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란 모름지기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그것이 기회인 줄 모른 채 지나가거나, 알고도 놓쳐 버리는 경우가 있을 뿐, 잡았다 하면 나도 몰랐던 새로운 내 인생을 맞닥뜨릴 수 있다.
영화 '암살(최동훈 감독)'은 배우 박병은에게 천금같은 기회였다. 그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핸드크림 신은 여전히 '암살'을 구멍없이 꽉꽉 채운 명장면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암살'을 통해 주목 받으며 대형 소속사에 새 둥지를 틀게 됐고, '원라인(양경모 감독)'으로 조연을 넘어 주연으로 발돋움 하는 또 다른 기회를 얻었다. 성장하는 배우의 모습은 늘 아름답다. 특히 오랜 무명시절을 보낸 배우라면 더 더욱.
중년의 나이에 받게 된 관심과 사랑을 연기로 승화시키고 있는 그는 최근 KBS 2TV 드라마 '추리의 여왕'에서 비중있는 역할로 출연, 영화 '악질경찰(이정범 감독)'에도 합류하는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병은이라는 이름 석자를 아로새긴 그는 과거에 감사하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며 미래에 대한 긍정 의식이 가득한 배우다. '기대'라는 감정이 그의 주변을 맴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 '암살'은 박병은에게 어떤 작품인가. "잘 된 영화다.(웃음) 객관적으로 보면 1000만 명 넘는 관객들이 관람한 작품이고, 주관적으로 보면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영화 한 편으로 인생이 바뀐다'는 말이 나에게 허용될 줄 몰랐다."
- '암살' 흥행에 따른 변화가 상당할 것 같다. 어떤 점이 가장 좋은가. "일단 대중적으로 박병은이라는 이름과, 나라는 배우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려진 것도 좋지만, 영화계라는 업계 관계자 분들 사이에서 내 이름이 거론되고 어떠한 이미지가 남게 된 것 같아 좋다."
- 러브콜 받는 작품의 수도 달라졌겠다. "많지는 않지만 예전보다는 확실히 많아졌다. 감사하다."
- 체감으로 직접 느낀 변화가 있다면. "'암살' 이전에는 부모님이 누군가에게 '아들 배우라며. 어디 나왔어?'라는 질문을 받아 대답을 하면, 대부분 '그거 모르겠는데. 누구? 무슨 캐릭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하더라. 근데 '암살'은 다 알아봐 주셨다고 한다. 어디가서 당당하게 말씀하실 수 있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
- 수입은 어떤가. "많이 좋아졌다. '암살'을 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네 번 봤는데 영화가 잘되니까 최동훈 감독님이 보너스까지 챙겨 주시더라. 돈을 내고 찍어야 할 것 같은 작품이었는데 오히려 보너스를 주시니까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 '캐스팅 해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한데 왜 돈까지 주시지?' 싶었다.(웃음)"
-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나. "'암살' 전까지 그랬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작품이 없었다. 정신적으로는 많이 안 힘들었는데 실질적인 삶이 힘드니까. '난 언젠가 작품 또 할거니까'라는 마음으로 버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