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여수 엑스포역행 KTX 안. 옆에 앉은 후배에게 물었다. "우리 옆 라인에 앉은 저 젊은 커플은 어디서 내릴까?" 후배는 "음…" 하면서 대답을 못 했다. "아마도 여수에서 내릴 걸?" 예상은 적중했다. 커플은 다정히 손잡고 여수 엑스포역을 빠져나와 어디론가로 향했다.
한 해 동안 관광객이 1000만 명 넘게 찾는 여수는 젊은 개별 여행자들의 성지 같은 곳이 됐다. 잘 알다시피 노래 한 곡 덕분이다. '여수 밤바다.' 버스커 버스커의 이 노래 한 곡 덕분에 여수는 낭만의 도시,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로 순식간에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여수는 정말 밤이 아름답다. 이번 여름밤부터는 낭만과 야경이 어우러진 색다른 여행 콘텐트가 하나 더 추가돼 젊은 여행객들의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바로 '여수낭만버스-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다.
사랑을 싣고 고고씽~여수낭만버스 다음 달 5일부터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그리고 공휴일 오후 7시30분에 출발하는 '여수낭만버스'는 문화예술 공연을 융합한 콘텐트형 시티투어버스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5월 대구에서 '김광석 음악버스'를 지원한 데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여수낭만버스는 야경이 아름다운 여수의 곳곳을 누빈다. 이순신광장을 출발해서 돌산대교~히든베이~예울마루~소호동동다리~문화의 거리를 거쳐 이순신광장으로 돌아온다. 돌산대교는 아름다운 조명을 밝혀 여수의 가장 아름다운 야경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다리다. 소호동동다리는 바다 위에 설치된 700m가량의 산책로다. 다리에 '동동'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은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한 고려가요 '아으 동동다리'의 후렴구가 있는 '동동'에서 따왔다고 한다. 여수시는 실제로 동동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여수라고 주장한다. 예울마루는 프랑스의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복합 문화예술 공간이다. 2층 버스를 타고 이 코스를 도는 데는 약 1시간30분이 걸린다. 그냥 버스에 앉아서 여수의 밤거리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다. 이 버스에서는 공연이 준비돼 있다. 여수에는 관광객이 모르는 고려와 조선시대 사랑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은 카멜과 리아인데 두 사람이 남긴 사랑의 흔적이 여수 곳곳에 남아 있고, 지금도 전해져 내려온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지붕이 없는 2층 버스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내용은 간단하다. '여수 야경을 무대로 고려시대에 만나 사랑을 이루지 못한 주인공들이 조선시대와 근대시대에 환생해 서로를 찾아 헤매다 지금의 여수 밤바다에서 운명의 사랑을 이룬다.'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뮤지컬 형식으로 꾸며졌다.
커플과 가족들로 북적 아쿠아플라넷 지난달 부산 송도에 해상 케이블카가 오픈했지만 해상 케이블카의 시초는 여수다. 지난 2014년 12월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 케이블카가 여수에서 운항을 시작했다. 돌산섬과 오동도 입구 자산을 연결한 케이블카다. 홍콩과 싱가포르·베트남에 이은 아시아에서 4번째였다.
1.5㎞ 구간에는 스키장 곤돌라 같은 캐빈이 50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이 중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로 된 캐빈이 10대다. 당연히 스릴을 더 느끼려면 크리스털 캐빈을 타야 한다. 탑승 시간 10여 분 동안 발밑으로 수시로 여수항을 오가는 배들이 지나간다. 그냥 시퍼런 바다만 보는 것보다는 덜 무섭다. 고개를 들면 저 멀리 다도해의 올망졸망한 섬들도 눈에 들어온다. 특히 밤에는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의 아름다운 야경도 감상할 수 있어 데이트족들로 붐빈다.
젊은 커플뿐 아니라 가족들도 많이 찾는 여수의 핫플레이스는 또 있다. 바로 아쿠아플라넷 여수다. 지난 2012년 여수 엑스포 때 문을 연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아쿠아리움다. 수조 규모만 6030톤인데 바이칼물범·벨루가·바다사자 등 350여 종 5만5000여 마리의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준재(이민호)와 심청(전지현)이 재회하고 뛰어다니던 배경으로 나온 곳이 메인 수조·벨루가 수조·해파리 수조·돔 수조 등이어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 최초로 들어온 벨루가 수조 앞에는 벨루가의 귀여운 모습을 보기 위해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글 사진=이석희 기자 여행 정보=여수는 서울시청에서 차를 몰고 가면 최소 4시간30분 걸린다. KTX를 타고 가 시티버스로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훨씬 편하다. 여수낭만버스 1인당 2만원. 해상 케이블카는 왕복 1만3000원, 편도 1만원(이상 어른 기준). 아쿠아플라넷 여수 입장료는 어른 2만3000원, 어린이 1만9000원이다. 바닷가인 여수에는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갯장어회와 샤부샤부, 서대회, 게장 백반, 돌산 갓김치 등이 여수의 대표적인 음식들이다. 061-664-8978(여수관광통역 안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