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구장에서 유독 좋은 기운을 발산하는 선수가 있다. 좋은 기억이 쌓이면 자신감이 붙고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속팀에도 힘이 된다.
포항구장에서 강한 삼성 이승엽이 대표적이다. 이승엽은 지난 4일 포항 롯데전에서 홈런 두 개를 터뜨렸다. 포항만 가면 연일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기념비적인 역대 최초 통산 400호 홈런도 바로 포항에서 나왔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이승엽은 6일 경기에서 현역 선수로는 마지막으로 포항구장 그라운드를 밟게 된다. 이승엽에게도, 삼성에도 그리고 포항의 팬들에게도 아쉬운 순간이다.
LG 베테랑 박용택은 사직구장과 궁합이 좋다. 돋보이는 성적과 의미 있는 활약이 이어졌다. '사직택'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직 롯데전 72경기에 나선 그는 타율 0.354·12홈런·51타점·출루율 0.419·장타율 0.554를 기록했다. 최근 4시즌 중 세 번이나 4할 타율을 넘겼다. 2013년과 2014년은 그해 박용택의 구장별 최고 타율이기도 했다.
올 시즌엔 사직 롯데전에서 0.211(19타수 4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존재감은 과시했다. 6월 27일 경기에선 9회와 10회 연속 볼넷으로 출루했다. 상대 투수는 경기 후반 중요한 순간에 사직구장 성적이 좋은 박용택과 쉽게 승부하지 못했다. 9-9 무승부로 끝난 27일 경기에선 6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박용택은 "특별히 사직구장이라고 해서 다른 기분이 들진 않는다. 루틴대로 경기를 준비한다"고 했다. 다만 "타석에서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은 든다"고 귀띔했다. 외야석이 넓고 펜스가 높은 구조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잠실구장도 비슷한 구조다.
2014년 개장한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는 넥센 4번 타자로 거듭난 김하성이 돋보인다. 2015년 주전으로 올라선 그는 챔피언스필드에서 출전한 26경기에서 타율 0.402를 기록했다. 2016년 9월 20일 KIA 원정경기에선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에 1개 부족했던 홈런을 마침내 채우기도 했다. 통산 타율이 0.282인 SK 내야수 김성현도 2014년 이후 나선 KIA 원정에서 타율 0.390을 기록하며 강한 면모를 보였다.
kt 포수 이해창은 지난해 1군 포수로 자리 잡았다. 타격보다는 수비 능력이 돋보이는 선수다. 하지만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만큼은 무서운 타자다. 지난해 9월 7일 삼성전에서 1경기 3홈런을 기록했다. 4타점을 올리며 팀의 13-9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5월 23일부터 열린 올 시즌 첫 대구 원정 3연전에서도 8타수 5안타(2홈런)를 기록했다. 24일 2차전에서는 4-4던 연장 10회초 권오준을 상대로 만루홈런을 때려 내기도 했다. 라이온즈파크에서만 타율 0.455(22타수 10안타) 5홈런을 기록했다. 이해창은 오는 15일 라이온스파크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 감독 추천 선수로 참가한다. 인연이 남다른 장소인 만큼 활약이 기대된다.
마산구장에서는 SK 주전 포수 이재원의 타격감이 유독 좋다. 지난 4시즌(2013~2016년) 동안 타율 0.394·5홈런을 기록했다. 원정팀 선수 중 가장 높은 타율이다. KIA 최형우는 인천 행복드림구장에서 강했다. 최근 4시즌 동안 32경기에 출전해 타율 0.411·11홈런을 기록했다. 수원 kt위즈파크 강자는 한화 윌린 로사리오가 예약했다. 지난 6월 16일부터 시작된 kt와의 주말 3연전에서만 홈런 8개를 쳤다. 올 시즌 홈팀을 포함해 위즈파크 최다 홈런(10개)을 기록한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