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은 OCN의 새 역사를 썼다. 종전 채널 최고시청률 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38사기동대'(5.9%, 닐슨 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를 뛰어넘었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던 시청률 6%를 돌파했다. 토, 일요일 오후 10시, 지상파 주말극의 열띤 경쟁이 벌어지는 경쟁터에서 울린 승전보다.
이 드라마의 성공이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명백히 화제작이나 기대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군 제대 후 복귀한 최진혁은 복무 중 입은 부상으로 액션신을 소화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고, 윤현민 또한 시청자에게 익숙한 배우는 아니었다. 이유영은 어떤가. 충무로에서 이름을 날린 그는 안방극장에선 아직 낯선 배우였다. 이 뿐 아니었다. 형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타임슬립이라는 이유로 tvN '시그널'과의 유사성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터그널'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여러모로 '터널' 속은 깜깜한 듯 보였다.
그러나 막상 질주를 시작한 '터널'은 거침없었다. '시그널'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펼쳐보였다. 게다가 주인공 최진혁(박광호)의 성향과 다른 인물들이 맺는 관계 등이 인간적 면모를 띠며 기존 OCN 장르물과도 차별화에 성공했다. 장르물의 필수요소인 긴장감이 극 전반에 흘러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일찌감치 범인의 정체를 공개했음에도 시청률이 떨어지기는커녕 상승했다는 것은 이 같은 사실을 방증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우려와는 달리 최진혁은 '터널' 속에서 잘만 뛰어다녔고, 최진혁과 윤현민의 브로맨스가 큰 인기를 끌었다. 극 중 부녀 관계로 나오는 최진혁과 이유영은 이 말도 안되는 설정을 눈물나게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악역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초반엔 정호영 역의 허성태가, 중후반엔 목진우 역의 김민상이 시청자를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터널' 관련 기사에 항상 달리는 댓글이 있다. 바로 '믿고 보는 OCN '. 장르물 한 우물만 파다보니 OCN은 이제 지상파도 따라오지 못할 장르물 내공을 쌓았다. 그리고 '터널'은 이 내공을 훌륭하게 입증한 작품으로 남았다.
'터널' 후속으로는 '듀얼'이 방송된다. 선악으로 나뉜 두 명의 복제 인간과, 딸을 납치당한 형사의 이야기를 다르는 복제인간 추격 스릴러극이다. 정재영, 김정은, 양세종 등이 출연한다. 오는 6월 3일 첫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