌도 있었다. '아마 당선이 되더라도 '만세'가 아닌 묘한 느낌을 당신도 느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그래서 본래는 어둡게 가려고 했는데 스킨톤으로 바꿨다. 일반적인 표정에서 모든 감정이 묻어날 것 같았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마무리 했다"고 덧붙였다.
'노무현입니다'는 국회의원, 시장선거 등에서 번번이 낙선했던 만년 꼴찌 후보 노무현이 2002년 대한민국 정당 최초로 치러진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에서 지지율 2%로 시작해 대선후보 1위의 자리까지 오르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생생하게 되짚는 작품이다. 5월 25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