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연속 혈전이 펼쳐졌다. 한 번은 삼성, 한 번은 두산이 승기를 가져갔다. 결국 마지막 경기에서 웃은 팀은 홈팀 두산. 극적인 끝내기 승리로 3연전의 끝을 장식했다.
두산은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연장 10회말 터진 김재환의 끝내기 안타를 앞세워 4-3으로 이겼다. 올 시즌 삼성전 9경기 가운데 4번째 연장전. 그 가운데서도 유독 치열했던 주중 3연전을 2승 1패로 마무리하면서 목요일 6연승을 달렸다. 3위 자리도 지켰다.
선취점은 두산이 냈다. 처음으로 1군 무대에 등판한 삼성 선발 안성무가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1회 선두 타자 최주환이 우월 선제 홈런을 날려 기선을 제압했다. 1회 선두타자 홈런은 통산 287호이자 시즌 3호, 최주환 개인에게는 1호 기록이다. 홈런 직후에는 정진호가 좌중간 안타로 출루한 뒤 닉 에반스가 우익선상 적시 2루타를 연이어 때려 한 점을 더 추가했다. 1사 후 양의지의 볼넷으로 계속된 1·3루서는 민병헌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 에반스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순식간에 3-0.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호투에 끌려 가던 삼성은 3회 무사 1·3루 기회서 무득점으로 물러난 뒤 6회 간신히 1점을 추가했다. 1사 후 박해민이 볼넷, 강한울이 번트 안타, 구자욱이 볼넷으로 차례로 출루하면서 1사 만루 밥상을 차렸다. 다음 타자 대린 러프의 타구는 유격수 앞으로 향하는 병살타성 땅볼이었지만, 공이 유격수 김재호의 몸에 맞고 굴절되는 행운이 찾아오면서 3루 주자 박해민이 첫 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두산과 삼성은 이미 앞선 두 경기에서 엎치락 뒤치락 공방전을 펼쳤다.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시소게임 끝에 6일 경기에선 삼성이 12-10으로 승리했고, 7일 경기에선 두산이 9-7로 이겼다. 승리를 가져오는 확실한 영웅도 탄생했다. 6일엔 '라이언 킹' 이승엽이 연장 10회 결승 2점포를 쏘아 올렸고, 7일엔 '백업의 반란' 정진호가 7-7 균형을 깨는 결승 2점홈런으로 역대 최소이닝 사이클링 히트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혈전이 거듭된 두 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는 끝까지 승자를 알 수 없게 했다. 두산이 3-1로 앞선 8회 1사 1루서 삼성 구자욱은 두산 필승 불펜 이현승의 2구째 직구를 힘껏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2점 홈런(시즌 13호)을 작렬했다. 또 다시 스코어는 3-3 균형을 이뤘다. 진짜 승부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결국 경기는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삼성은 연장 10회초 선두 타자 김상수가 중전 안타로 출루하면서 먼저 기회를 잡았다. 이지영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루서 박해민이 볼넷을 골라 걸어 나가면서 1·2루가 됐다. 그러나 절호의 기회에서 두산 내야진의 재치 있는 수비에 당했다. 다음 타자 강한울의 유격수 땅볼 때 1루 주자 박해민이 2루에서 포스아웃됐고, 3루에 도착한 김상수가 잠시 베이스에서 벗어난 사이 두산 2루수 오재원은 1루 대신 재빨리 3루로 공을 던져 김상수를 태그아웃시켰다. 오재원의 판단력과 김상수의 방심이 만들어낸 아웃카운트였다.
위기를 벗어난 두산은 10회초 다음 공격에서 곧바로 반격했다. 선두 타자 김재호가 볼넷으로 출루하고 허경민의 희생 번트로 1사 2루 기회를 이어간 과정까지는 비슷했다. 대타 박건우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1·2루 기회를 이어갔지만, 에반스가 외야로 날린 큼직한 타구를 삼성 중견수 박해민이 낚아챘다. 그러나 두산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이어진 2사 1·3루서 4번 타자 김재환이 삼성 왼손 불펜 장원삼의 초구를 때려 우익수 키를 넘기는 끝내기 안타를 작렬했다. 그렇게 치열했던 두 팀의 3연전에 마침표가 찍혔다.
두산 선발 니퍼트는 6이닝 2피안타 3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10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고, 올 시즌 삼성전 3경기 평균자책점 1.42(19이닝 3자책점)을 기록해 '삼성 킬러'의 면모도 유지했다. 다만 불펜이 니퍼트의 강판 후 동점을 허용해 시즌 8승 째는 추가하지 못했다. 2015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삼성 선발 안성무는 데뷔 첫 1군 등판에서 3⅔이닝 4피안타 4볼넷 1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