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열 SBS Sports 해설위원은 최근 롯데 상승세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답했다. 그는 "타격감이 살아난 이대호가 4번 타순에서 중심을 잡아 주다 보니 시너지가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잠시 사라졌던 우산효과가 다시 나타났다. 이대호가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그는 6월 첫 16경기에서 타율 0.266·10타점에 그쳤다. 장타도 없었다. 4번 타자가 흔들린 롯데는 이 기간 4승12패로 부진했다.
셋째 주부터 달라졌다. 6월 21일 kt전에서 5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이달 첫 홈런을 치며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14경기 만에 2타점 이상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주엔 롯데의 무패(4승1무) 행진에 기여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LG와의 주 중 3연전 2차전에선 8-9로 뒤진 연장 12회말 동점 솔로홈런을 치며 팀을 패배에서 구해 냈다. 주말 NC전에서도 1차전 7회 쐐기 3점홈런, 2차전 5회 역전 3점홈런을 쳤다. 이대호를 앞세운 롯데는 7월 2일 3차전에서도 2-1로 승리하며 NC를 상대로 1099일 만에 3연전 전승을 거뒀다.
타격감이 안 좋을 때는 몸 쪽 직구 공략에 애를 먹었다. 타이밍이 늦다 보니 파울이 많았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상대 투수의 결정구를 맞이해야 했다. 자신의 부진이 팀 패배로 이어지면서 조급함도 엿보였다. 6월 첫 16경기에서 기록한 타석당 투구 수는 3.49개다. 5월까지는 3.65개를 기록했다. 8.5%던 헛스윙 비율도 11.9%로 상승했다.
하지만 6월 셋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출전한 11경기는 세부 기록이 좋아졌다. 장타 생산이 늘어나자 상대 투수들이 쉽게 몸 쪽으로 승부하지 못했다. 덕분에 이전 16경기에서 21.6%던 파울 비율도 14.8%로 줄였다. 타석당 투구 수도 3.71개로 높아졌다. 헛스윙 비율은 8.5%로 낮췄다. 풀카운트 승부(8회)가 11개 볼카운트 중 가장 많았을 만큼 끈질긴 승부를 했다. 잠시 흔들렸던 타격 밸런스를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앞뒤 타자들의 타격감 상승도 이대호가 현재 페이스를 이어 가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주로 리드오프로 나서는 손아섭은 시즌 내내 타격감이 꾸준하다. 6월 출전한 25경기에선 타율 0.388·출루율 0.474를 기록했다. 지난 5월 23일 옆구리 부상에서 복귀한 전준우도 정상 컨디션을 되찾고 3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강민호는 6월 9홈런과 21타점을 기록하며 이 부문 팀 내 1위를 기록했다. 체력 부담이 큰 포지션이지만 최근엔 5번으로 꾸준히 나선다.
출루율이 높은 손아섭 전준우가 기회를 만들고, 장타력이 물오른 강민호가 뒤에 버티고 있다. 이대호를 피해 갈 수도 없다. 상대 배터리는 연이어 들어서는 강타자를 상대하며 피로감이 쌓인다. 롯데 공격은 선순환이다.
이대호는 6월 마지막 주 조아제약 주간 MVP까지 선정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주 5경기에서 타율 0.353·3홈런·8타점을 기록했다. 이대호는 "그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지 못했다. 부족했다"며 "앞으로 더 잘하라고 주는 상으로 알겠다. 열심히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