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에 신종 전자담배 모시기 경쟁이 뜨겁다. 담배 매출 비중이 높은 편의점 시장에서 신종 전자담배가 빠르게 기존 담배를 대체할 경우 편의점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어서다. 정부의 잇따른 금연정책으로 기존 담배의 매출이 줄고 있는 것도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CU(씨유)와 GS25는 각각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와 BAT코리아의 '글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필립모리스 대 BAT' 싸움의 대리전에 나선 모양새다.
뜨거워지는 전자담배 시장
7일 담배 업계에 따르면 BAT코리아는 오는 10일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를 공식 선보인다. 정식 제품 출시 일정 및 가격 등도 이날 공개될 예정이다.
글로는 지난해 12월 일본 센다이 지역에 출시해 6개월여 만에 해당 지역 담배 시장에서 점유율 8%를 차지하면서 가능성을 입증한 제품이다. 지난 6월 국내에 출시된 아이코스의 대항마로 꼽히는 이유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글로가 후발 주자인 만큼 아이코스의 단점을 대거 보완했다"며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코스와 글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가열 방식'에 있다. 아이코스가 궐련처럼 생긴 담배스틱(히츠) 중앙에 기기를 삽입해 가열한다면, 글로는 스틱(네오스틱) 외부를 통으로 감싸 가열한다. 이 때문에 글로가 청소하기에 좀 더 손쉽다.
충전 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글로는 충전과 가열장치가 일체형으로 돼 있어 1회 충전으로 20~30회 연속 사용이 가능하다. 반면 아이코스는 한 번 사용 후 다시 충전장치에 꽂아야 해 연속 사용이 불가능하다. 가격도 아이코스(권장소비자가 12만원·할인가 9만7000원)보다 저렴한 9만원 선(할인쿠폰 발급 시 7만원 선)에 책정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편의점 업계 유치 경쟁 '후끈'
담배 회사들의 신제품 경쟁과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국내 편의점 회사들의 '독점 판매' 경쟁이다.
초반 승기를 잡은 곳은 업계 1위인 CU다. 지난 6월 5일 아이코스 출시에 앞서 독점 판매 계약에 성공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이코스 판매 소식에 주가가 급등하는가 하면, 판매 초기에 제품이 입고되자마자 품절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CU 관계자는 "현재도 아이코스를 찾는 소비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 반응에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 이마트24 등 후발 주자들도 지난달부터 아이코스의 판매에 뛰어들었다.
반면 업계 2위인 GS25 측은 "아이코스 판매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할 뿐 구체적인 판매 시기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대신 아이코스의 대항마인 글로의 단독 판매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쟁사인 CU가 아이코스 출시 초기에 단독 판매에 나선 것과 같은 행보다.
실제로 GS25 매장에는 카운터 정면에 "신개념 가열식 전자담배 8월, 글로가 온다"는 홍보 표지가 붙어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GS25 측이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 출시 초기 CU에 독점 공급한 것에 불만을 품고 아이코스 대신 글로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인 CU가 아이코스 독점 판매에 나서자, GS25도 글로 독점 판매로 맞불을 논 것으로 보인다"며 "GS25 입장에서는 타사에서 판매하지 않는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모객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들, 신종 전자담배 주목하는 이유는
편의점 업계가 앞다퉈 신종 전자담배 모시기에 나서는 이유는 정부가 쏟아 낸 금연 정책으로 기존 매출 효자인 일반 담배 시장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담배 판매량은 담뱃갑 경고 그림이 도입된 올해 1월 2억8000만 갑에서 2월 2억3800만 갑으로 급감했다.
3월과 4월은 대통령선거 등의 국가 이벤트로 각각 2만8200만 갑, 3억500만 갑 등으로 늘었지만 5월에 다시 3억 갑으로 소폭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1월 2억6800만 갑, 2월 2억7600만 갑, 3월 2억200만 갑, 4월 3억500만 갑, 5월 3억1100만 갑 등으로 매월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판매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그 결과 편의점의 담배 매출도 빠르게 줄고 있다. 5월 편의점 담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점포당 9.3%나 감소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담뱃갑 경고 그림이 도입된 직후인 1~2월에는 (경고 그림이 부착되지 않은) 재고 담배 효과로 매출 감소폭이 크지 않았지만, 3월부터 담배 매출 감소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편의점 업계에서는 기존 담배를 대체할 수 있는 신종 전자담배가 '구원투수'로 꼽힌다.
실제로 먼저 출시된 일본의 경우 아이코스가 출시 이후 담배 시장을 빠르게 점령했다. 아이코스는 2015년 4분기 출시 당시 일본 담배 시장 점유율이 1.1%에 불과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7.1%를 기록했다.
한 담배 업계 관계자는 "담배 판매 비중이 40%대에 달하는 편의점 시장에서 신종 전자담배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며 "신종 전자담배가 빠르게 성장할 경우 편의점 시장 판도까지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 연말 국내 담배 회사인 KT&G도 관련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하반기에 전자담배를 둘러싼 편의점 업체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