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은 여름에 무지 덥다. 서울 광화문에서 봤을 때 한반도 정남 쪽에 있어 정남진(正南津)으로 불리는데 겨울에는 따뜻하지만 여름에는 후텁지근하다. 하지만 장흥은 이런 악조건인 날씨를 역이용, 한여름에 더 많은 여행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편백나무숲을 이용한 우드랜드를 만들었고, 무더위를 날려 버릴 국내 최대의 물놀이 축제를 연 덕분이다.
마음까지 맑아지는 편백숲 우드랜드
장흥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로 편백나무숲인 우드랜드 때문이다. 무려 100㏊에 3만 그루 가까운 편백나무가 우거져 있다. 한여름에 가면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뿜어져 나와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질 뿐 아니라 마음도 상쾌하다. 도시 생활 속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훌훌 도망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냥 숲만 우거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마련, 치유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편백 소금집은 아토피질환, 고협압, 뇌졸중 등 도시 생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들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소금집 안에는 소금마사지방, 해독방, 소금동굴, 편백방 등이 있다.
우드랜드 내 사색의 숲에는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작은 도서함을 설치해 놓았다. 또 명상 음악을 감상하고, 요가도 할 수 있다. 해먹, 대나무 원두막, 움막, 등의자 등도 있어 편안하게 쉬면서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다.
가만히 쉬는 것도 좋지만 우드랜드에서는 편백나무숲에 난 길을 따라 걸어도 좋다. 우드랜드가 있는 억불산 정상(518m)까지는 무장애 데크로드가 깔려 있다. 이름 그대로 아무런 장애가 없어 노약자나 장애인들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만든 길이다.
시원한 물싸움 열리는 정남진장흥물축제
무더운 여름을 날려 버릴 이벤트가 바로 물축제다. 시원한 물줄기 속에서 뛰어노는 여름 최고의 축제인 '제10회 정남진장흥물축제'가 오는 28일부터 8월 3일까지 7일간 장흥군 장흥읍 탐진강 수변공원과 편백숲 우드랜드 일원에서 열린다.
장흥물축제 대표 프로그램은 거리 퍼레이드인 살수대첩이다. 오는 29일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군민회관을 출발해 중앙로를 거쳐 축제장인 탐진강변까지 행진한다. 거리 곳곳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고 여기저기서 물 폭탄이 떨어진다. 물을 맞으면 맞을수록 더욱 시원하고 즐거운 특별한 시간이다. 장흥군민과 관람객들 모두가 어우러져 물축제의 진수를 맛보게 된다.
오는 28일부터 매일 오후 2시, 장흥 탐진강 변에서는 특별한 전쟁이 시작된다. 사방에서 정신없이 날아오는 물대포와 물풍선, 그리고 물총이 한데 어우러져 지상 최대의 물싸움이 펼쳐지는 것이다. 물싸움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줄 전국 수(水)태프와 축제장을 찾은 관람객이 함께 즐기는 물 난장이다.
또한 오는 29일부터 8월 3일까지 매일 오후 3시에는 '맨손 물고기 잡기'가 열리고 밤에는 유명 DJ와 함께하는 EDM & 풀파티, 뮤직 토크쇼인 '별밤 수다(水多)쟁이' 등이 열린다.
'장흥에서는 글자랑하지 마라'
남도에 가면 이런 말이 있다. '여수에서 돈자랑하지 말고, 순천에서 인물자랑하지 말고, 벌교에서 주먹자랑하지 말고, 고흥에서 힘자랑하지 마라.' 그럼 이들 지역 사이에 낀 장흥은?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장흥도 자랑할 것이 있다. 바로 '글자랑'이다.
장흥은 예부터 많은 문인들을 배출한 지역이다. 근현대에만 150명쯤된다고 한다.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서편제'의 이청준(1939~2008년)과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작가면서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인 한승원(78)이다. 이청준은 이미 고인이 됐지만 한승원은 여전히 장흥에 살고 있다. 그는 안양면에 '해산토굴'이라는 집필실을 지어 놓고 여전히 고향을 지키고 있다.
이외에도 소설가 송기숙과 이승우 등 수많은 문인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 장흥이다. 지난 2008년 국내 최초로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장흥 출신 문인들의 작품을 보려면 천관문학관에 가면 한눈에 볼 수 있다.
해산토굴 인근 여다지해변에는 '한승원 문학산책로'가 있다. 여다지 바닷가 모래언덕에 조성된 약 600m의 산책길이다. 한승원이 쓴 글을 새긴 시비가 소나무숲 사이로 30개가 줄지어 서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면서 찬찬히 그의 글을 읽으면 어느새 마음이 상쾌해지는 듯하다. 글·사진=이석희 기자
◇ 여행 정보=장흥은 서울시청에서 약 380㎞ 떨어져 있지만 차로 5시간쯤 걸린다. 물축제와 우드랜드와 함께 장흥에서 유명한 것이 바로 장흥삼합이다. 한우 키조개 표고버섯 등 장흥의 특산물인 이 세 가지를 구워서 함께 먹는 것인데 장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장흥 어느 곳에 가도 장흥삼합을 맛볼 수 있다. 이외에도 정남진전망대와 토요일마다 열리는 장흥토요시장도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