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은 16일(한국시간)까지 39경기에 등판해 18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올린 19세이브에 한 개 차로 다가섰다. 메이저리그 데뷔 2년 만에 첫 '시즌 20세이브' 고지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순 없다. 대부분의 세부지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타자를 막지 못한다. 오승환은 지난해 피안타율이 0.190에 불과했다. 최소 40이닝 이상을 소화한 내셔널리그 불펜 투수 중 수치가 다섯 번째로 낮았다. 피장타율은 카일 바라클로(마이애미·0.238)·켄리 젠슨(LA 다저스·0.252)에 이은 3위. 그만큼 안타 그리고 장타 허용이 적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피안타율이 0.283까지 치솟았다. 최소 40이닝 이상을 기록한 내셔널리그 불펜 투수 26명 중 피안타율이 여섯 번째로 높다. 피장타율(0.476)은 현재 5할에 근접했다.
부진의 출발점은 슬라이더다. 슬라이더는 오승환을 대표하는 변화구. 지난해 구종 피안타율이 0.164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0.293으로 3할에 육박한다. 서드피치인 체인지업의 피안타율(0.200→0.381)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도 슬라이더가 위력을 잃으면서 투구 레퍼토리가 단순해진 결과다. 왼손 타자를 상대로 효율적이었던 슬라이더가 통하지 않으면서 좌타자 피안타율도 0.363(우타자 피안타율 0.209)으로 바닥을 쳤다.
슬라이더의 이상 징후는 여러 지표에서 발견된다. 지난해 26.5%였던 SwStr%(전체 투구 대비 헛스윙 비율)가 11.9%로 뚝 떨어졌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코스의 콘택트 비율(O-Contact%)은 40.5%에서 61.9%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땅볼 비율(GB%)은 52.2%에서 29.8%로, 뜬공 비율(FB%)은 29%에서 40.4%로 각각 달라졌다. 변동이 크다. 슬라이더의 헛스윙 비율은 확 내려갔고, 뜬공 비율이 많아지면서 장타 허용까지 증가했다는 의미다.
메이저리그 통계 전문 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오승환의 슬라이더 구속은 86.4마일(139.1km)에서 85.3마일(137.3km)로 소폭 떨어졌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커맨드다. 원하는 코스로 오승환이 공을 잘 못 던지고 있다. 올해처럼 실투가 많은 건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