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K리그 외국인'이라고 하면 브라질 선수가 떠올랐다. 원년인 1983년부터 지난해까지 K리그에서 뛴 외국인 선수 707명 가운데 브라질 출신은 368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뚜렷한 업적도 남겼다. K리그 외국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2004년 K리그 득점왕 모따(37)와 외국인 최초로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나드손(35)은 모두 브라질 공격수였다. 지난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전북 현대는 외국인 쿼터 3장을 모두 브라질 선수(레오나르도·로페즈·에두)로 채울 정도였다.
하지만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는 '브라질이 대세'라는 공식이 깨졌다. 대신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국적의 선수들이 대거 한국 땅을 밟는 등 다국적 외국인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시즌을 앞두고 '폭풍 영입'을 펼친 강원 FC의 키프로스 국가대표 수비수 발렌티노스와 울산 현대의 오스트리아 21세 이하 대표 출신 수비수 리차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해당 국가 '1호 K리거'다.
이런 현상은 여름 이적 시장을 맞아 가속화되고 있다. 올여름 월드컵이나 가야 볼 법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선수들이 추가로 가세하면서 K리그 우승 레이스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사진=광주FC 제공 광주 FC의 신입 공격 나이얼 맥긴(30)은 가장 돋보이는 여름 영입 선수다. 상위권 도약을 꿈꾸는 광주는 지난 4일 북아일랜드 국가대표 출신 맥긴 입단을 알렸다. K리그에 북아일랜드 선수가 등록된 건 처음이다.
맥긴은 19세 때부터 국가대표로 선발돼 A매치 50경기에서 3골 5도움을 올렸다. 지난해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서는 우크라이나와 조별리그 경기에서 골을 터뜨려 북아일랜드의 사상 첫 16강 진출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에서 선수 생활을 한 그는 기성용(28)·차두리(37)와 함께 뛴 인연도 있기에 국내 축구팬들에게 익숙하다.
광주는 맥긴을 두고 "힘과 스피드, 결정력을 두루 갖춘 전천후 공격수다. 기영옥 단장이 직접 북아일랜드로 건너가 이적을 끌어냈다"고 소개했다.
▲사진=강원FC 제공 강원 FC도 한국 축구에서는 보기 드문 국적의 외국인 선수와 손을 잡았다. 강원은 지난 4일 프랑스 국적의 공격수 조나탄 나니자야모(26)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키 196㎝에 체중 90㎏의 장신 스트라이커 나니자야모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소시에다드를 비롯해 불가리아의 베레야, 프랑스의 파리 FC를 거쳤다. 강원은 그가 부상을 당한 간판 공격수 정조국(34)을 대신해 공격을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원은 "나니는 중앙 공격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활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선수 다국적 시대가 열린 이유는 중국 축구의 영향이다. 중국 리그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동아시아 축구를 바라보는 외국인 선수들의 시각도 달라졌다. 이들은 한국 K리그를 발판 삼아 중국과 일본, 중동 등 돈이 몰리는 아시아 리그 진출을 모색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외국인 영입은 공격 부문에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FC 서울은 지난달 26일 이란 출신의 중앙 수비수 칼레드 샤피이(29)를 데려왔다. K리그에서 뛰는 첫 이란 선수로 기록되는 칼레드는 그동안 이란 프로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200경기 이상을 뛴 베테랑이다.
기존에는 보기 드물던 수비수들의 영입은 최근 K리그에서 나타나는 센터백 부족 현상 때문이다. 김기희(28·상하이 선화)와 김주영(29·허베이 화샤), 광저우 헝다에서 뛰다 최근 부천 FC로 돌아온 김형일 등 국가대표 출신 K리그 정상급 센터백들이 중국과 일본행을 떠나며 공백이 생긴 것이다. 이 자리는 알렉스, 매튜(이상 호주) 등 아시아 쿼터 수비수들로 메웠지만 이마저도 어려워지면서 각 구단들이 전 세계로 스카우트 영역을 넓혔다.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10일 현재 K리그 클래식에 등록된 외국인의 국적 분포는 브라질을 비롯해 스페인·몬테네그로·이란·호주·크로아티아·헝가리·오스트리아·프랑스·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일본·니제르·세르비아·베트남 등 무려 15개국(36명)에 이른다. 과거 브라질 선수들이 득세하던 시절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다양한 국가 출신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아직 외국인 선수 영입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구단을 고려하면 K리그에서 뛸 외국인들의 조합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