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은 28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 '군함도(류승완 감독)' 개봉 후 쏟아지고 있는 일각의 비난과 혹평에 대해 감독으로서 입장을 표명했다. 류승완 감독은 다음 주 언론 매체들과 인터뷰가 예정돼 있는 상황. 하지만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지면서 먼저 감독의 변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공식입장은 최근 '군함도'를 두고 일본에서 자신들의 입맛대로 해석한 것에 감독의 뜻을 분명히 하는 내용이다. 앞서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군함도' 개봉 당일인 26일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의 청구권은 이미 소멸됐다"며 "'군함도'는 어디까지나 창작된 작품이다. 기록영화가 아니라고 감독도 밝혔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28일 오전 중국 관영 매체인 중앙(CC)TV는 "일본 침략기 강제노역을 다룬 영화 '군함도'가 항일 대작이라고 극찬하며 영화 줄거리, 출연진, 관객반응, 논평 등을 5꼭지에 걸쳐 집중적으로 다뤘다. 개봉 전부터 예견된 상황이지만 '군함도'에 일본과 중국 양국에서 관심을 표하고 있는 것.
류승완 감독은 "일본 내 일부 매체와 정부 관계자까지 나서서 '군함도'가 사실이 아니고 마치 허구로만 이뤄진 창작물인냥 평가받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고 운을 뗐다.
류승완 감독은 "일본은 아직도 그들이 저지른 전쟁 범죄와 청산되지 않은 어두운 역사를 마주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아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군함도'는 '실제 있었던 역사를 모티브로 해 만들어진 창작물'이라고 제가 얘기한 바 있지만, 일본은 저의 이 발언 중 '실제 역사를 모티브로 했다'는 부분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창작물'이라는 워딩만 왜곡하여 편의대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함도'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증언과 자료집을 참고했다. '수많은 증언집과 자료집'이 무엇인지는 영화의 엔딩크레딧에 자세히 넣어 두었다. 저는 제가 취재한 사실을 기반으로 당시 조선인 강제징용의 참상과 일제의 만행, 그리고 일제에 기생했던 친일파들의 반인륜적인 행위를 다루고자 했다. 더불어 영화를 통해서라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맺힌 한을 대탈출이라는 컨셉으로 풀어보고 싶었다. 대규모는 아니었지만 실제 탈출 시도가 빈번하게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또 "조선인 강제 징용에 대한 일본의 역사인식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안타깝고 분노가 치민다"며 "일본 측의 잘못된 역사 인식으로 인해 '군함도'에서 갖은 고초를 겪었던 조선인 강제 징용자들의 상처에 또다시 생채기가 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국내에서도 '군함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냉혹하다. '군함도'가 국뽕이 아닌 아닌 일뽕이 차오르게 만들어진 영화인 것 같다며 영화에서 표현된 여러 장면들에 대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예고편을 통해 선 공개돼 기대를 모았던 욱일기 찢는 장면 역시 영화에서는 단순히 탈출을 위한 도구로만 활용된 것에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는 것. 스토리 전개 방식이라 해도 일본군국주의를 찬양하고 일본인의 악행에 비해 조선인들의 악행이 강조된 점, '군함도'의 피해 실상 그 자체보다 '조선인들은 조선인끼리 싸우고 분열한다'는 식민사관에 더 초점이 맞춰져 군함도를 단순히 배경으로만 이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상당하다.
여기에 개봉 전부터 불거진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군함도' 흥행 레이스에 치명타를 입혔다. 26일 개봉한 '군함도'는 개봉 첫 날 일일 관객수 96만 명을 기록,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 기록을 갈아치웠다. 27일에는 55만 명을 추가, 이틀만에 150만 명을 돌파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역대 최초로 2000개가 넘는 상영관을 확보한 자본의 횡포에 관객들은 개봉 전 '군함도'에 보였던 애정을 거두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군함도' 측은 "이번 공식입장은 국내 여론보다 일본 측의 말도 안 되는 주장에 대한 감독의 뜻을 어필한 것이다. '군함도'에 대해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일단 일본 측에 '군함도'를 제작한 확고한 이유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었다"고 귀띔했다.
일본 측에 일침을 가한 류승완 감독은 추후 진행되는 인터뷰를 통해 '군함도'를 둘러 싼 논란에 대해 좀 더 디테일하고 세밀한 이야기들을 전할 예정이다.
다음은 류승완 감독 공식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영화 <군함도> 감독 류승완입니다.
최근 일본 내 일부 매체와 정부 관계자까지 나서서 영화 <군함도> 가 사실이 아니고 마치 허구로만 이뤄진 창작물인냥 평가받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이와 관련 한,중,일 3국의 정부 기관과 유력 매체들의 날선 공방까지 오가고 있어서, 짧은 생각일지라도 제 의견을 말씀드리는게 좋을 것 같아 펜을 들었습니다. 군함도> 군함도>
최근 일본에서 전해지는 소식들을 접하면서, 전 일본은 아직도 그들이 저지른 전쟁 범죄와 청산되지 않은 어두운 역사를 마주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아 너무나 실망스러웠습니다.
영화 <군함도> 는 '실제 있었던 역사를 모티브로 해 만들어진 창작물'이라고 제가 얘기한 바 있지만, 일본은 저의 이 발언 중 '실제 역사를 모티브로 했다'는 부분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창작물'이라는 워딩만 왜곡하여 편의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저는 영화 <군함도> 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증언과 자료집을 참고했습니다. '수많은 증언집과 자료집'이 무엇인지는 영화의 엔딩크레딧에 자세히 넣어 두었습니다. 저는 제가 취재한 사실을 기반으로 당시 조선인 강제징용의 참상과 일제의 만행, 그리고 일제에 기생했던 친일파들의 반인륜적인 행위를 다루고자 했습니다. 더불어 영화를 통해서라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맺힌 한을 '대탈출'이라는 컨셉으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대규모는 아니었지만 실제 탈출 시도가 빈번하게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일본 산케이 신문이 ‘군함도는 날조된 영화'라고 보도했을 때도 저는 "조선인이 군함도에서 인권을 유린 당하면서 생활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며, 일본이 어두운 역사까지를 떳떳하게 인정해야 그것이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의견을 재차 피력할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랬지만, 조선인 강제 징용에 대한 일본의 역사인식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안타깝고 분노가 치밉니다.
바라건대 일본측의 잘못된 역사 인식으로 인해 <군함도> 에서 갖은 고초를 겪었던 조선인 강제 징용자들의 상처에 또다시 생채기가 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아울러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당시 군함도 강제 징용의 어두운 역사를 알리기로 했던 약속 또한 일본측이 반드시 이행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