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과 '편법증여' 의혹을 일으킨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가맹점주와 상생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유통 마진을 공개하고 필수품목을 제외하고는 자율 구매가 가능하도록 바꾼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통 마진 공개 방식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는 데다 필수품목도 확정되지 않아 알맹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BBQ는 27일 서울 BBQ종로관철점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 분야 정책 방향을 전폭 수용한 '패밀리(가맹점주)와 BBQ의 동행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태천 제너시스 부회장은 "지난 18일 공정위는 소자본 창업수단인 가맹사업의 급성장으로 인해 가맹사업자와 가맹본부 간 분쟁이 증가하고 갑질에 대한 언론보도가 늘어나는 등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가맹분야 불공정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며 "이에 BBQ는 새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와 공정위 가맹분야 정책 방향을 전폭 수용해 국내 프랜차이즈 생태계의 새로운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세부 사항으로는 가맹점과 동반행복위원회 설치, 필수구입품목 최소화 및 마진 공개, 가맹점 주주제도 도입, 인테리어 자체 공사 전면 수용 및 디자인 개발·감리비 본사 부담, 본사 내 패밀리 분쟁조정 위원회 설치, 로열티 제도 도입 등을 내놨다.
김 부회장은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에 시대적 흐름에 따른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BBQ 패밀리 동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상생안을 발표했다"며 "앞으로도 BBQ는 한국에서 발전하고 더 나아가 산업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 내용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들도 계획 수준에 머문 데다 추진하겠다는 방안들도 '필요시' '협조' 등이라는 단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가맹점주들이 본사로부터 강제로 구입해야 하는 필수품목에 대해서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BBQ의 맛을 정확하게 만드는데 필요한 것들이 필수품목이고 여기에는 닭고기, 기름, 소스, 파우더 등이 있다"며 "이외에 박스 등은 조정이 필요할 경우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 마진 공개에 대해서도 김 부회장은 "가맹점주들 이외에도 관련자들이 있기 때문에 검토해서 방침을 공개하겠다"며 "유통 마진 공개와 로열티 제도 도입은 함께 이뤄져야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로열티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김 부회장은 "국내서는 무형 지식에 대한 대가를 쉽게 지급하지 않으면서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한 근본 해결을 정부도 하겠다는 것이고 이에 우리도 따르겠다는 것"이라고 제도 도입의 목적만 강조했다.
서홍진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교육국장은 "이번 공정위 발표에서도 필수품목에 대한 정의가 빠져있다. 광범위하게 기준을 가져가게 되면 추후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남겨두는 것"이라며 "공정위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체들의 자정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 국장은 "유통 마진을 줄이고 로열티로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 모든 과정의 결과가 가맹점주의 수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어야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며 "유통 마진 공개에 있어서도 기존 거래 단계를 대폭 줄여야 하고 필수품목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분쟁조정위원회의 설치 방식과 운영도 불분명하다. BBQ는 가맹점주와 본사 간의 분쟁이 발생하게 됐을 때 위원회를 거쳐 적극적인 조율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사내 분쟁조정위원회는 법적 효력이 없다. 게다가 참여 구성원도 점주들로만 한정해 중립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김태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사무국장은 "변호사 등이나 중립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단체도 없이 점주들로만 구성된 분쟁조정위원회를 본사가 설치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BBQ는 현재 점주들이 자생적으로 구성한 협의회도 없는 상태다. 본사가 당장의 소나기를 피하고자 하는 '보여주기식' 방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