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일요일 야구장이 난데없이 공짜로 열렸다. 전국 5개 구장 가운데 4개 구장이 무료로 개방됐다.
KBO 리그 6개 구단 티켓 예매 대행사인 티켓링크 서버가 21일 오전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운됐다. 티켓링크는 프로야구 10개 팀 가운데 삼성, SK, kt, 한화, KIA, NC의 티켓 예매를 대행하고 있는 회사다. 이 가운데 21일 홈경기를 치른 구단은 kt, 한화, KIA, NC까지 네 팀이다.
따라서 잠실구장을 제외한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마산구장에서는 현장 예매와 발권이 불가능해지는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하필이면 관중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일요일 낮 경기를 앞둔 상황이라 각 구단과 팬들에게는 더욱 비상사태였다. 사전 예매를 마친 관중과 현장을 직접 찾아온 팬 모두가 갈팡질팡했다.
결국 구단들은 내부 회의를 거친 끝에 '무료 입장'이라는 고육지책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예매한 관중을 돌려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은 좌석을 아예 비워 둔 채 경기를 치를 수도 없어서였다. 무료 관중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이미 결제하고 예매한 팬들은 취소 수수료 없이 유료 티켓을 취소할 수 있게 조치했다.
kt는 스카이박스·익사이팅존·테이블석을 제외한 전 좌석을 열었다. KIA는 스카이박스·테이블석·특별 지정석 티켓과 시즌권 소지자를 제외한 전원이 무료 입장했다. NC는 스카이박스와 팬 더그아웃존만 빼고 테이블석까지 개방했다. 한화는 아예 스카이박스를 제외한 전 좌석에 팬들을 무료 입장시켰다.
문제는 입장 수익금이다. 각 구단이 미리 기획한 이벤트가 아닌, 티켓 예매 협력사의 사고로 벌어진 일이다. 이에 따른 손해를 구단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경기 입장 수익금은 홈팀이 72, 원정팀이 28 비율로 나눠 가진다. 입장 수입이 없다면, 홈팀뿐 아니라 원정팀인 넥센, 삼성, 두산, SK에도 금전적 손해가 돌아가게 된다.
실제로 수원 경기는 오전 10시 기준으로 약 7000장 정도 사전 예매가 끝난 상황이었다. kt 관계자는 "1만 명 정도 관중이 들어올 수 있는 추세였다"고 했다. 대전 경기 역시 같은 시간 이미 사전 예매가 9000여 장에 달했다. 한화 관계자는 "이전 경기들 관중 수로 추산했을 때, 매진이 확실시되는 예매량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홈경기를 치른 네 구단은 티켓링크와 보상 문제를 놓고 구체적인 협의를 시작했다. 책임 소재가 확실한 사건이라 보상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어떤 기준에 따라 얼마를 받게 되느냐가 문제다. 일단 이날 입장 관중 수부터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발권 시스템이 마비돼 관중 수를 전산으로 집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kt 관계자는 "직원이 관중석에 나가 일일이 관중 수를 세야 한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