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항을 거점으로 최근 법인 설립을 마쳤거나 설립을 준비 중인 저비용항공사(LCC)가 늘고 있다. LCC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중·단거리 노선의 사업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직면해 있어 향후 '제 살 깎기'식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곳곳서 LCC 설립 붐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북 포항을 거점으로 하는 소형 항공기 사업자인 에어포항이 이번 주 사업 등록을 끝내고 본격적인 운항 준비에 들어간다.
항공사업법상 50인승을 초과하는 여객기를 운항하려면 국토교통부에서 면허를 받아야 하지만, 50인승 이하 소형기 사업자는 기준에 맞춰 등록만 하면 된다. 자본금 15억원 이상, 항공기 1대 이상이 조건이다. 국토부는 에어포항의 사업계획서 가운데 미진한 부분에 대해 수차례 보완 서류를 제출받는 등 등록 작업을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어포항은 이번 주 등록 절차가 마무리되면 내달 중 국토부에 운항증명을 신청한 후 올 하반기부터는 포항∼김포 노선 하루 5회, 포항∼제주 노선을 하루 2회 왕복 운항할 계획이다. 현재 기장 6명, 부기장 8명, 객실 승무원 4명 등의 채용을 완료한 상태다.
에어포항 관계자는 "내달 7일 1호기를 시작으로 8월 2호기, 10월 3호기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김포와 제주 노선 모두 편도 운임은 6만원대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LCC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는 곳은 비단 에어포항뿐이 아니다. 강원도 양양을 거점으로 한 플라이양양, 충청북도 청주시의 케이(K)에어, 경남 밀양의 남부에어, 대구시의 에어대구, 울산의 프라임항공 등이 항공운송사업 면허신청 또는 소형항공운송사업등록을 준비 중이다. 현재 국내에는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서울 등 6개의 업체가 있어 이들이 운송면허를 받게 되면 국내 LCC는 총 12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출혈 경쟁' 난기류 주의보
신생 LCC가 잇따라 늘어나는 이유는 '시장의 높은 성장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시장의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도 국내외 여행객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LCC 확대로 이 숫자는 급증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외 여행객 수는 1억391만 명으로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
항공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LCC 실적도 크게 늘고 있다.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의 지난해 매출액은 7476억원, 영업이익 587억원, 당기순이익 53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할 때 매출액은 22.9%, 영업이익은 14.2%, 당기순이익은 12.7% 각각 증가한 수치다. 업계 2위인 진에어도 지난해 매출액 7197억원, 영업이익 523억원, 당기순이익 393억원을 달성했다.
문제는 신규 사업자의 잇따른 시장 진입으로 업체 간 '출혈 경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고객을 확보하는 기존 LCC에 더해 한정된 수요를 서로 뺏고 뺏기는 제 살 깎기 경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하늘길 뚫기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규 LCC들이 선호하는 '황금 노선'인 제주 노선이 이미 꽉 차 있기 때문이다. 제주공항의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는 이미 한계치를 넘어 더 이상 신규 노선을 내줄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 영향으로 중국 노선을 뚫기도 어렵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LCC의 과잉 경쟁으로 '항공사 파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2000년대 중반 한성항공과 코스타항공, 영남에어 등 10여 개 업체들이 자금난에 시달리다 결국 파산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선 수요는 한계가 있는데 LCC 숫자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항공 수요가 향후 1~2년 내에 한계에 부딪힐 수 있어 항공사 통폐합, 퇴출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