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27일 잠실 SK전에 앞서 주전 포수 양의지(30)와 주전 외야수 민병헌(30)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예견됐던 일이다. 둘은 지난 25일 잠실 롯데전에서 4회 상대 선발 박세웅의 직구에 연속으로 손가락을 맞았다. 당일 곧바로 엑스레이 촬영을 했을 때는 큰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26일 강동경희대병원 재검진에서 골절 진단을 받았다. 양의지는 왼손 중수골 미세 골절, 민병헌은 오른손 약지 중절골 골절이다.
수술은 받지 않아도 된다. 대신 27일 오전 일본 요코하마로 떠났다. 일본 이지마 치료원에서 2주 정도 집중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두산은 "해당 병원은 전기 치료로 유명하다. 치료 및 통증 제거 기간을 최대한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양의지와 민병헌은 국가대표 포수와 외야수다. 두산 타선과 수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크다. '대체 불가 선수'로 분류된다. 3위 탈환 기회였던 SK와의 홈 3연전을 앞두고 터진 악재라 두산으로선 더 아쉽다.
한화도 에이스를 잃었다. 몸값 150만 달러를 받는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4)가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다. 지난 26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염증이 발견됐다. 곧바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두 번째 부상이다. 지난달 21일 대전 삼성전 벤치 클리어링 때 몸싸움을 벌이다 왼손 새끼손가락 인대가 파열된 게 첫 번째였다. 다행히 공을 던지는 손이 아니라 회복 기간이 짧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피칭과 직접 연관된 부위다. 2~3주 정도 휴식이 필요하다.
이미 알렉시 오간도가 허리 통증으로 2군에 가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투수 없이 전반기를 마무리해야 할 판이다. 또 다른 선발투수 이태양도 6월 방어율이 9점대에 이르는 부진 끝에 25일 2군에 갔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부상은 어느 팀, 어느 선수나 피할 수 없는 암초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느닷없이 찾아온다. 바로 이때 팀 전력의 민낯이 드러난다. '이'가 빠졌을 때 대체할 '잇몸'이 얼마나 튼튼하냐에 팀의 명운이 달려 있다.
KIA의 선두 독주를 저지한 NC가 좋은 예다. 개막 후 승승장구하던 외국인 투수 제프 맨쉽과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가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팀 성적을 끌어 올렸다. 주축 타자 박석민과 나성범이 이탈했던 자리 역시 훌륭하게 메웠다. '완전체'가 아닌 NC도 충분히 무섭다는 점을 상대팀에 보여 줬다.
두산은 일단 백업 포수 박세혁과 외야수 정진호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박세혁은 지난해에도 양의지가 부상으로 이탈한 사이 안방을 지키면서 두산의 '제2 포수'로 올라섰다. 정진호는 올해 사이클링 히트라는 대기록을 5회 만에 작성하면서 백업 선수의 반란을 일으켰다.
한화는 더 난감하다. 기존 선발진인 배영수, 윤규진, 김재영도 부침을 겪는 상황에서 새 얼굴까지 찾아야 한다. 2군에서 선발로 던졌던 김범수를 일단 임시 선발로 고려하고 있지만 비야누에바의 자리를 대체할 선발 후보 한 명을 더 골라야 한다.
강팀의 저력은 위기 때 나타난다. 더 이상 뒤처져서는 안 되는 시기. '난세의 영웅'은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