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란 모름지기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그것이 기회인 줄 모른 채 지나가거나, 알고도 놓쳐 버리는 경우가 있을 뿐, 잡았다 하면 나도 몰랐던 새로운 내 인생을 맞닥뜨릴 수 있다.
영화 '암살(최동훈 감독)'은 배우 박병은에게 천금같은 기회였다. 그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핸드크림 신은 여전히 '암살'을 구멍없이 꽉꽉 채운 명장면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암살'을 통해 주목 받으며 대형 소속사에 새 둥지를 틀게 됐고, '원라인(양경모 감독)'으로 조연을 넘어 주연으로 발돋움 하는 또 다른 기회를 얻었다. 성장하는 배우의 모습은 늘 아름답다. 특히 오랜 무명시절을 보낸 배우라면 더 더욱.
중년의 나이에 받게 된 관심과 사랑을 연기로 승화시키고 있는 그는 최근 KBS 2TV 드라마 '추리의 여왕'에서 비중있는 역할로 출연, 영화 '악질경찰(이정범 감독)'에도 합류하는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병은이라는 이름 석자를 아로새긴 그는 과거에 감사하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며 미래에 대한 긍정 의식이 가득한 배우다. '기대'라는 감정이 그의 주변을 맴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다른 일을 해 볼 생각은 하지 않았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은 안 했다. 다른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아예 없다. 난 지구상에 있는 수 많은 일 중 최고의 직업이 배우인 것 같다. 캐릭터를 풀어내고 연기하고 호흡하고. 촬영 끝나면 술 한 잔 하고. 내가 살아가야 할 인생이다."
- 그래도 막연함이 있었을텐데. "그래서 내가 낚시에 빠졌다. 막연한 것들을 낚시가 풀어줬다. 돈은 없고 시간은 많으니까. 유일하게 돈 많이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것이 낚시였다."
- 누군가를 만나도 결국 돈이 필요하니까? "동생들을 만나고 싶어도,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싶어도 부담이 되더라. 내가 돈을 내도 부담이고, 누구에게 얻어 먹어도 부담이고. 3차, 4차 가자는 동생이 있으면 '연락을 끊어야 하나' 싶기도 했다.(웃음)"
- 낚시를 하면 마음이 평온해 진다고 하던데. 그렇던가. "일단 식사는 집에서 도시락을 싸거나 코펠에 라면 하나 들고 가면 끝이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마음이 편한가. 그리고 잔잔히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많이 했다. 흔들리는 마음도 다잡았지. 근데 그 때도 '연기를 계속 해야 돼?'라는 고민은 안 했다." - 박병은이 생각하는 '돈'이란 무엇인가. "주변 사람들이 '돈 욕심 좀 가져봐'라고 한다. 근데 난 그렇게 많은 돈을 바라지 않는다. 만약 돈을 번다면 우리 가족들이 1년에 한 두 번 좋은 곳에 여행가고, 내가 사고 싶은 낚시대 사고, 좋은 텐트가 나오면 하나 살 수 있고, 낚시 갈 때 돈 때문에 밍기적 안 거릴 수 있는 정도면 딱 좋을 것 같다."
- 흔히 말하는 '적당함'을 원하는 것인가. "일확천금이 있으면 좋을까? 안 가져봐서 모르겠지만.(웃음) 지금의 난 그렇다. 결혼을 하면 내 아이들이 상식선에서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사줄 수 있는, 어린 조카들이 원하는 M사 B사 아동용 전기차 정도 사 줄 수 있는 능력이면 충분하다."
- 연기를 하면서 어떨 때 가장 보람을 느끼나. "기사나 블로그를 봤을 때 '말도 안돼. 이 사람이 그 사람이었어?' '저 사람이 이 사람이래. 믿겨져?'라는 평이 있으면 그렇게 좋더라. 내가 전혜빈 씨와 나왔던 '국시집 여자'라는 단막극이 있는데 그 때 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짜릿했다."
-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은 배우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마음이다. "여러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은 욕망이 크다. 누구보다 강하다. 근데 그것을 누군가 인정해 준다면 가장 큰 목표를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들어 더 많은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