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배구를 통해 성공했다.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배구계 전체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
대한민국배구협회(KVA)는 현재 파행 운영 중이다. 오한남(65) 한국대학배구연맹 전 회장이 셧아웃 직전의 협회 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가 사실상의 첫 경기인 출신으로 KVA 신임 회장 선거에 도전하는 이유다. 특히 이번 선거는 대한체육회의 개정된 규정에 따라 132명의 대규모 선거인단이 참여한다.
대한배구협회는 지난해 8월 당선된 서병문 회장(38대)이 탄핵당하면서 5개월 넘게 수장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는 30일 제39대 대한배구협회 회장 선거를 치른다. 현재 박광열(47) 한국실업배구연맹 전 회장(기호 1번)과 오한남 전 회장(기호 2번)이 입후보했다. 박 전 회장은 현재 정형외과 의사로 비경기인 출신이다.
기호 2번의 오 후보자는 대신고-명지대 출신으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실업배구 여자부 한일합섬 코치 및 감독을 역임했다. 또 카타르·아랍에미리트·바레인 클럽 감독 등을 맡았다. 이후 중동 지역에서 개인 사업을 한 그는 서울시배구협회, 한국대학배구연맹 회장직을 수행하며 국내 아마 배구 활성화에 기여했다.
오 후보자는 경기인 출신의 이점과 경험 및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협회의 오랜 과제였던 대표팀 지원과 아마 배구 활성화, 인적 쇄신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KVA의 신임 회장 선거에 입후보한 오 후보자를 26일 만나 그의 소신을 들어 봤다.
-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은.
"배구 원로, 선후배를 많이 만났다. '지금이 기장 중요한 시기다. 이제는 정통 배구인 출신이 회장을 맡을 때가 됐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그동안 배구협회장은 장관급 인사 혹은 기업 회장이 주로 맡았다. (배구인 출신의 시선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기에) 나를 추천한 것 같다. 고심 끝에 선거 출마를 결심했다. 배구계의 많은 문제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나의 성공은 배구가 기반이 됐다. 이제 그 빚을 갚을 때라고 생각한다."
- 오랜만에 경기인 출신 회장 후보자다.
"14세 때 배구를 시작해 국가대표로도 뛰었다. 고교 재학 시절에는 대신고의 148연승을 이끌었다. 한일합섬 감독을 그만둔 뒤 중동 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클럽팀 감독을 맡았다. 2010년 이후로는 서울시 배구협회, 대학배구연맹 회장을 맡았는데 아무래도 지금까지 보고 느낀 점들이 많다."
그동안 배구협회장은 기업인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장영달(34대)·임태희(35~36대) 회장은 국회의원 출신이다. 제37대 박승수 회장은 경기인 출신이나 임태희 전 회장의 사임 뒤 과도기 때 약 1년 정도 수장을 맡았다.
- 서병문 회장은 '인적 쇄신을 통한 새판짜기'를 약속했지만 이를 실천에 옮기지 못하면서 많은 반발을 샀다.
"젊고 참신한 인물들로 한 번 해 보고 싶다. 과거와는 달리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에는 소외됐던 젊은 배구인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역량을 모아 협회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삼고 싶다. 인사위원회 구성도 고심하고 있다."
- 과거 협회 차원에서 대표팀 지원이 열악하다는 얘기가 많았다.
"내가 배구계에 기부, 공헌하고 싶은 부분이다. 현재 협회에서 전임제 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에 지원해 주는 것이 별로 없다. 연봉이든 다른 어떤 지원이든 대표팀에 에너지원이 되고 싶다. 대표팀 선수단의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두고 지원하고 싶다."
- 7년간 역임한 아마 배구를 통해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청사진도 있을 텐데.
"그렇다. 아마 배구가 뒷받침돼야 엘리트 배구도 발전할 수 있다. 그게 내 신념이다. 유소년, 시니어 선수까지 지원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
- 협회 재정이 열악한 데다 상위 단체 지원금으로 아마 배구를 지원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배구 클럽팀 지도를 맡으러 중동 지역에 진출했고, 현지에서 호텔과 요식업을 통해 사업에 성공했다. 내 사비를 내놓아 배구인에게 돌려주고 싶다. 회장에 당선되면 약 3년 6개월간의 임기 내 배구 축제든 대회든 행사를 열고 소요되는 경비가 발생하면 2~3억원의 비용이라도 내놓을 생각이다. 주니어 육성 기금까지 하면 그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다. 아마 배구 협회장을 역임할 때도 개인 사비로 유소년 선수 장학 사업을 했다. 어린 학생들이 장학금을 통해 선수로서의 열망과 꿈을 키워 나가길 바랐다. 앞으로는 더 피부에 와닿게끔 하고 싶다. 아마 선수가 프로 선수의 꿈을 크게 키우는 데 있어 브리지 역할을 하는 일꾼이 되고 싶다."
- 지난해 대한배구협회가 국민생활체육전국배구연합회와 통합했다. 생활체육 배구에도 신경 써야 하는데.
"생활체육인이 즐겁게 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소신이다. 생활체육으로서의 동호인 배구 대회가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깊은 고민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조금 전에도 얘기했지만 전국 단위의 '생활배구축제한마당'도 고려 중이다."
인터뷰 도중 오 후보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며 한 가지 제안을 했다.
"10년 넘게 유소년, 청소년, 아시아선수권 등 협회 차원의 국제 대회 유치가 전혀 없었다.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 아시아배구연맹에서도 섭섭해하며 의아해하는 부분이다. 일본은 이런 대회를 매년 개최하며 어드밴티지를 잘 이용했다. 반면 우리는 배구 위상에 비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태국도 아마 국제 대회를 자주 개최한다. 대학배구연맹 회장 재임 당시 미국과 호주, 중국, 카자흐스탄, 일본 등 6개국 초청 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오 후보자는 "국제 대회 유치를 통해 한국 배구의 위상을 제고하고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