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던진 게 아니다. 평균자책점은 4.98. 올 시즌 등판 경기 수의 절반이 넘는 7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그만큼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페트릭과 같이 7차례 QS를 기록하고 있는 투수는 세 명 더 있다. 두산 유희관, 넥센 최원태(이상 6승), 한화 카를로스 비야누에바(2승)다. 모두 페트릭 보다 적게는 1승부터 많게는 5승까지 더 올렸다. 심지어 가래톳 부상으로 5경기에만 나선 팀 동료 앤서니 레나도는 단 한 차례도 QS를 하지 못하고도 페트릭과 같은 1승을 올렸다.
개막전부터 승운이 없었다. 페트릭은 3월 31일 KIA전에서 6⅓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지만 패전 투수가 됐다. 4월 23일 NC전에선 7이닝 2실점으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지만 불펜진 난조로 승리가 날아갔다. 시즌 여섯 번째 등판인 4월 29일 SK전에서야 6이닝 1실점으로 뒤늦게 KBO 리그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5월 17일 SK전·5월 28일 넥센전에서 QS, 지난 16일 SK전에서 QS+(7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하고도 모두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다.
상대 투수 운도 없었다. 페트릭은 유독 외국인 투수와 맞대결이 잦았다. 에릭 해커(NC)와 메릴 켈리(SK), 헨리 소사(LG)와 두 차례씩 맞붙는 등 외국인 선발 투수와 9번 맞대결했다.
페트릭이 6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의 경기를 7차례나 하고도 1승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타선의 적은 득점 지원 때문이다. 페트릭의 올 시즌 경기당 득점지원은 1.92. 규정이닝을 채운 총 25명의 선수 중 가장 낮다. 리그 평균(3.76점) 보다도 2점 가까이 낮을 정도다. 페트릭 외에는 2점대 3명, 3점대 12명, 4점대 7명, 5점대 1명, 6점대 1명으로 집계됐다. 모두 페트릭보다 높다. 워낙 승운이 따르지 않아 '켈크라이'(켈리+크라이)로 불린 켈리도 지난해 같은 기간 득점 지원(QS 9회, 4승)이 3.64였다.
페트릭은 '착한' 외국인 선수로 통한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영입된 새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낮은 45만달러(약 5억원)에 삼성과 계약했다. 에이스로 기대를 모은 레나도가 고작 5차례 등판해 평균자책점 5.56으로 부진한 것과 비교된다. 레나도는 페트릭 보다 훨씬 많은 105만달러에 계약한 뒤 부상으로 두 달간 이탈했다. 목이 빠져라 기다렸지만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
반면 페트릭은 압도적인 위압감은 없지만 최소 6이닝 이상을 던진 게 10차례나 된다. 다양한 구종과 제구력을 바탕으로 선발 투수 임무를 소화했다.
이 정도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페트릭은 "마운드에서 계속 던질 수 있어 행복하다. 실망하지도 않는다"며 "마운드에 올라 팀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타자들이 일부러 득점을 올리지 않는 게 아니다. 모두가 열심히 한다"며 "득점이 적으면 내가 실점을 더 적게 하면서 막아줘야 한다. 리드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깔끔하게 막고 내려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팀에 미안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