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시간 끝에 빛을 본 두 투수가 불펜진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조정훈(32)과 배장호(30)의 팔에 롯데의 후반기 성적이 달렸다.
롯데는 올 시즌도 헐거운 허리진 탓에 고전하고 있다. 지난 11일까지 블론 세이브 15개를 기록했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장시환이 6개, 윤길현과 박시영이 각각 2개를 기록했다. 셋업맨이 부진했다.
그나마 필승조로 내세웠던 이들마저 1군에 없다. 부진 탓에 2군으로 내려갔다. 불펜 운용이 어려워 보였다. 차재용 김유영 강동호 등 젊은 투수들에게 필승조를 맡기는 건 위험 부담이 크다.
하지만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새 필승조 구축 가능성을 봤다. 3-3이던 8회말 등판한 조정훈이 실점하지 않았고, 4-4 동점이던 연장 10회에 나선 배장호는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냈다. 롯데는 연장 11회초 신본기의 적시타에 힘입어 5-4로 승리했고 배장호는 승리투수가 됐다.
조정훈은 부활을 노린다. 그는 2010년 6월 13일 사직 한화전 이후 지난해까지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세 번이나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2009년 다승왕(14승)에 올랐던 투수지만 '왕년의 에이스'로 잊혔다.
포기하지 않았다. 2016년 2월, 세 번째 수술을 받고 재활을 준비하던 조정훈은 "반드시 재기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2월엔 퓨처스팀 전지훈련에 합류해 복귀 시동을 걸었다. "6월 말 즈음이면 1군 무대에도 나설 수 있을 것이다"던 손상대 퓨처스팀 감독의 말이 실현됐다. 그는 지난 9일 사직 SK전에서 무려 2538일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피안타 없이 아웃 카운트 세 개를 잡아냈다. 전성기 주무기던 포크볼도 7개를 던졌다. 각도는 여전히 예리했다. 복귀 후 두 번째 등판이던 11일 한화전에서도 실점은 없었다. 안타와 희생번트를 허용하며 실점 위기에 놓였지만 2사 1·3루에서 상대한 이용규를 땅볼 처리했다.
경기 전 조원우 롯데 감독은 "타자를 상대할 줄 아는 투수다. 중요한 상황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동점 상황에서 투입했다. 필승조가 무너진 롯데에 조정훈은 단비 같은 존재였다. 경기 감각 회복과 부상 재발 방지만 신경 쓴다면 불펜 안정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우완 사이드암 투수 배장호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도 그동안 1군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투수다. 공의 움직임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공을 자신 있게 뿌리지 못했다. 피해 가는 투구로 볼넷을 자초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줬다. 과감해졌다. 성적도 좋았다. 조원우 감독도 그를 자주 활용했다. 11일 기준으로 롯데 불펜 투수 중 최다 경기(42경기)와 최다 이닝(44⅔이닝)을 소화했다.
기복은 있다. 그러나 출전 경기 수가 많아진 5월 중순 이후 성적이다. 필승조로 등판 상황을 관리받는다면 이전보다 안정감이 생길 수 있다. 오른손 투수 일변도인 불펜진에 다양성을 더할 수 있는 투수이기도 하다.
롯데는 12일 부진하던 외인 투수 닉 애디튼을 웨이버공시했다. 새 외인 투수와 함께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조정훈까지 잘해 준다면 불펜진도 안정될 수 있다. 중위권 도약도 기대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