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2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개막한다. 다음 달 6일까지 15일 동안 전국 41개 고교가 참가해 올해 고교 야구 최강팀을 가린다.
1967년 4월 25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성대하게 막을 올린 대통령배는 올해로 꼭 50년째를 맞는다. 반세기의 역사를 쌓아 올리는 동안 한국 고교 야구 역사를 상징하는 대회로 뿌리를 내렸다.
대통령배는 TV 중계의 시작을 알린 고교 대회다. 대한야구협회와 신문사가 공동 주관한 다른 고교 야구 대회와 달리, 대통령배는 대한야구협회와 중앙일보 그리고 동양방송이 함께 주관했기 때문이다. 방송국이 주관사로 나선 대통령배는 예선 경기부터 전국에 중계돼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제1회 대통령배 개막전은 한국 야구 최초의 야간경기로 열렸다.
첫 대회에서는 16개 팀이 토너먼트를 벌였다. 선린상고와 경북고가 맞붙은 결승전을 보기 위해 약 2만 명의 관중이 동대문야구장에 운집했다. 요즘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부럽지 않은 열기 속에서 경북고가 3-0으로 승리해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50년이 지난 올해 대회 역시 경상권 팀들의 강세가 눈에 띈다. 마산 용마고, 경남고, 경북고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지난 5년간 대통령배 우승팀은 수도권(2016년 동산고, 2014년 서울고), 전라권(2015년 광주일고, 2012년 광주 진흥고), 충청권(2013년 공주고)에서 나왔다. 경상권에 즐비한 야구 명문 고교들은 대통령배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선 왕좌 탈환을 기대해 볼 만하다. 용마고는 올해 주말리그 전·후반기 경상권B에서 우승했고, 주말리그 전반기 왕중왕전에서 준우승했다. 투타 조화가 좋다. 에이스 이승헌은 시속 140㎞대 중반의 빠른공이 강점인 오른손 정통파 투수다. 잠수함 투수 이채호, 지난해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왼손 박재영 등도 용마고 마운드를 지킨다. 4번 타자 오영수는 올해 홈런을 두 방이나 친 거포다.
경남고는 전통의 강호다. 고(故) 최동원과 이대호(롯데)를 배출한 학교다. 문재인 대통령도 경남고 재학 시절 야구를 좋아했다. 그러나 대통령배 우승 트로피는 한 번도 들어 올리지 못했다. 결승에 세 번 진출한 게 전부다. 이번 대회에서 한풀이에 도전한다. 올해 주말리그 전·후반기 부산&제주권에서 우승했고, 왕중왕전 3위에 올랐다. '리틀 최동원'으로 불리는 오른손 에이스 최민준과 '리틀 이대호'로 통하는 4번 타자 한동희가 간판이다. 고교 3년 통산 홈런 7개를 친 한동희는 2018년 롯데 1차 지명 선수다.
경북고는 초고교급 유격수로 꼽히는 배지환을 앞세워 우승을 노린다. 발이 빠른 배지환은 올해 도루만 무려 28개를 기록했다.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최다 도루상을 받았다. 올해 타율도 0.437에 이른다.
서울 팀 중에서는 덕수고가 최강으로 꼽힌다. 탄탄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올해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우승했다. 서울고도 최근 3년 사이 전국 대회 4강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우승해도 놀랄 게 없다. '디펜딩 챔피언' 동산고는 대진운이 좋다. 1회전부터 올해 창단한 안동 영문고와 맞붙는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는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전승 금메달과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신화를 목격하고 야구를 시작한 '베이징 키즈'들의 각축장이다. 시속 150㎞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가 전국에 10명이 넘는다. 10개 구단 1차 지명 선수들과 9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도 기량을 뽐낼 무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