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코트가 깔린 장충체육관은 2000여 관중으로 가득 찼다. 화려한 조명과 빠른 음악 속에 사회자가 스테판 커리(29·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이름을 호명하자 객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벌떡 일어나 "챔피언! MVP!"를 외쳤다.
무대 위로 모습을 드러낸 커리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뜨거운 환호에 환하게 웃었다.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관중들의 환호성은 더욱 커졌다. 골든스테이트에 두 번의 파이널 우승을 안기고 미국프로농구(NBA) 사상 첫 '만장일치'로 MVP에 선정된 '슈퍼스타' 커리가 한국 팬들과 첫 만남을 갖는 순간이었다.
커리는 2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언더아머-스테판 커리 라이브 인 서울' 행사에 동생 세스 커리(27·댈러스 매버릭스)와 함께 참석해 한국 팬들과 만났다. 언더아머 주최하에 아시아 투어를 진행 중인 커리는 '운명에 직면하라(Stare Down Destiny)'라는 테마로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자신의 매력을 한껏 뽐냈다. 유소년 선수들에게 농구 기술 노하우를 전수하고 스킬 챌린지, 3점슛 기부 퍼포먼스, 미니 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즐거운 표정으로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추첨을 통해 선발된 농구 팬들과 주니어 농구선수, 다문화 가정 유소년 및 각종 스포츠 관계자들이 커리를 보기 위해 장충체육관을 찾았다. 행사가 시작되기 두세 시간 전부터 장충체육관 주변은 커리의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TV나 인터넷으로만 지켜봤던 커리의 플레이를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한 그의 팬들이었다.
연차를 내고 대전에서 올라왔다는 한 팬은 "커리 경기를 보려고 지난해 미국도 다녀왔다. 한국에서 커리를 볼 수 있다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팬들의 열기는 행사가 시작하자 한층 더 달아올랐다. 팬들은 커리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를 보냈고, 커리도 즐겁게 행사에 참여했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하프라인 슛 이벤트였다. 골든스테이트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마지막 참가자 신현빈(28)씨가 하프라인 슛을 성공시키자 커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했다. 슛을 넣고 자신에게 달려온 신씨를 맞아 공중에서 몸을 부딪치는 세리머니까지 선보인 커리는 신씨가 신고 있던 농구화를 벗겨 내고 직접 새 농구화를 신겨 준 뒤 사인까지 해 줬다.
커리의 팬이라는 신씨는 "커리의 좌우명인 '난 뭐든지 할 수 있다(I Can Do All Things)'는 말을 외우며 슛을 던졌다. 커리와 세리머니를 펼친 순간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감격해했다.
커리는 열렬한 팬들의 호응을 한껏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2층 관중석으로 올라가 직접 팬들 사이를 돌아다니기도 했고, 셀카를 함께 찍어 주는 등 그야말로 MVP급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첫 내한에서 한국 팬들의 마음을 훔친 커리는 "기대가 큰 행사였는데 한국 팬들의 에너지를 느꼈다. 좋은 기운을 받고 갈 것 같다"며 만족스러운 미소로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