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뮤지스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섹시'다. 그래서 편견도 많은 그룹이다. 멤버들과 딱 5분 이야기하고 '섹시'라는 이미지는 머릿속에서 삭제했다. 그 자리를 채운 단어는 '털털'이었다. 경리는 맏언니지만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없다며 "제가 그렇게 무섭냐"고 수차례 되물었다.
"후배들이나 선배들도 말을 걸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심지어 대중들도 저에게 말을 안 걸어요. 아무나 말 걸어주세요."
혜미는 리더로서 멤버들의 이야기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소진은 고양이상의 얼굴과 달리 순박함 그 자체였고, 금조는 막내지만 할 말은 하면서 톡톡 튀는 매력을 보였다.
나인뮤지스는 데뷔 8년 차이지만 1위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만년 2위 그룹' '실력은 좋은데 뜨지 못하는 그룹'으로 불렸다. 이들도 이런 수식어를 모를 리 없었다. 8년 동안 '희망 고문'을 받으며 '행복설'로 자신들을 위안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때 경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소진도 마찬가지였다.
"'갈 길이 멀었다'가 아니라 '아직도 올라갈 길이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나인뮤지스는 7월 2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두 번째 단독콘서트를 연다.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에 나설 예정. "두 번째 단독 콘서트인 만큼 더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 알려드리긴 어렵지만, 대박 무대가 준비 중이니 기대해도 좋다"며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①편에 이어
- 데뷔할 땐 성공을 꿈꾸지 않나요.
혜미 "반대였어요. 7년 계약을 했는데 7년이 되기 전에 나인뮤지스가 공중분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급하게 나온 것 같고 준비가 안됐다고 자책했어요. 당시 민하와 '너무 데뷔 하기 싫다'는 말을 할 정도였죠. 당시 컨셉트가 가터벨트를 차고 무대에 오르는 과한 섹시였어요. 대중들에겐 인식이 안 좋았죠. 멤버들도 갓 스무살이라 거부감이 있었어요."
- 그런데 7년을 넘어섰죠.
혜미 "앨범을 내고 유지를 하면서 큰 성과를 이루진 못 했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렸어요. 7년이란 시간을 나인뮤지스와 느리지만 차근차근 이뤄낸 것에 뿌듯해요. 톱을 못 찍은 건 아쉽지만 단독 콘서트도 팬클럽 2기도 모으고 있고요. 걸그룹에게 2기는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 (인터뷰 중)경리 씨는 왜 눈물을 흘리나요.
경리 "응어리가 있어요. 팬들은 아직도 저희가 좋다고 하는데 힘들다고 생각한 게 부끄러웠어요. 팬들은 긍정적으로 기다려주는데 왜 이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라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당당해지고 싶어요. 팬들에게 정말 기쁜 눈물을 흘리게 하고 싶어요. 그런 기회를 못 드리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나요."
- 많이 서글펐나 봐요.
혜미 "한 해에 데뷔하는 팀만 수십 팀이고 그 안에서 사라지는 팀이 수십 팀이에요. 좁고 치열한 아이돌 시장에서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러워요."
금조 "100위에 못 들어서 속상하지만, 100위에 들어가기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연습생이었을 때 나인뮤지스는 우러러보는 그룹이었어요. 스타제국 들어와서 1년 동안 처음으로 '독기 품었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연습했어요. 그렇게 합류하게 된 그룹이에요. '정상을 못 찍었어요. 순위가 낮아요'라는 말에 공감 하기 힘들어요. 나인뮤지스 일원으로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이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정말 진심이에요."
- 다들 같은 생각인가요.
경리 "금조는 팀에 합류한지 이제 2년 됐어요. 처음엔 금조처럼 행복했어요. 그런데 이 감정을 6~7년 동안 반복해서 느끼니 '희망 고문'이 따로 없었어요. 점차 지쳤던 것도 사실이에요. 팬들이 1위를 만들어주는 음악방송에서 몇번 1위 후보에 올랐지만 매번 실패했어요. 팬들 앞에서 얼굴도 못 들겠고, 정말 죄송했어요."
- 혜미는 재계약을 했죠.
혜미 "경리 언니와 같은 감정을 저도 느꼈어요. 그런데 재계약을 하면서 많이 내려놨어요. 나인뮤지스를 놓고 싶지 않았거든요. 나인뮤지스로 못 해본 게 너무 많아요. 제가 나가게 되면 나인뮤지스의 미래는 불투명해요. 멤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클 것 같았어요."
- 언제 재계약을 하겠다고 결심했나요.
혜미 "지난해 나인뮤지스A를 발표하기 전에 경리 언니에게 나인뮤지스A 활동을 하면 재계약을 할 거라고 얘기를 했어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나인뮤지스를 지키고 싶었어요."
- 그래서 슬럼프가 왔군요.
혜미 "지난해 멤버들이 탈퇴를 하면서 슬럼프가 시작됐어요. 그런 고뇌들을 나인뮤지스A로 활동하면서 삭혔다가 활동이 끝나니 다시 공허해졌어요. 계약 종료 시즌이 다가오니까 고민도 많아 졌고요."
- 다른 멤버들은 재계약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요.
소진 "짐작으로 그런 얘기를 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쉽사리 물어보진 못했어요. 어떤 얘기를 해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었어요. 나중에 재계약 얘기할 때 고마웠어요."
혜미 "우리가 안 한다고 하면 고향에 내려가서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채용 공고를 봤다는 소리를 나중에 듣고 너무 슬펐어요."
금조 "오랜 꿈이 가수였고, 그 꿈을 위해 쉼 없이 달렸어요. 고작 2년 밖에 안 됐는데 솔로를 할 수도 없잖아요. 가수를 안 한다고 생각하니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잖아요. 언니들이 반가운 얘기를 해줘서 정말 고마웠죠."
- 소진 씨는 랩을 안했는데 랩 포지션을 맡았어요.
소진 "사실 랩을 못해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원래 포지션이 춤이에요. 애린 언니가 탈퇴하면서 랩을 맡을 멤버가 없었어요. 그때 마침 랩을 배우고 있어서 래퍼로 전향을 했죠. 애린 언니는 목소리도 좋고 랩도 잘하는데 제 목소리가 '먹히는 목소리'라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 '입술에 입술' 때 대대적으로 공개했죠.
소진 "목소리 톤이 낮은 편인데 '입술에 입술' 랩은 위로 높여서 하는 랩이 더 힘들었어요. 반면 '기억해'는 제 목소리 톤과 맞아서 다행이에요. 그래도 퍼포먼스와 함께 하니까 벅찬 부분이 있어요."
- 그래도 랩을 잘하던데요.
소진 "반응은 좋지 않았어요. '굳이 랩을 시켰냐. 빼라'라는 댓글을 보니 슬펐어요. 몇 개월 쉬는 동안 랩에 미쳐서 지낼 수 있었는데 그만큼 랩에 대한 열정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돌아오는 질타도 제 잘못이고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해요. 보컬들이 잘해주고 있어서 폐를 끼치면 안 되겠다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 다른 멤버들은 소진 씨의 고민을 알고 있었나요.
경리 "얘기를 잘 안 해요. 옆 사람에게 피해를 안 주려는 성격이에요. 소진이도 노래를 좋아하고 목소리도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어쩔 수 없이 랩 파트를 받아서 힘들었을 거예요. 정말 코가 꿴 거죠. 이 부분을 대중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제 시작한 래펀데 안 좋은 눈으로만 보면 기가 꺾이는 것 같아요."
- 나인뮤지스는 눈물이 많네요.
혜미 "경리 언니와 소진이 정말 눈물이 많아요. 경리 언니는 팬사인회 때도 울었어요." 경리 "술이 들어와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웃음)"
- 댓글을 많이 보나요.
경리 "네. 안 될 때는 응원글이 많았어요. 또 자주 나오면 질타를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때그때 분위기를 타는 것 같아요.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댓글은 볼 필요 없고 좋아해주시는 말만 보려고 해요. 부족하다고 지적해주시면 채우면 돼요. (멤버들에게 "우리 잘 하고 있고 자신감 가지자. 짠!")"
- 나인뮤지스가 발표한 노래 중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곡이 있다면요.
경리 "'돌스' '드라마'가 성공했죠. 대중들이 모를 수 있는데 '뉴스'도 명곡이에요. 나인뮤지스 곡 중 하나도 부끄러운 곡이 없어요. 안 들으신 분들이 많을 뿐이지 들으시면 다들 좋다고 해요. 우리에 대한 광심도가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 우리에게 노래를 원하지도 않고 비주얼을 더 많이 보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우리를 보면 누군지 모르는 분들도 많아요.(웃음)"
- 어떻게 해야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까요.
경리 "혼자가 아니라 멤버들과 함께 예능에 나가고 싶어요. 항상 저만 불러서 제가 나인뮤지스인 걸 모르나 싶기도 해요. 네 명의 케미를 알려주고 싶어요."
- 다들 어떤 매력을 갖고 있나요.
경리 "사실 전 그룹에서 노잼 담당이에요. 저는 철이 들고 있는 편이에요. 예전에는 예능에서 생각 안하고 말을 했는데 지금은 자꾸 '현타(현실자각타임, 욕구 충족 이후에 밀려오는 무념무상의 시간을 일컫는 신조어)'가 와요. 자꾸 아줌마 같은 행동을 하는 것 같아요. 저 보다 한살이라도 어린 친구들을 팔짱 끼고 지켜보고 있어요. 이들의 활약이 부각됐으면 좋겠어요."
혜민 "금조는 엉뚱하고 능청스러워요. 빼는 것도 없고요. 그런데 멍석을 깔아주면 잘 못하죠.(웃음)"
소진 "멤버들이 키가 커서 센 이미지가 있어서 털털한 것과 거리 멀고 차가울거 같다고 하는데 사실 진짜 웃겨요. 반전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