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비가 방콕에 오는 날 번개까지 내리쳤다. 방콕엔 억수같은 비가 쏟아졌고, 페스티벌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녔다. 그래도 비는 '잇츠 레이닝'을 외쳤다. 8000여 명이 모인 공연장이 비에 빠지는 데는 단 몇초도 걸리지 않았다.
지난 2일과 3일 양일간 태국 방콕 쇼 디씨(SHOW DC)에서 웹TV아시아 주최 '바이럴 페스트 아시아 2017' 축제가 열렸다. 올해 3회째를 맞이한 이 페스티벌은 한국·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중국 등 아시아 주요 10개국에서 초대된 37개 팀이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마지막 날 3일, 비를 포함해 다섯팀의 무대가 남았을 때 갑자기 번개를 동반한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관객들은 우비를 급하게 갖춰 입고 공연에 임했지만, 더이상 페스티벌이 진행될 수 없을 만큼의 비가 내렸다. 약 오후 10시부터 11시 10분까지 1시간이 넘게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관객들은 공연장 곳곳에 있던 천막과, 공연장 맞은 편에 있는 쇼 디씨 건물로 몸을 피신해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다행히 11시가 넘어서자 비가 잦아들었고, 주최 측은 고민 끝에 남은 다섯 팀 중 태국 가수 랜즈 앤 니아나를 제외한 네 팀의 공연을 속행했다.
원래 비가 준비한 곡은 '라송(La Song)' '잇츠 레이닝(It's Raining)' '태양을 피하는 방법' '터치 야(Touch Ya)' '안녕이란말대신' '서티 섹시(30SEXY)' 등 총 6곡이었으나 안전상의 문제로 '라송' '잇츠 레이닝' 안녕이란말대신' 서티 섹시' 등 4곡만 불렀다.
폭우는 그쳤지만 하늘엔 간간히 마른 번개가 치기도 했다. 비는 번개에 굴하지 않았다. 비의 무대는 마지막에서 두 번째 차례였지만, 사실상 엔딩 무대나 다름없었다.
비는 아시아권을 일찌감치 탈피, 월드투어를 성공시켜 주목을 받았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에도 진출해 정상급 활약을 펼치는 가수다. 명성에 걸맞게, 비가 등장하자 비 때문에 뿔뿔히 흩어져있던 관객들은 무대 앞으로 몰려들었고, 앉아있던 관객들은 기립하기 시작했다. 비가 대형 LED에 소개되자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공연에 앞서 비는 국내 취재진에게 "태국은 올 때마다 기분이 좋은 곳"이라며 "13년 전 태국에서 드라마(KBS '풀하우스' 시즌1)를 찍었는데 이유가 어떻든 성공적이었다. 월드투어를 처음 시작할 때 홍콩과 태국이 시발점이었다"며 "당시 중고등학생들이 커서 30대~40대가 됐다. 내가 팬덤이 많은 가수가 아니지만 아직도 좋아해 주시는 것에 감사하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태국의 이미지를 밝혔다.
한차례 폭우가 쏟아지고 마른 번개가 쳐도 방콕의 날씨는 여전히 습하고 더웠다. 하지만 비는 거침이 없었다. 가쁜 몸을 몰아쉬면서도 방콕 팬들의 성원에 더 파워풀한 동작을 쏟아냈다. 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무대로 관객들을 홀렸다.
엔딩을 맡은 일본 가수 에그자일 바로 전 무대를 장식했지만, 엔딩 무대나 다름없었다. 팬들은 저마다 카메라를 꺼내 비의 몸짓을 담으려 애썼다. 또한 낯선 한국 가수지만 떼창으로 그를 맞이했다.
비의 무대를 본 펄(26, 태국)은 "비의 무대를 보고 한 눈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몸짓에 태국이 반했다"고 말했다.
비는 "덥고 습한 날씨라 많은 체력을 요구한다. 서른 여섯 살이지만 6곡 정도는 아직 거뜬하다. 본 공연에서는 30곡 넘게도 부른다"고 말했지만 준비한 6곡을 다 부르지 못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비가 등장하기 약 2시간 전에는 수란도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날 수란은 '1+1=0' '오늘 취하면' 외 한 곡까지 총 3곡을 소화했다. 가벼운 느낌의 힙합 스타일은 물론이고 재즈 분위기의 노래로 현장을 흥분케 했다. 관객들도 수란의 노래에 큰 함성으로 화답했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무대 사고도 일어났다. 일본 가수 플라워가 폭우 속에서 노래를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가던 중 미끄러져 넘어졌다. 그의 안무팀 두 명은 무대 아래로 떨어져 구급차가 등장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급히 병원으로 후송된 안무 팀원은 주최 측 확인 결과 경미한 찰과상을 입었다고 알려졌다.
한편, 웹티비 아시아는 지난 2015년 '웹티비 아시아 어워드'를 시작으로, 지난해부터는 아시아의 동영상 스타 및 가수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올해 개최된 '바이럴 페이스트 아시아 2017'에는 태국에서 휴고, 스탬프, 비더스타 등 톱스타들이 총출동했으며, 손뚱(베트남) AKB48, 에그자일더세컨드, 시로에이, BNK48(일본) 네임위, 매드 어거스트(말레이시아) 위어드 지니어스(인도네시아) 베타(중국) 아모굿(대만)이 출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