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기억하고 영화가 추억한다. 처음 공개되는 순간까지 제목조차 정하지 못한 채 'M프로젝트'라는 가제를 달고 버텨야 했다. 서울 광화문을 밝힌 촛불을 바라보며 희망을 꿈꿨고 '스크린 개봉' 기적을 현실화 시켰다. "난 노빠가 아니었다"고 밝힌 이창재 감독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울분조차 마음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4년 전 첫 시도는 실패. 암흑의 시기를 지나 지난해 제20대 총선(국회의원 총선거) 결과를 보며 조심스레 다시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5월 치러진 깜짝 장미대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서 '노무현입니다'는 새 대통령과 국민들에게 보내는 선물같은 작품이 됐다.
- 상상 이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실감나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했던 분들에게 긍정적 반응이 돌아올 때 놀랍다.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참 많은 분들께 골고루 사랑을 받은 분이라 주연 배우 덕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노무현 대통령과 동시대를 살지 않았던 젊은 세대들이 이 영화를 접하고, 극 영화처럼 재미있다고 이야기 할 때 가장 기쁘다."
- '다시 노풍이 불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노무현이라는 콘텐트가 가진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힘은 다만 개인의 것이 아닌 그와 함께 했던 시민들이 여전히 갖고 있는 갈증 아닐까 싶다. 한 매력적인 인간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동기부여가 되었다면 영광이다."
- 언제부터 기획한 작품인가. "지난해 4월13일 총선 결과를 보고 마음 먹었다. 개봉은 불투명했다. 비현실적 도전이었다. 애초 계획은 작은 극장 몇 군데에서라도 관객들을 만나자는 것이었다. 그도 여의치 않으면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려고 했다. 프로듀서에게 '우리 그냥 온라인에 뿌려버리고 잠수타자'는 말도 했다.(웃음) 이 모든 것은 지난 가을·겨울 애쓰고 힘써주신 촛불 시민 덕분이라 생각한다."
- 인터뷰 섭외는 어렵지 않았나. "옥석을 가려내는 것이 어려웠을 뿐 섭외 자체는 힘들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를 '유족'이라 표현하며 여전히 모든 감정을 마음 속에만 담아둔 채 직접 말하기 힘들어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마음 아팠다."
- 영상 자료는 어떻게 구했나. "15년 전 자료에 대선 경쟁이 아닌 당내 경선이기 때문에 영상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방송사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녹화한 곳은 없었다. 부분 녹화영상을 얻어 필요한 장면만 빼는데 6개월이 걸렸고, 화질을 균일하게 맞추는데 한 달 반이 걸렸다. 노무현 재단을 통해 얻기도 했다. 완벽하게 확보하기까지 'M프로젝트'라는 가제를 달 수 밖에 없었다."
- 평소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많았나. "솔직히 말하면 난 노빠가 아니다. 경선·대선이 치러질 땐 공부 한다고 미국에 있을 때라 노사모 현상, 노풍에 대해 파악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대통령 노무현'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이 강했다. 여전히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멋진 사람'이라는 것은 안다. 영화를 만드는 내내 인간 노무현만 보였다."
- 문재인 대통령의 인터뷰가 인상 깊다. "말씀 자체를 건조하게 하셨고 쇼맨십에 능한 분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았다. 그리고 한 번도 당신 자신을 앞세우지 않았다. 마지막 인터뷰는 떠나기 전 다시 돌아와 하신 것이다. 눈물도 보이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를 읽으며, 마지막 인터뷰를 진행하며 울컥 하셨지만 바로 구석으로 가 홀로 눈가를 닦고 오시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