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전 준비에 나선 슈틸리케팀에 주어진 과제다.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9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조기 소집돼 담금질에 돌입했다. 다음 달 14일 카타르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8차전 카타르와 원정경기를 대비한 것이다.
그런데 빨리 모인 만큼 선수들은 '출퇴근 훈련'을 해야 한다. 대표팀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한 A매치 데이 이외의 기간에 소집돼 규정상 합숙 훈련을 할 수 없다. FIFA가 정한 공식 A매치 데이 기간은 6월 5일부터 13일까지다. 따라서 29일부터 5일간 매일 오전 10시30분부터 낮 12시까지 1시간30분 동안 손발을 맞출 슈틸리케팀은 훈련이 끝나면 귀가하는 방식이다.
이번 훈련의 최대 관심사는 참가 인원이다. 이날 NFC에 모습을 드러낸 선수는 대표팀 엔트리 24명 중 딱 절반인 12명뿐이었다. 나머지 12명은 소속팀 일정으로 불참했다. 이번 훈련이 '반쪽짜리 훈련'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 '반쪽 훈련'은 주전급 선수 부족으로 조직력을 다지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훈련에는 2016~2017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을 비롯해 기성용(29·스완지 시티), 이청용(30·크리스탈 팰리스)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가 모두 모였다. 독일 분데스리가 지동원(26·아우크스부르크)과 카타르 리그 한국영(27·알 가라파)도 참가했다. 여기에 2년 4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이근호(32·강원 FC)를 포함한 이재성·최철순·김진수(25·이상 전북 현대)·곽태휘(36·FC 서울)·김창수(32·울산 현대)·조현우(26·대구 FC) 등도 조기 훈련을 시작했다.
반면 김민혁(25·사간 도스)과 권순태(33·가시마 앤틀러스)·김승규(27·빗셀 고베)·김진현(32·세레소 오사카)·장현수(26·광저우 푸리)·홍정호(28·장쑤 쑤닝)·황희찬(21·잘츠부르크)·박주호(30·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은 다음 달 4일 일본 J리그와 중국 슈퍼리그 일정을 소화한 뒤 두바이 현지에서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중동파 남태희(26·레퀴야SC)와 이명주(27·알 아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우라와 레즈(일본) 원정경기에 나서는 이창민(23)·황일수(30·이상 제주 유나이티드)도 마찬가지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공격진은 핵심 멤버가 상당수 모였다. '간판 골잡이' 손흥민과 '중원 사령관' 기성용의 경우 한국 대표팀 부동의 주전이다. 지동원은 중용될 가능성이 높은 공격 자원이다. 하지만 수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선수들은 대거 불참해 조직력을 다지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골키퍼가 대표적인 포지션이다. 골키퍼의 경우 '거미손 3인방' 권순태·김승규·김진현이 나란히 빠진다. 대표팀은 백업 골키퍼 조현우에 더해 대학생 골키퍼 1명을 긴급 수혈하기로 했다. 게다가 슈틸리케 감독이 그동안 중용한 베테랑 수비수 홍정호와 장현수도 없다.
슈틸리케팀은 그래도 '반쪽 훈련'에 대해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이청용의 경우는 오히려 큰 기대감까지 보였다. 그는 28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벨로드롬에서 인터뷰를 갖고 "대표팀에서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서 기대가 된다. 조직력 부분에서 가다듬을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데 몸 상태는 괜찮다. 좋은 모습을 펼치겠다"며 주먹을 쥐었다.
실제로 대표팀 선수들은 훈련 첫날 밝은 분위기로 가볍게 몸을 풀었다. 이들은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시작해서 패싱 훈련과 미니 게임을 실시했다. 주장 기성용은 소집 훈련 첫날 일정을 소화한 뒤 "오랜만에 선수들이 기분 좋게 훈련했다"면서 "특히 이청용은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지만, 컨디션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며 조기 소집의 성과를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이 많지 않아 전술적 훈련은 쉽지 않다. 컨디션 편차를 줄여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슈틸리케팀은 다음 달 3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출국해 이라크와 평가전(6월 8일)을 치른 뒤 카타르로 이동해 나흘 뒤 카타르와 '운명의 한판'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