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47)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직행을 향한 기로에 섰다. 현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A조 2위(승점 13)에 올라 있는 한국은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에 승점 1점 차로 쫓기고 있다. 각 조 1·2위에만 본선 티켓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미 1위를 확정 지은 이란(승점 20)의 뒤를 이어 조 2위를 사수하는 것이 최선이다. 문제는 남은 2경기서 연달아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을 만난다는 점이다. 오는 31일 열리는 최종예선 9차전 이란과 홈경기를 치른 다음, 곧바로 비행기에 올라 10차전 우즈베키스탄과 원정경기(9월 6일)에 나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고비에서 제일 껄끄러운 상대와 연달아 만나게 된 셈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중요한 상황에 그동안 대표팀을 이끌어 왔던 해외파들의 합류가 불투명해졌다.
대표팀의 주장으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던 기성용(28·스완지 시티)과 공격의 '핵' 손흥민(25·토트넘)이 대표적이다.
기성용은 지난달 25일 영국으로 출국, 소속팀에 복귀했다.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기성용은 지난 6월 무릎 염증 제거 수술을 받고 치료와 재활에 몰두해 왔다. 출국 당시 기성용이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그의 몸 상태는 가벼운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을 소화하는 정도다. 소속팀에 복귀해서도 재활에 집중할 예정이다.
기성용은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빠른 편"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란전 출전에 대해서는 "지금은 나갈 수 '있다, 없다'를 얘기하기 어렵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손흥민도 출전 여부를 확신하기 어렵다. 지난 6월 열린 최종예선 8차전 카타르와 경기서 오른팔 전완골 골절을 당한 손흥민은 보호대를 차고 소속팀 토트넘으로 돌아갔다. 그 역시 재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경기에 나설 정도로 회복됐는지는 알 수 없다. 일단 토트넘은 지난 7월 말 미국 프리 시즌 투어 참가 명단에도 손흥민의 이름을 뺐다. 손흥민의 부상 회복을 위한 배려였다.
이 외에도 소속팀에서 좀처럼 뛰지 못하고 있는 이청용(29·크리스탈 팰리스)과 박주호(30·도르트문트), 석현준(26·포르투) 등은 신 감독이 말한 '팀 훈련 및 프리 시즌 경기 참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발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선수들 중에서 구자철(28·아우크스부르크) 정도가 자격 요건에 맞는다.
해외파 합류가 '물음표'인 상황에서 그 자리를 메울 선수는 결국 K리거들이다.
조기 소집이라는 강수까지 꺼내 들어 이번 2연전을 준비 중인 신 감독은 K리그 경기장을 돌며 선수 고르기에 시간을 할애해 왔다. 지난 7월 부임 이후 같은 달 8일 전북 현대-울산 현대전을 시작으로 2일 FC 서울-강원 FC 경기까지 총 9경기를 관전했다. 중국과 일본, 중동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체크할 예정이지만 이번 대표팀의 뼈대가 K리그 선수들로 구성되리라는 점은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동안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번번이 대표팀 승선이 좌절됐던 K리그 선수들에겐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신 감독은 오는 14일 축구회관에서 이란·우즈베키스탄 2연전에 나설 최종 명단을 발표한다. 해외파 합류 문제로 '물음표'가 붙은 신 감독의 복잡한 머릿속에 K리그 선수들이 '느낌표(!)'가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