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갈 때마다 색다른 모습으로 반긴다. 사계절 모습도 다르고, 날씨에 따라서도 풍경이 달라진다. 이런 매력이 있기에 제주도를 자주 찾게 되는지 모르겠다. 6월의 제주는 꽃으로 물들고 있다. 뭍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메밀꽃·라벤더·수국 등 다양한 꽃들이 제주도를 수놓고 있다. 그 아름다움에 취하다 보면 이미 강렬해진 6월의 햇볕도 잠시 잊게 된다. 제주관광공사가 추천한 6월 제주 가볼만한 곳을 소개한다.
흰색·황금색·보라색의 향연이 펼쳐진 보롬왓
제주 시내에서 97번 지방도로를 타고 표선면 성읍마을로 가다 보면 충혼묘지가 나온다. 그 앞에 난 좁은 길을 따라 조금만 더 들어가면 온통 하얗다. 마치 소금을 뿌려 놓은 듯하다. 사방 천지가 메밀밭인 보롬왓이다. 보롬은 바람, 왓은 밭이라는 뜻의 제주도 사투리다.
6월에 메밀꽃이라니. 보통 메밀은 8월 말이나 9월 초에 꽃이 핀다. 그래서 '메밀의 고장' 강원도 평창 봉평면에서는 항상 9월 초에 메밀 축제를 연다.
따뜻한 남쪽 나라여서 6월에 꽃이 필까?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메밀은 이모작이 가능하다. 우리는 4월과 7월에 두 번 씨를 뿌린다. 4월에 심은 것이 지금, 7월에 파종한 것은 9월 말에 하얗게 꽃이 핀다." 메밀 농사를 짓고 있는 이종인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계속해서 "제주도는 항상 8월에 태풍이 한 개쯤 지나간다. 그러면 7월에 뿌린 메밀밭이 쑥대밭이 된다"며 "6월은 태풍이 지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메밀꽃이 핀 장관을 일반인들에게 공짜로 보여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롬왓에는 메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들판이 부족한 제주인데도 보롬왓은 넓이가 약 33만㎡(10만 평)에 이른다. 그 중 메밀밭은 7만㎡(2만 평)쯤 된다. 청보리밭이 5만㎡(1만5000평), 라벤더 화원이 1만5000㎡(4000평)다.
그래서 지금 가면 보롬왓은 하얀 메밀꽃, 누렇게 익어서 황금색으로 변한 청보리, 그리고 보라색의 라벤더가 어우러진 화원이다. 다음 주부터는 메밀꽃이 지기 시작한다. 대신 라벤더의 보라색 빛깔은 더 짙어진다.
특히 라벤더는 올해 처음 심어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씨는 "우리나라에는 라벤더로 유명한 곳이 손에 꼽힐 정도"라며 "앞으로 일본 홋카이도의 후라노 농장을 능가하는 라벤더 농원으로 가꾸는 게 꿈"이라고 한다.
이용 정보=보롬왓을 둘러보는 데는 한두 시간이면 족하다. 10만 평에 이르는 밭을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밭이기에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은 보롬왓 카페밖에 없다. 의자에 앉아 라벤더 꽃밭을 보는 것도 좋고, 널따랗게 펼쳐진 메밀밭·보리밭을 보는 것도 힐링이 된다.
파랑·보라색의 수국이 수놓은 제주도
이맘때 제주도를 돌아다니다 보면 길가에도, 담벼락에도, 아니면 산등성이에도 몽글몽글 피어난 꽃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수국이다. 4월에도 피기 시작하지만 대부분 제주도 수국은 6월 10일께 꽃이 피기 시작해서 늦으면 7월 초까지 고운 자태를 자랑한다.
수국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종달리다. 행정 구역상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인데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동쪽 끝자락인 경계 마을이다. 그래서 '끝이 시작되는 마을'이라고 하며 올레 1코스가 시작되는 마을로도 잘 알려져 있다.
종달리는 지미오름·말미오름·알오름으로 둘러싸여 있고 해안가 풍경이 아름다워 올레꾼들은 '가장 제주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마을'이라고 한다.
종달리에 들어서면 해안도로를 따라 길게 수국이 심어져 있다. 1㎞ 넘게 피어 있는 수국은 연보라의 파스텔톤 색이다. 길 건너는 푸른 바다여서 서로 잘 어울린다. 하도초등학교 쪽에는 진한 보라색 수국이 그림처럼 피어 있다.
제주시 한림공원도 수국 명소다. 종달리에 비해 키는 크지 않지만 1000여 그루의 수국이 심어져 있다. 종달리보다 보라색 수국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물로 파란색·핑크색 등 형형색색의 색감을 자랑한다.
박치관 한림공원 학예팀 과장은 "종달리가 파란색 계열의 수국이 많은 반면 한림공원 수국은 보라색 계통이 많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토질에 따라 수국의 색깔이 달라진다. 땅이 알칼리성이면 붉은색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산성이면 파란색, 중성이면 하얀색이 나타난다."
이 밖에도 절물자연휴양림(제주시), 제주농업기술원 서부농업기술센터(한림읍), 카멜리아힐과 사계리(이상 안덕면), 휴애리자연생활공원과 위미3리(이상 남원읍), 천국의 계단으로 불리는 영주산 산수국길(표선면) 등이 몽글몽글 피어난 수국들을 볼 수 있는 명소다.
글·사진=이석희 기자
이용 정보=제주도 곳곳에서 수국 축제가 열린다. 한림공원 수국 축제는 오는 10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된다. 입장료는 어른 1만1000원, 어린이 7000원. 휴애리자연생활공원에서는 16일부터 7월 23일까지 열린다. 어른 1만1000원,어린이 8000원이다. 사계리·위미3리 등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자세한 여행 정보는 제주관광공사 여행 포털(visitjeju.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