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항(23)은 SK 선수다. 같은 팀에는 그의 첫째 형 최정(30)이 있다. 입단 6년 만에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되던 날, 그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나란히 선발 출장한 형제는 서로 공을 주고받았다.
최항은 2012년 SK에 신인 드래프트 8라운드 전체 70순위로 지명됐다. 2005년 SK 1차 지명 선수인 최정의 친동생이라 더 많은 이목을 받았다. 최항은 최근 육성선수에서 정식 선수로 전환됐고, 25일 인천 kt전을 앞두고 마침내 1군 엔트리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이 경기에 최항은 8번 타자 1루수, 최정은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호흡을 맞출 기회가 왔다. kt 첫 타자 이대형의 3루수 땅볼 타구를 최정이 잡아 1루에 있는 최항에게 던졌다. 형제가 프로에서 함께 만들어 낸 첫 아웃 카운트였다.
같은 팀 형제 야수가 같은 경기에 선발 출장하는 건 KBO 리그 역대 네 번째로 나온 기록이다. 청보 양승관-양후승 형제가 1985년 4월 9일 인천 MBC전에 동시 출전한 게 최초 사례다. 이후 OB 구천서-구재서(1988년 9월 6일 청주 빙그레 더블헤더 2차전), 빙그레 지화동-지화선 형제(1993년 9월 22일 대전 LG전)가 뒤를 이었다. 최정은 "형제가 나란히 출장하게 돼 재밌을 것 같다"고 했다. 최항은 "시범 경기 때 한 경기에 출장한 적은 있지만 당시에는 교체 출장이었다"며 "형이 공을 던지고 내가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엄청 긴장되지만 또한 재밌을 것 같다"고 웃었다.
최항은 3형제 중 막내다. 첫째 형 최정과는 일곱 살 터울이다. 동생은 형을 보며 야구를 시작했고,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웠다.
'소년장사'로 불리는 최정은 SK의 간판타자다. 2014년 말 당시 FA(프리에이전트) 야수로는 최고액인 4년 총액 86억원에 원소속팀 SK와 계약했다. 올 시즌 24일까지 홈런 선두(25개)에 올라 있고 개인 통산 홈런도 250개에 이른다.
최항에게는 형만한 롤모델이 없다. 주 포지션도 같은 3루수다. 다만 이제 1군에 첫발을 내디딘 최항은 "당장 형을 따라 하기엔 버겁다. 배울 건 배우고, 나는 내 색깔을 찾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사진=SK 제공 최정은 동생에게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다. 대신 아낌없이 조언한다. 최정은 동생을 향해 "나를 따라 하는 것도 좋지만 너의 색깔이 분명히 있을 테니 스스로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며 응원했다. 최항 역시 "홈런보다는 형 앞에 많이 출루할 수 있는 선수가 되려 한다"며 "장타에 신경 쓰면서도 선구안을 키우려고 퓨처스리그에서 많이 연습했다"고 말했다.
최항은 올 시즌 퓨처스 북부리그에서 타율 5위(0.338)를 기록하고 있다. 형 못지않게 장타력도 갖췄다. 홈런 6개(공동 15위)에 타점 4위(42개), 장타율 7위(0.509), 2루타 공동 6위(16개), OPS 7위(0.907)에 올라 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최항은 스윙이 좋은 내야 유틸리티 자원이다. 크게 긴장하지 않고 1군 생활을 즐기는 것 같다"고 형제의 활약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