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41·삼성)은 '라이언킹'과 '국민 타자' 외에 또 하나의 별명이 있다. 바로 '포항 사나이'다.
은퇴 전 마지막으로 찾은 포항구장에서도 어김없이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이승엽은 4일 포항 롯데전에서 홈런 2개를 쏘아올렸다. 0-0 동점이던 2회 무사 1루에서 상대 선발 송승준의 5구째 시속 143㎞ 직구를 잡아 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시즌 15호)을 쳤다. 4회 2사 후에도 큼지막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그는 2-1로 쫓긴 7회 2사 후 이번에도 송승준을 상대로 시속 143㎞ 직구를 받아쳐 솔로 홈런(16호)을 때려냈다. 결승 홈런과 쐐기 홈런. 지난 6월 24일 대구 한화전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로 한 경기 2홈런을 기록했다. 후배 구자욱(15개)을 단숨에 제치고 팀 내 홈런 선두로 올라섰다.
삼성의 두 번째 홈인 포항구장은 2012년 개장했다. 이승엽이 8년간(2004~2011년)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KBO 리그에 복귀한 바로 그 시즌이다.
포항구장은 그 후 삼성에 '약속의 땅'으로 통한다. 삼성은 2012년 개장한 포항구장에서 4일까지 42경기를 치러 32승10패(승률 0.762)를 올렸다. 그 비결을 얘기할 때 이승엽의 이름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그는 포항에서 가장 강한 선수다. 포항구장 37경기에서 타율 0.372, 15홈런, 4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승엽은 포항구장에서 홈런과 타점이 가장 많은 선수다. 그 다음으로는 전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가 홈런 5개, 최형우(현 KIA)와 박석민(현 NC)이 27타점으로 각각 이승엽의 뒤를 잇고 있다. 차이가 꽤 크다. 이승엽은 포항구장 통산 홈런 1위뿐 아니라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2014년 7개) 선수로도 KBO 레코드북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이뿐 아니다. 이승엽은 포항구장에서 10.3타석당 1개 꼴로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2012년 국내에 복귀한 뒤 타석 수 대비 홈런이 가장 높은 장소가 포항구장이다. 그 다음이 울산구장 11타석당 1홈런(3경기), 마산구장 12.3타석당 1홈런(32경기)이다. 2012년부터 올해 7월 4일까지 이승엽은 22.4 타석당 1개 홈런을 기록 중이다. 포항구장 성적이 평균을 뛰어넘고도 남는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개인 통산 OPS(출루율+장타율)도 포항구장에서 가장 높다. 포항구장 OPS는 1.191(장타율 0.759, 출루율 0.432). 그가 그동안 밟았던 16개 구장(대구 시민, 광주 무등, 목동, 울산, 군산 구장 포함) 중 가장 높다. 홈런이 많아 장타율이 높고, 여기에 출루율까지 더해져 OPS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
"타격감이 안 좋으면 포항에 특타하러 와야겠다"던 이승엽은 "지난해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 개장 전까지는 포항구장이 아주 좋아보였다"고 했다. 김한수(46) 삼성 감독은 "포항구장의 기운이 이승엽과 잘맞는 것 같다"고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