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개봉 3일 만에 손익분기점 20만명을 넘었고, 스크린 수도 늘었다. 579개에서 시작된 스크린 수는 개봉 첫 주말 최대 774개까지 늘었다. 외화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의 강세로 29일 685개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상영작 중 2번째로 많은 스크린수를 확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폭발, 흥행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국정 농단 사태와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지칠대로 지쳤다. 정신도 피폐해졌다. 자연스럽게 정의·진정성·소신·소탈함 등을 상징하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고, 때마침 나온 다큐멘터리에 관객들이 열광하고 있다.
'노무현입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88년 정계에 입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2002년 실시된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까지 밀도있게 그린다. 경선 지지율 2%에서 66.5%로 올라서며 기적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전국적으로 퍼진 노사모 활동도 재조명한다.
그의 과거 영상과 교차 편집해서 담은 최측근의 생생한 인터뷰는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한다. 현 사회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이 영화에 담겨있다. 개봉 일주일 만에 N차 관람 열풍이 일어난 이유다. 문재인·유시민·안희정·서갑원·이광재 등 그의 정치 뜻을 함께한 동지들과 조기숙·강원국 등 참모들, 안기부 직원 이화춘·변호사 시절 운전기사 노수현·노사모 회원 등 29명의 인터뷰이가 그와의 추억을 회고하는 모습을 영화에 담았다. 이를 통해 생전 노 전 대통령이 진짜 이루고자 했던 게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달려왔는지를 되새겨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 편으로는 잘 몰랐던 노무현의 아픔도 심도있게 담아냈다. 영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읽어내려간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를 보면 문장이 간결하다. 이 분의 글쓰기 스타일을 잘 아는데 원래는 이렇지 않다. 처음엔 이런 저런 얘기를 쓰고 많은 시간 고민을 하면서 문장이 간결해진다. 이 분이 얼마나 오랫동안 머릿 속에 유서를 담아뒀는지 짐작할 수 있어서 더 마음이 아프다. 그를 너무 오랫동안 외롭게 둔 것 같다"며 눈물을 겨우 참아낸다.
인간 노무현의 삶을 조명할 땐 눈물을 흘리지 않는 관객이 없다. 소박하고 소탈한 모습, 항상 약자의 편에 섰던 모습이 소개될 땐 극장이 울음바다가 된다. 청원경찰에게 먼저 다가가 항상 15도로 인사하고, 변호사 시절 고용한 노수현 운전기사가 결혼식을 올렸을 때 대통령이 직접 경주까지 운전해줬던 일화는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유시민은 "노무현 대통령은 사랑스러운 분이었고 뭔가를 해주고 싶은 사람이었다"며 "그 분을 (국민들이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려 한다고 해서 떠나 보내지는 게 아니다. 떠나 보낼 때가 되면 저절로 떠나가는 거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노무현입니다' 연출을 맡은 이창재 감독은 2002년 노풍이 다시 2017년 충무로에서 재현되는 것에 대해 "노무현이라는 콘텐트가 가진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힘은 다만 개인의 것이 아닌 그와 함께 했던 시민들이 여전히 갖고 있는 갈증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오래 전이라고, 잊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던, 한 매력적인 인간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동기부여가 되었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