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한당'은 '의외로' 재밌다. 범죄 조직·언더커버 등 소재는 뻔한데 영화는 신선하다.
17일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 개봉했다. 영화는 범죄 조직·언더커버·브로맨스 등 기시감이 드는 소재와 설정들로 가득하다. 심지어 장르는 범죄 액션물. 한국 영화에서 가장 흔해 빠진 장르다. 뻔하고 진부한 것 투성이지만 영화를 보면 희한하게 신선하고 새롭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변성현 감독은 예상 가능한 것들을 한 번씩 뒤틀었다. 준비 과정에서 "기존의 영화와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겠다"고 설경구와 임시완을 설득했던 변 감독. 스스로 뱉은 말을 지켰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출연: 설경구·임시완·김희원·전혜진·이경영·문지윤·장인섭·김지훈 등 감독: 변성현 줄거리: 범죄 조직 1인자를 노리는 재호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가 교도소에서 만나 의리를 다지고, 출소 이후 의기투합하던 중 서로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등급·러닝타임: 청소년관람불가·120분 개봉: 5월 17일
신의 한 수: 기존의 언더커버 소재 영화들은 극 후반까지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불한당'은 초·중반 스스로 언더커버임을 밝힌다. 캐릭터가 조직과 경찰 양쪽을 오가며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진부한 설정도 없다. 관객들이 예상하지 못한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의미다. 범죄 액션물이지만 인물 간의 감정선도 딥하게 그려 냈다. 임시완의 오열 신은 '이래서 임시완 임시완 하는구나'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명장면이다. 설경구는 최근 몇 년 통틀어 가장 큰 변신을 했다. 출연작 중 가장 멋있는 비주얼로 나온다. 소지섭이 '소간지' 타이틀을 잠시 내려 두고 설경구가 '설간지' 타이틀을 한동안 써도 될 듯하다. 겉으로는 유쾌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동시에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로 그려 내 더욱 흥미롭다. 색감, 장면 전환, 카메라 구도 등이 꽤 신선하고, 마치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게 한다. 영화를 더 영화처럼 보이게 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
신의 악수: 알고 보면 영화는 스타일리쉬하고 새로운데 영화를 감싸고 있는 포장지가 별로다. 제목만으로 관객들의 흥미를 끌기엔 좀 힘들어 보인다. 기존의 영화들을 조금씩 참고한 듯한 부제는 촌스럽기 그지없다. 영화를 제목, 소재 등만 보고 선택하는 관객들에겐 어필하기 힘든 영화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잡은 '신세계'라는 큰 산도 넘어야 한다. '신세계'와 언더커버 소재의 범죄 액션물이라는 비슷한 설정 때문에 표면적으로 내세울 큰 차별점도 없다. 주연 배우 설경구는 '서부전선' '루시드 드림' 등 최근 작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 배우에 대한 관객들의 최근 신뢰도가 떨어져 있다. 입소문이 무엇보다 중요한 흥행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