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가 지난달 '아이코스'를 출시,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BAT코리아도 내달 초 시장 진출을 확정 지으며 양사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여기에 KT&G도 관련 제품 전담팀을 꾸리는 등 대응에 나서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글로, 아이코스에 도전장
23일 업계에 따르면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는 다음달 10일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를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 19일부터 글로의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내달 출시를 공식화했다. 할인쿠폰도 배포하고 있다.
BAT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하루빨리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글로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출시에 맞춰 홍대와 가로수길에 플래그십 스토어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는 연초를 고온으로 쪄서 수증기를 만들어 피우는 이른바 '가열 담배'다. 작년 12월 일본에서 처음 출시됐으며, 출시 6개월 만에 지역 담배 시장 7%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6월 국내에 출시된 아이코스와 메커니즘이 거의 동일해 '정면 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이코스는 출시 초기에 애연가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한국 시장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서울 광화문·가로수길 직영점에서 시작된 사전 판매에 수천 명이 몰려 화제가 됐고, 한 달이 지난 현재도 하루 판매량을 제한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BAT는 국내에서 생산한 궐련으로 아이코스와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5일에는 약 2000억원을 들여 경남 사천공장 제2·3공장 증축 공사를 완료했다. 사천공장은 향후 내수는 물론이고 수출 물량까지 담당할 예정이다. 글로의 국내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일본에서는 기계 값 8000엔(약 8만원), 네오스틱 420엔(약 4200원)에 각각 판매되고 있다. 아이코스의 국내 가격이 12만원, 아이코스 전용으로 특수 제작된 권련(히츠) 가격이 4300원임을 감안하면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필립모리스, 판매망 확대로 '맞불'
한국필립모리스는 BAT코리아의 시장 진출에 맞서 아이코스 판매처 확대에 나섰다.
기존 판매처는 서울의 CU 편의점으로 한정됐지만 지난 15일부터 부산에 아이코스 전용 스토어를 오픈, 지방 공략에도 나섰다.
또 이달 중으로 대구와 울산 등 주요 대도시는 물론, 분당·판교·일산 등 경기권에도 아이코스 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판매 편의점을 늘려 기존 2000여 개의 CU 이외에도 미니스톱과 세븐일레븐, 이마트위드미 등 총 2500여 개의 새로운 편의점에서 아이코스 및 히츠를 선보인다.
KT&G도 시장 진출 '저울질'
외국계 담배 업체들의 공격적인 행보에 KT&G도 제품 출시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국내 담배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이 회사는 작년부터 궐련형 전자담배 태스크포스(TF)팀을 두고 전략을 짜 왔다.
KT&G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전자담배 관련 부서에서 시장 동향을 파악해 왔다"며 "지난해부터 관련 부서를 확대 개편해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KT&G는 전자담배의 출시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코스·글로 등 새로운 전자담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을 충분히 살펴본 후 대응해도 늦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현재 KT&G의 국내 담배 시장 점유율이 60%를 유지하고 있고,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어서 변화의 요소가 있다는 점도 고려할 사항이다.
KT&G 관계자는 "아직 아이코스의 점유율이나 시장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궐련형 전자담배는 현재 세수 문제와 유해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좀 더 문제점의 해결 양상을 지켜본 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