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뮤지스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섹시'다. 그래서 편견도 많은 그룹이다. 멤버들과 딱 5분 이야기하고 '섹시'라는 이미지는 머릿속에서 삭제했다. 그 자리를 채운 단어는 '털털'이었다. 경리는 맏언니지만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없다며 "제가 그렇게 무섭냐"고 수차례 되물었다.
"후배들이나 선배들도 말을 걸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심지어 대중들도 저에게 말을 안 걸어요. 아무나 말 걸어주세요."
혜미는 리더로서 멤버들의 이야기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소진은 고양이상의 얼굴과 달리 순박함 그 자체였고, 금조는 막내지만 할 말은 하면서 톡톡 튀는 매력을 보였다.
나인뮤지스는 데뷔 8년 차이지만 1위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만년 2위 그룹' '실력은 좋은데 뜨지 못하는 그룹'으로 불렸다. 이들도 이런 수식어를 모를 리 없었다. 8년 동안 '희망 고문'을 받으며 '행복설'로 자신들을 위안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때 경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소진도 마찬가지였다.
"'갈 길이 멀었다'가 아니라 '아직도 올라갈 길이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나인뮤지스는 7월 2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두 번째 단독콘서트를 연다.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에 나설 예정. "두 번째 단독 콘서트인 만큼 더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 알려드리긴 어렵지만, 대박 무대가 준비 중이니 기대해도 좋다"며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②편에 이어
- 음악방송에서 후배들 보면 귀엽겠네요.
경리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지 정말 귀여워요. 아이라인을 항상 올려서 그렸더니 친구가 안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내려서 그린 지 2년이 됐어요. 그래도 무섭나 봐요. 친구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 누구와 가장 친해지고 싶나요.
경리 "저와 너무 별개인 친구라서 말하기 좀 힘들어요."
- 궁금해요.
경리 "트와이스 사나요.(웃음) 가끔 직캠도 찾아봐요. 정말 귀엽지 않나요. 그런데 어려서 말 걸기 좀 그래요. 지나가다가 얘기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소진 "우린 마음이 열려있어요 다가와 주시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여자친구 분들이 방송에서 나인뮤지스가 좋다고 얘기해줘서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 후 '아이돌 육상 대회'에서 만나서 얘기하다가 친해졌어요."
- 왜 말을 걸기 힘들어 할까요.
경리 "예전에 우리 멤버들 보고 무서워서 저도 모르게 인사한 적이 있었어요. 화장실에서 마주쳤는데 우리 멤버들한테 인사했죠. 무서운 아우라가 있어요.(웃음)"
혜미 "연차가 높아서 신인들이 다가오기 어려운 것 같아요."
- 대기실에만 있는 것 아닌가요.
경리 "대기실 밖에 돌아다녀도 말을 안 걸어요. 전 가끔 말 걸긴 해요. 얼마 전 우주소녀에 다영이 인사를 해서 몇 마디 나눴어요. 언니 이미지는 탈피 하지 못 할 것 같으니 동생들이 다가왔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열려 있어요. 지나갈 때 말만 걸어줬으면 좋겠어요. 눈 마주치면 말 좀 걸어주세요. 무서운 언니들 아니에요.(웃음)"
- 스타제국 기둥이에요.
혜미 "오히려 주력상품이 돼서 좋아요. 회사에 팀이 몇 없으니 우리에게 올인 하잖아요. 다만 가족 같은 북적북적함이 없어서 가끔 허전해요. 또 우리가 후배들을 이끌어가야 하는 입장이라 의지할 수 있는 선배가 없는 게 아쉬워요. (박)정아 언니 보면 힘든 점을 얘기도 했었는데 그런 게 없네요."
- 임팩트는 말을 자주 거나요.
경리 "임팩트도 우리에게 말을 안 걸어요. 강아지 데려왔을 때 한 번 말을 걸더라고요. '누나 강아지 만져 봐도 돼요'라고(웃음)"
- 연애를 할 나이예요.
경리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웃음)"
- 여자들이 모이면 남자 얘기를 할 텐데요.
혜미 "남자 얘기를 잘 안 해요. 팬들에게 남자 얘기를 해도 '이제 만날 때지'라고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경리 "대기실에서 TV로 남자 아이돌 무대에 오르면 '멋있다'면서 지켜보긴 해요. 마인(나인 뮤지스 팬클럽) 분들이 남자 얘기하지 말라고 하는데 더 얘기하려고 합니다. 다시 말합니다. 저 스물여덟이에요.(웃음)"
금조 "우린 연애 못 하게 하면서 팬클럽에서 눈이 맞아 사귀더라고요. 얼마 팬사인회 와서 '누나, 저 누구누구와 눈 맞아가지고요' 라면서 고백하더라고요."
- 공개 연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리 "팬들이 사귀어도 우리에게 들키지만 말라고 해요. 그래서 조심하려고요. 그런데 남자든 여자든 저에게 말을 안 걸어요.(웃음)"
- 금조는 존재감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경리 "막내잖아요. 금조는 팬을 모으는 포인트가 있어요. 가끔씩 나오는 생활형 애교에 다들 녹아요."
혜미 "예전엔 없었는데 언니들에게 아양을 떠는 상황이 생기면서 터득하게 된 애고 같아요."
금조 "정말 애교가 없었는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 것 같아요.(웃음)"
- 본인이 생각하는 팀내 위치는 어느 정도인가요.
금조 "언니들에게도 처음 얘기하는 건데, 지난해 데뷔 첫 단독 콘서트를 마치고 펑펑 울었어요. 언니들은 무대를 망쳐서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피해 의식이 있었어요. 팬들이 들고 있는 팻말이 저를 향한 게 아닌 것 같았어요. 제가 없어도 2000명이 자리를 다 채울 것 같았어요. 회식 때 스태프와 멤버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는데, 감히 제가 가서 '왜 울어요. 우리 잘했어요'라고 말을 할 수 없었어요."
- 지금도 피해의식이 있나요.
금조 "으샤으샤 하고 있어요. 제 위치에도 만족하고 있고요. 원래 긍정적인 아이였는데 데뷔하고 나서 걱정이 많아졌어요. 요즘엔 원래의 저를 찾은 것 같아요."
- 고민이 있을 때 누구에게 털어놓나요.
금조 "소진 언니에게 많이 털어놔요. 숙소에서 생활도 했고, 스타제국 전 회사에서부터 같이 지냈어요. 다른 언니들에 비해 속 얘기를 많이 꺼내는 편이에요."
소진 "저도 금조한테 많이 털어놓는 편이에요."
- 각자 개인 집에서 생활하죠.
경리 "숙소 생활 하고 싶어요. 넷이 살아본 적이 없어요."
혜미 "(경리에게 "지원해줘.") 개인집도 있고 숙소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활동기엔 숙소 생활하는 시스템은 좋은 것 같아요."
금조 "트러블을 일으키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각 방이 아니더라도 2인1실을 써도 아무 트러블 안 생길 것 같아요."
- 막내는 의견을 제시하기 힘들지 않나요.
금조 "속으로 생각하는 이야기를 혜미 언니가 먼저 제시해줘서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경리 "제가 언니지만 혜미 의견을 잘 따라가요. 제가 깐깐할 것 같다고 하는데 전혀 아니에요. 대화를 1분 만 해도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대중들도 저에게 말을 걸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 이미지와 실제가 다른 사람이 있나요.
경리 "소진이요. 말수가 없어서 세게 보이는 것 같아요. 처음엔 새 멤버라서 착한 척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변하질 않더라고요. 착한 게 성격이에요." 금조 "태어나서 본 사람 중에 가장 순둥이에요."
- 누가 가장 팬이 많나요.
경리 "비슷해요. 그런데 우리 팬들은 응원 와서 전광판을 안 들어요. 우린 그런 것 하나로 힘이 나는 사람들인데 말이죠. 무대 위에 있으면 전광판만 보여요. 안 들고 있으면 얼굴도 안 보여요. 전광판을 들어주세요."
혜미 "멤버들 각자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좋지만 나인뮤지스 그룹 자체를 응원해줬으면 좋겠어요. '나뮤나뮤나뮤' 이런 문구 좋아요."
- 본인들 이름도 검색하나요.
소진 "얼마전 멤버들에게 나인뮤지스 검색하다가 들켰어요. 타 팬이 우리 칭찬 글을 써줄 때가 가장 기뻐요. 제 이름 검색하다가 걸스데이 소진의 글에 '좋아요' 누른 적도 있어요.(웃음)"
혜미 "전 검색을 귀찮아해요. 트위터 멘션만 봐요."
금조 "저는 이름이 특이해서 검색 적중률 100%예요. 중복되는 단어는 '조금조금씩' 밖에 없어요."
경리 "검색을 많이 하는 편인데 경리를 검색하면 '경리단길'이 가장 많이 나와요. 그래서 경리단길 맛집 꿰고 있어요.(웃음)"
- 데뷔 8년차 나인뮤지스의 만족도를 점수로 매겨볼까요.
금조 "9.5점요. (경리 "거짓말 하지마. 그렇게 하면 안 돼") 0.5점은 '행복 주문'을 거는 게 슬프다걸 의미해요."
경리 "7점요. 나머지 3점은 대중들에게 사랑 받으면서 채우고 싶어요. 사랑 받으면 예뻐진다는 말이 있잖아요. 가수에 대한 부분에 관심을 더 주셨으면 좋겠어요."
소진 "8점. 이 무대를 하고 있다는 자체가 감사해요."
혜미 "5점이요. 부정적인 뜻의 점수가 아니에요. '갈 길이 멀었다'가 아니라 '아직도 올라갈 길이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 나인뮤지스가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가 있나요.
경리 "어떤 곡을 내던지 기대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나인뮤지스 노래는 '믿고 듣는 음악'이라고. '계절을 떠나서 정말 좋다'는 느낌을 전해주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혜미 "멤버들이 저에게 속 얘기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어요. 멤버들끼리 스스럼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속 깊은 이야기는 못 들은 것 같아요. 오늘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됐어요. 연예인을 빨리 시작한 사람으로서 더 공감하고, 어떻게 해결하고 버텨왔다는 조언을 해줄 수 있잖아요. 속 앓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만약 1위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혜미 "실감이 안 날 것 같아요. 예전엔 1위하면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해야지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조차 안 해요. 1위 했을 때 어떤 모습일지 머릿속에 안 그려져요. 이제 한 번은 느껴보고 싶어요. 반은 성공했는데 나머지 반을 채우기 참 힘든 것 같아요. 그 한 끗을 넘기 힘들지만 포기 하진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