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집 '피아니시모'로 데뷔한 키겐은 올해 특별한 10주년을 보내고 있다.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후 알아보는 사람도 늘고 방송가 러브콜도 밀려들고 있다. 곡 작업 문의는 급증했다. 인터뷰 당일에도 키겐은 작업실에서 신곡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키겐은 "이번 달엔 '프듀2' 물이 들어와 일이 많아요(웃음). 일개 작곡가였는데 방송 인기가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그 전에도 많은 분들께 곡을 드렸는데, 이번처럼 피드백이 많진 않았어요. 저도 재미있어 하는 중이에요"라고 말했다.
지금의 스타작곡가는 하루아침에 얻은 타이틀은 아니다. 스무살 무렵 아이돌 연습생도 짧게 했고, 데뷔를 앞두고 소속사가 망하는 시련을 겪었으며 사비로 믹스테잎을 내고 음반을 내면서 가진 것을 모두 잃어보기도 했다. 남아있는 모든 기회를 다 썼다고 좌절했던 순간 지금의 회사인 브랜뉴뮤직을 만났다.
"2009년은 사람에 대한 기대도 없고 뭘 하건 희망이 보이지 않았을 때였죠. 브랜뉴뮤직과 계약을 했던 것도 그냥 아무 생각없이 했던 거예요. 어디에 가건 뭐가 크게 달라지겠나, 이보다 더 나쁜 수는 없겠다는 심정으로 체념한 상태였죠. 지금은 계속 버티면 언젠가 된다는 믿음이 있어요."
요즘 키겐은 다시 인생의 기로에 서 있다. "아티스트, 프로듀서, 레이블 대표 등 명함을 정리할 시기가 아닐까 한다. 세 개를 내가 열심히 다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다"며 "나에게 찾아온 인생의 또 다른 터닝포인트를 잘 넘겼으면 한다"고 바랐다.
-'프듀2'로 방송인 명함을 얻게 됐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프로듀서로 섭외가 온 거라 나갔다. 해오던 일을 하면 되겠구나 해서 나갔는데 현장은 기대와 사뭇 달랐다. 어린 친구들 101명이 모여있다기에 밝고 발랄한 싱그러운 느낌이 나겠구나 했는데 딱딱했다. 아이들이 굉장히 얼어있어서 분위기를 풀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팬텀이 망했다'는 내 농담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 그 싸한 분위기에 땀이 나고 민망하더라(웃음)."
-또 방송할 마음이 있나. "어렵지 않은 일이라면 잘 해보고 싶다. 부모님이 TV나오면 좋아하셔서 나도 좋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방송 출연을 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요즘엔 곡 작업을 하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대낮에 작업하는 작곡가는 처음 만난다. "지난해 결혼하고 패턴을 서로 맞췄다. 쓰레기차가 지나가는 시간에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가로등이 꺼지는 순간이 재미있어서 가사로 쓴 적도 있다. 결혼하고는 술도 늦게까지 안 마신다."
-결혼이 주는 변화가 크다.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 연애할 때는 한 달에 25일 일하고 딱 5일 휴가 받아 5박 6일 몰아서 데이트했다. 같이 사는 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새로운 사회생활을 경험한다고 할까."
-키겐감성은 결혼 후 생긴 것인가. "기본적으로 멜로디를 예쁘게 만드는 걸 좋아한다. 댄스곡이라도 서정적이고 예쁜 노래를 좋아한다. 이런 음악을 추구한지 오래 됐는데 방송 나가면서 더 많이 들어주시는 것 같다."
-가사 또한 자연친화적인 것들이 많다. "문학적인 걸 좋아한다. 현대문학 보다는 근대문학 쪽이다. 유행어나 현대어 보다는 옛날 단어를 조합해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음악적 영감은 어디서 받나. "아내가 정말 재미있다. 뭔가 한 마디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아서 재미있다. 세상을 보는 것도 특이하고 그래서 결혼생활이 신기하다. 그 다음은 만화책에서 얻는 것 같다.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 보고 줍고 느끼고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 황미나, 아다치 미츠루 작가 작품 많이 봤고 'H2' 좋아한다."
-요즘 작업하는 노래는 뭔가. "아내가 던진 좋은 아이템에서 착안했다. 해당 기획사에 보냈더니 좋아하시더라. 내가 생각해도 특이한 아이템인 것 같다."
-직접 가사를 쓰지 않을 때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래퍼면 가사를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있다면' 랩메이킹은 종현(JR)이에게 맡겼다. 전에 함께 작업했던 '데이브레이크'에서도 내가 끼어들 이유 없이 훌륭하게 가사를 썼다. 뉴이스트는 구력이 있는 팀이고 작사작곡을 해왔던 걸로 안다."
-'있다면'이 MBC '음악중심' 2위에 올랐는데. "작업할 때도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좋았다. 전부터 인연이 있는 팀이라 반가웠다. '프듀2'에서도 민기(렌)는 '오리틀걸' 센터였다. 그 이후 두 세달 만에 만나 반갑더라. 연락처도 교환했다. 노래는 슬펐으나 분위기는 좋았다."
-작업에서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파트 분배다. 그룹 멤버 전원의 분량이 비슷했으면 한다. 저작권도 참여한 사람 모두 동등하게 N분의 1을 한다. 이런 걸로 조금 상처를 받은 적도 있고 쿨한 편이기도 하다. 어차피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