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출신 영화 감독인 심형래, 이경규에 이어 개그맨 박성광이 저예산 독립영화를 통해 충무로에 발을 디뎌 화제인 가운데, 주인공 성현이 "올해 열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는 게 목표"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박성광의 두번째 단편 영화인 '슬프지 않아서 슬픈'(제작 (주)달곰이)은 15일 정식 시사회를 열고 주연배우 성현, 김용주와 영화 팬들을 앞에 설 예정이다. 성현은 지난 해 인기리에 방송된 '옥중화' 속 지략가 박재정 역을 통해 눈도장을 찍은 유망주. '선녀가 필요해' '끝없는 사랑' 등에서 조단역으로 연기 발판을 다져왔으며, 드디어 데뷔 5년차에 영화 주연을 처음으로 꿰차 한껏 날아오를 채비를 끝냈다. 시사회 전, 떨리는 마음으로 영화 홍보에 나선 성현을 만났다.
-개그맨 박성광이 메가폰을 잡아서 화제가 많이 됐다. 어떻게 출연하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박 감독님이 첫 단편 영화 '욕'을 통해 영화계쪽에서 호평을 얻으셨다. 실제 동아방송예술대학 영화예술학과 출신으로 영화에 대한 꿈과 열정이 대단하셨다고 들었다. 올 1월에 작품 오디션 소식을 듣고 응모했는데, 운 좋게 주인공이 됐다. 신기하고 믿기지 않았다."
-극중 맡은 역할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20대 택배기사 철우 역을 맡았다. 택배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된 민지(김용주)를 사랑해서 만우절 날 사랑 고백을 하는 멜로인데 가족간의 사랑도 있지만, 스릴러적인 요소도 있어서 독특한 영화로 다가갈 것 같다. 배우로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작품이었다."
-주인공으로서 현장의 중심에 서야 했는데. "박성광 감독님 자체가 카리스마가 있는 유명 스타시고, 촬영 감독님도 '말죽거리 잔혹사' '살인의 추억'을 하셨던 최현기 감독님이시다. '7번방의 선물' 시나리오 각색을 하신 문봉섭 작가님이 시나리오를 쓰셨다. 서른 명이 넘는 훌륭한 스태프들과 함께 하다 보니 처음엔 긴장되고 책임감도 엄습했다. '아, 이래서 주인공이 힘든 거구나' 느낄 수 있었다. 일주일 정도 촬영했는데 추운 2월이었지만 사계절을 다 연기했다. 마지막 즈음엔 나름의 자신감이 붙었다. 소중한 경험을 만들어 주셔서 모든 스태프에게 감사드린다."
-현장에서의 박성광 감독은 어떤 모습인가?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겸비한 감독이시다. 좋은 건 좋다, 아닌 건 아니다라고 명확히 이야기해주신다. 연기 지도도 세심히 하시고, 배우에게 기회도 많이 주 신다. 무엇보다 의견 조율을 잘 해주신다. 한 장면에선, 내가 아이디어를 냈더니 좋다고 하시면서 서너가지 버전으로 찍게 해주셨다. 그중 가장 나은 것을 정확하게 짚어주셨다."
-감독이 개그맨이다 보니, 현장서 재밌는 일도 많았을 거 같다. "즉석에서 캐스팅이나 촬영장 섭외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 시민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안산의 한 시장에서 촬영할 때, 상인 분들이 직접 출연해주셨다. 사실 '30분이면 된다'고 했는데 NG도 나고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세시간 넘게 촬영했다. 그래도 힘든 내색 안하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했다. 또 개그맨 송은이 김영철 선배님이 촬영장에 식사나 간식을 쏴주시고 인스타그램에 홍보도 해주셔서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았다."
-저예산 단편 영화다 보니 홍보와 개봉이 쉽지 않을 거 같다. "그래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박성광 감독님과 부산영화제 레드카펫에 서고 싶고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 운좋게도 벌써 뉴문픽쳐스에서 3색 옴니버스(멜로, 스릴러, 액션) 중 멜로 작품으로 '슬프지 않아서 슬픈' 최종 선정해, 나머지 작품 '택시_77882'(스릴러)와 '13분_재앙의 서막'(액션)을 추가로 촬영해 2018년 옴니버스 영화로 정식 개봉한다고 들었다. 올 가을, 내년에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싶다."
-롤모델이 하정우라고 들었는데. "중앙대학고 연극학과 선배시기도 하고, 워낙 개성 강한 연기파에 스타일까지 좋으셔서 모든 후배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우연히 사석에서 뵐 기회가 있었는데 먼저 다가와 아는 척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최근엔 안성기 선배님처럼 오래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첫 주연작인데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일단 제가 먼저 보고 싶다. 아직 못봤다.(웃음)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심경인데, 냉철하게 분석해보고 부족한 부분을 앞으로 보완해나가고 싶다."
-다음 계획은? "소설 '봄봄'을 리메이크한 영화를 촬영하고 있고, 7~8월쯤 KBS 독립영화관에서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하반기 상업영화 한편을 계획하고 있는데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잘 되면 2학기 휴학하고, 안되면 학교 열심히 다녀야 할 거 같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