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시즌(2014~2016년)도 전반기와 최종 결과는 변동 폭이 컸다. 특히 후반기 들어 전혀 다른 경기력으로 순위 경쟁에 변수가 된 팀들이 있었다. 위로 치고 올라온 팀도 있지만 아래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순위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올해도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 줄 팀이 나올 수 있다. 최근 3시즌 결과를 바탕으로 예측해 봤다.
◇ 성적 향상 - 활력소가 된 새 얼굴
SK는 2014년 전반기를 34승47패, 리그 8위로 마쳤다. 4위 롯데와 게임차는 8경기였다. 개막 첫 달까지는 3위를 지켰다. 하지만 외인 투수 로스 울프와 조조 레이예스의 부진이 이어졌다. 주포 최정은 허리 부상을 당해 46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투수진 주축 윤희상과 박희수도 부상으로 이탈했다. 화려한 이력으로 기대를 모은 외인 타자 루크 스캇은 한국 리그에 적응하지 못해 방출됐다.
하지만 후반기부터 기세가 달라졌다. 47경기에서 27승2무18패를 기록했다. 넥센에 이어 후반기 승률(0.600) 2위를 거뒀다. 9월 5일 잠실 두산전에서 승리하며 리그 5위까지 올라섰다. 4위를 달리던 LG를 압박했다. 최종전에서 넥센에 패하며 1게임차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후반기 SK의 선전은 박수를 받았다.
급격한 반등의 원동력은 새 얼굴들의 활약이다. 외인 투수 트래비스 밴와트가 뛰어난 기량을 보여 줬고, 주축 타자 최정과 박정권도 타선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를 대신할 잇몸'이 없었다면 뜨거운 후반기를 보낼 수 없었다. 이만수 당시 감독은 이전까지 백업이던 이재원, 이명기, 임훈, 한동민, 박계현 등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2006년 1차 지명 선수 이재원은 비로소 잠재력을 발휘했다. 이명기는 후반기에만 타율 0.406을 기록하며 SK 공격의 선봉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원래 자질이 있는 선수들이 기회를 얻었고, 경험을 쌓으며 기량을 발전시켰다. 기존 주전과 시너지를 발휘하며 후반기 순위 경쟁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LG도 그랬다. 전반기는 34승1무45패, 리그 8위로 마쳤다. 하지만 후반기 67경기에서 37승1무26패를 기록했다. 후반기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승률 5할을 회복했고, 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양상문 LG 감독은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 젊은 선수들을 기용했다. 양석환, 이천웅, 이형종, 문선재, 안익훈 등 '이천 키즈'가 팀의 미래에서 현재로 인정받았다. 자리를 내준 기존 주전도 있었다. 후반기 돌풍을 이끈 이들은 포스트시즌에서도 팀의 선전을 주도했다.
◇ 성적 하락 - 불변의 법칙 '불펜 불안'
반대로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진 팀의 공통점은 불펜 난조다. 김성근 전 감독의 부임 첫해던 2015년 한화가 대표적이다. 전반기는 44승40패를 기록하며 와일드카드 진출 마지노선을 지켰다. 3년 연속 최하위팀이 돌풍을 일으켰다. 한화와 김성근 감독은 KBO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후반기엔 제자리로 돌아갔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불펜 운용이 발목을 잡았다. 특정 투수에게 등판이 집중됐다. 연투도 많았다. 84경기에서 44번이나 퀵후크를 했다. 선발투수의 조기 강판은 고스란히 불펜 과부하로 이어졌다. 권혁, 송창식 등 전반기 6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들은 후반기 부침을 겪었다.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도 실패했다. 후반기 60경기에서 36승(24패)을 올리며 승률 0.276에 그쳤다. 10개 구단 중 가장 낮은 성적이다. 후반기 막판까지 5강 경쟁을 했지만 동력이 부족했다. 정석을 벗어난 투수 운용으로 생긴 부정적 여파는 2016년에 이어 2017년 5월까지 이어졌다.
롯데도 지난해 불펜에 발목이 잡혔다. 2015년도 같은 이유로 순위 경쟁에서 밀렸다. 시즌을 앞두고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손승락, 윤길현을 영입해 불펜을 강화했다. 약점을 보완하려는 시도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두 투수는 후반기부터 부진했다.
전반기 32경기에서 4.64던 윤길현의 평균자책점은 후반기 7.67까지 치솟았다. 후반기 기출루자득점허용률(0.391)은 4할에 육박했다. 손승락의 세부 기록도 전반기보다 나빠졌다. 전반기 1개던 블론 세이브는 후반기 5개로 늘었다. 0.274던 피안타율도 0.364로 높아졌다. 후반기 블론 세이브(8개)는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39승43패, 5위로 전반기를 마친 롯데는 후반기 62경기에서 35패(27승)를 기록하며 9위에 머물렀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LG는 2014년 전반기를 33승1무44패로 마쳤다. 7위였다. 하지만 후반기는 29승1무20패를 기록하며 3위로 끝냈다. 김기태 전 감독이 시즌 중 사퇴하는 악재를 딛고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당시 LG 불펜진은 후반기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다. 공수 조화 속에 이룬 성과지만, 강한 불펜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불펜 약점을 상쇄할 만한 강점이 없는 팀은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 전반기 하위권 팀, 반전 보여 줄까
올 시즌도 전반기 상위 5개 팀의 순위 유지를 장담할 수 없다. 한 팀이 변수로 떠오르면 순위 경쟁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3년 동안 나타난 순위 변동 공식으로 보면 삼성의 선전이 기대된다. 5월까지는 15승2무34패를 기록하며 최하위에 그쳤지만, 6월 이후 치른 37경기에서는 승률 0.528(19승1무17패)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부진했던 외인 타자 다린 러프와 구자욱, 박해민의 타격감이 살아났다. 김상수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기회가 많아진 유격수 강한울은 6월 이후 출전한 35경기에서 타율 0.345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전반기 삼성의 히트 상품 외야수 김헌곤도 기대주다. 전반기 막판에 허리 통증이 있었지만 관리 차원에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후반기 힘을 보탤 전망이다.
가장 고무적인 지점은 안정감이 생긴 불펜진이다. 시행착오 끝에 장원삼-심창민-장필준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구축했다. 삼성은 6월 이후 14홀드 10세이브를 기록했다. 홀드는 공동 1위, 세이브는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접전 승부에서 '버티는 야구'를 기대할 수 있다.
상위권에 있는 두산과 SK도 불펜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두 팀 불펜진은 6월 이후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공격력이 워낙 좋기 때문에 급격한 순위 하락을 우려하는 시선은 없다. 하지만 타자들의 타격감은 언제든지 침체될 수 있다. 중위권 경쟁도 불펜 안정에 달려 있다. LG와 롯데는 공격력마저 어중간하다. LG는 주축 불펜 투수들이 전반기 후반 과부하를 겪었다. 롯데는 장시환, 윤길현 우완 정통파 투수들이 부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