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의 '철인' 주희정(40)이 20년 동안 누빈 코트와 작별했다. 올해 계약이 만료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주희정은 선수 생활 연장과 은퇴를 놓고 고민하다 소속팀 서울 삼성과 상의 끝에 은퇴를 결정했다.
18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희정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순간도 꿈을 꾸는 것 같다. 당장이라도 (후배들과) 훈련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빨리 공허함에서 벗어나려고 노력 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주희정은 한국 농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데뷔 시즌인 1997~1998시즌 신인왕을 수상한 그는 2000~2001시즌 삼성을 우승으로 이끌며 챔피언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안양 KT&G에서 뛰던 2008~2009시즌에는 정규리그 MVP를 받았다.
근성과 투혼의 대명사였던 주희정은 올 시즌까지 20시즌을 뛰며 총 1029경기에 출전했다. 이 부문 2위가 688경기를 뛴 김주성(원주 동부)인 점을 감안하면 주희정의 기록은 쉽게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20시즌이나 뛰었지만 결장한 경기는 겨우 15경기에 불과하다. 그는 부상을 당하고도 수술을 시즌 이후로 미뤘고, 악착같이 재활해 성공해 새 시즌에 맞춰 나타났다. 3점슛이 약점이었던 신인 시절 '반쪽짜리 가드'라는 불명예를 벗기 위해 매일 밤늦게까지 슈팅 400~500개를 추가로 던졌다. 이런 지독한 연습 덕분에 주희정은 통산 어시스트(5381개)·스틸(1505개) 1위를 비롯해 3점슛(1152개) 2위, 득점(8564득점)·리바운드(3439개) 5위 등 공수 전 부문에 걸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주희정은 "운이 좋아서 많은 기록을 갖고 있다. (프로농구 최초) 1000경기 출전이 가장 소중한 기록"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선수로서 주희정은 이제 막을 내리고 물러나지만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농구에 대한 열정을 놓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한 것처럼 더욱 더 열심히 노력해서 멋진 지도자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