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막을 내린 KBS 2TV 수목극 '추리의 여왕'은 최강희의 진가를 입증하는 무대였다. '추리의 여왕'이라는 게임판 속 많은 말들이 움직였지만, 최강희는 여왕 아닌 왕 단연 킹이었다.
그가 맡은 엯할인 유설옥은 드라마 타이틀의 그 '추리의 여왕'이다. 평범한 주부처럼 보이지만 추리 실력은 이길 이가 없다. 처음엔 권상우(하완승)를 돕는 듯 보였지만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건 모두 그의 몫이다.
최강희는 이런 장르의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없다. 대중이 기억하는 배우 최강희는 로맨틱 코미디 속 엉뚱한 여주인공. 그 또한 방송 전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추리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드라마가 내가 보는 첫 추리물이 될 것 같다"고 솔직히 밝힌 바 있다. 추리물을 좋아하지 않는 로코 전문 배우의 추리 드라마. '추리의 여왕'을 바라보는 시선엔 기대 보다 우려가 앞섰다.
그러나 방송이 시작되자 상황은 180도 변했다. 멜로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대파가 담긴 장바구니를 들고 추리에 나서는 아줌마 유설옥도 제 옷을 입은 듯 잘 맞았다. 진지하거나 잔혹하지 않고 가벼운 일본 추리드라마를 떠올리게 하는 '추리의 여왕'엔 특유의 엉뚱하고 귀여운 연기를 보여주는 최강희가 딱이었다.
게다가 최강희는 멜로 라인이 전무한 이 드라마에서조차 달달한 케미를 만들어냈다. 권상우와 때론 이원근과, 또 어떨 때는 박병은과 기분 좋은 어울림을 그렸다. 그를 향해 '케미의 여왕'이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유설옥이 곧 최강희였다. 최강희는 더 이상 멜로의 여주인공이 아니어도 된다. 그를 신데렐라로 만들어줄 남자의 사랑을 받지 않아도 상관없다. '추리의 여왕'을 통해 배우 최강희의 연기 스펙트럼은 넓고도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