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64) 전 감독이 이끄는 독일 원정대 '팀 차붐(Team Chabum)'이 독일 축구 원정(19~31일)을 떠나 분데스리가 클럽 산하 유스팀과 원정 3연전을 펼친다.
올해 차범근 축구상 수상자 11명과 대한축구협회 추천 선수 3명으로 구성된 팀 차붐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특급 유망주들이 모인 '드림팀'이다.
1988년 제정된 차범근 축구상은 지난 28년간 운영된 '유소년 축구 최고 권위의 상'이다. 한국 축구의 현재와 과거를 대표하는 선수 중 상당수는 차범근 축구상 출신이다. 역대 수상자로는 이동국(1991년)과 박지성(1992년), 최태욱(1993년), 김두현(1994년), 기성용(2000년), 백승호(2010년) 등이 있다.
차범근 축구교실이 주최하고 카카오가 주관하는 팀 차붐의 독일 원정은 한국 축구의 꿈나무들에게 '축구 선진국'을 방문해 견문을 넓히고 현지 유스팀과 매치를 통해 자신감을 심어 주기 위해 기획됐다. 팀 차붐은 다름슈타트(20일), 프랑크푸르트(26일), 아우크스부르크(28일) 유스팀과 차례로 맞대결을 벌인다.
차범근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축구의 중심인 분데스리가에서도 인정하는 전설 같은 인물이다. 지금의 손흥민(25·토트넘 홋스퍼) 나이와 같은 25세(1978년) 때 독일 다름슈타트에 입단한 차 감독은 이듬해 프랑크푸르트에서 뛰면서부터 독일 무대를 평정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이 시즌(1979~1980시즌) 때 15골을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1985~1986시즌까지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을 넣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1989년 은퇴할 때까지 13년에 걸쳐 통산 121골을 기록했다. 정규 리그에서 98골을 넣은 것 외에도 컵대회에서 13골, 유럽클럽대항전에서 10골을 쏘아 올렸다.
차범근의 데뷔부터 은퇴까지 모두 지켜본 프랑크 루셈(54)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 서부지역 편집장은 "차범근은 레버쿠젠과 프랑크푸르트에서 모두 톱스타였다. 그러면서도 늘 겸손함을 잃지 않는 리더의 역할을 맡았다"고 극찬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정상을 이끈 요아힘 뢰브(57) 현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현역 시절 레버쿠젠 최고 스트라이커 차범근의 백업 선수였다는 사실은 너무나 유명한 얘기다.
차 감독은 무려 30년간 한국 선수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 보유자이기도 했다. 그는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뛰던 1985~1986시즌 총 19골을 몰아넣었는데 이 기록은 최근 손흥민에 의해 31년 만에 깨졌다. 손흥민은 지난 5월 21일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 시티전에서 20·21호 골을 연달아 뽑아내며 차 감독을 넘어섰다.
현역 은퇴 뒤 차 감독은 평소 관심이 컸던 유소년 축구 발전에 힘썼다. 차범근 축구교실이 대표적이다. 그는 자신이 유럽에서 생활하며 얻은 경험을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달해 왔다. 그런 점에서 '드리블 유어 드림(Dribble Your Dream)'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떠나는 이번 독일 축구 원정은 '차범근 유소년 축구 발전 프로젝트 시즌 2'인 셈이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차 감독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팀 차붐의 중심은 지난 2월 열린 제29회 차범근 축구상 대상 수상자 전유상(14)이다. 공격수 전유상은 대동초 6학년이던 작년 2016 대교 눈높이 초등 리그 왕중왕전 우승을 이끌었다. 전유상은 이 대회 최다 득점상도 받았다.
팀 차붐의 독일 원정은 현지 유스팀과 경기를 치르는 일정 외에도 현지 축구와 문화를 보고 배우는 기회로 가득하다.
'유소년 태극전사' 14명은 이번 방문을 통해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해 하이델베르크, 아우크스부르크, 뮌헨 등 독일 전역의 주요 도시를 방문해 시내 투어를 하고 문화 체험의 소중한 시간을 갖는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한국 축구대표팀 에이스 구자철(28·아우크스부르크)을 만나는 '선후배 간 만남의 시간'도 마련돼 있다. 이 밖에도 독일축구협회 및 구단들이 팀 차붐을 물심양면으로 도울 전망이다.
팀 차붐 관계자는 "차범근 감독님이 현역 시절을 떠올리며 '큰 경험이 큰 선수를 만든다'고 자주 말씀하신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원정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꿈나무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정말 국가를 대표하는 올바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