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를 고교 야구 정상에 올려놓은 '야구 천재' 강백호(18)는 벅찬 기쁨과 남다른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서울고는 지난 6일 목동야구장에서 끝난 제51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결승전에서 13-9로 승리해 3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역대 네 번째(1984·1985·2014·2017년) 대통령배 우승. 결승전 4번 타자와 선발투수로 활약한 고교 3학년 강백호는 이 값진 우승의 주역이었다.
강백호는 8회 투아웃까지 공 129개를 던진 뒤 마운드를 동기생 투수 주승우(18)에게 넘겼다. 이어 곧바로 포수 마스크를 쓰고 주승우의 공을 받으면서 마지막 아웃 카운트까지 함께 잡아냈다. 타자로서 4타수 2안타 3득점, 투수로서 7⅔이닝 8피안타 5실점. 독보적인 활약이었다. 이번 대회 5경기를 합친 성적도 21타수 10안타(타율 0.476)와 11⅔이닝 7실점에 달했다. 대회 최우수선수는 당연히 강백호에게 돌아갔다.
우투좌타인 강백호는 투수로서 시속 150㎞가 넘는 빠른공을 던진다. 동시에 고교 3년간 공식 경기에서 나무 배트로 두 자릿수 홈런을 치는 파워도 뽐냈다.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주전으로 뛴 천재형 선수. 그 잠재력의 끝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는 7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대통령배가 우리 학교 베스트 멤버로 치르는 마지막 대회였다"며 "앞으로 프로에 가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싶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 서울고의 대통령배 우승을 축하한다.
"정말 기쁘다. 아직 실감이 안 난다. 3년 동안 전국 대회 우승을 한 번도 못 해 봤다. 지난해와 올해 두 번 준우승을 했을 때는 대회가 끝나도 계속 허무했다. 이번에는 정말 홀가분하다. 우승이 확정되고 나서 우리끼리 서로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자축했다. 올 시즌에 유독 잘 풀리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잘되려고 그랬나 보다."
- 고교 1학년 때부터 주전이었다. 투수·포수·1루수를 두루 맡았다.
"야수로서 포지션은 원래 포수인데, 1학년 때 다른 선배가 계셨다. 내가 경기에 뛰려면 내야로 들어가야 해서 1루를 봤다. 3학년 때부터 포수를 맡기 시작했다. 투수로는 이번 대회에서 계속 구원으로 나갔다. 그러다 선발이 이미 점수를 준 뒤에는 뒤집기가 어렵다는 걸 깨닫고 후회했다. 전략을 바꿔서 결승전에선 아예 처음부터 투수로 섰다."
- 어떻게 야구선수가 됐고, 언제부터 잘했나.
"아홉 살 때 아버지의 영향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복싱, 태권도 같은 격투기를 하셨고, 사회인 야구도 즐기셨다. 처음엔 권유를 받고 하다가 점점 야구가 재밌어졌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고 내가 외동이라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야구부 합숙을 하게 돼 오히려 여러모로 좋았다. 초등학교 4~5학년 때 취미가 아닌 선수로서 야구를 하기로 마음먹었고, 그때부터 정말 남들보다 열심히했다. 그때 집중해서 기본기를 다진 게 지금까지 오는 것 같다."
- 2015년 고척스카이돔 개장 첫 홈런을 친 선수로 이름을 알렸다. 고교생이라 더 화제였다.
"홈런을 칠 때는 잘 실감이 안 났는데, 그 후에 사람들이 놀라는 걸 보고 '아, 이게 파격적인 일이구나' 했다. 운이 좋았다. 그 덕분에 강백호라는 선수가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알게 된 기회였던 것 같다. 이번 우승을 제외하면 가장 기분 좋았던 순간이다."
- 올해 1차 지명을 받을 수 있는 실력이었지만, 전학(경기 부천중→서울 이수중) 이력 탓에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전학을 간 다음에야 그 규정을 알게 됐다. 딱 우리 학년부터 시작되더라. 솔직히 아쉽긴 했다. 그래도 2차 지명 회의(9월 11일)에서 좋은 순위를 받으면 되니 괜찮다. 국가대표팀에 뽑혀서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9월 1~10일)에 출전한다. 그 대회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서 (지명에서도)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 롤모델로 삼는 프로선수가 있나?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그러나 요즘 부러운 사람은 있다. 넥센 이정후(19) 형이다. 형과 절친한 사이라서 최근 고척스카이돔에 가서 야구를 봤다. 프로선수가 된 모습이 정말 멋있더라. 형이 '프로는 힘들고 냉혹하지만 재미도 있다'고 했다. 나도 프로에 가면 형처럼 1군에서 빨리 자리잡고 싶다. 열심히할 것이다."
- 앞으로 어떤 프로선수가 되고 싶나.
"지금처럼 계속 자신있게 하고 싶다. 신인으로서 당차면서 주눅 들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 주고 싶다. 그리고 더 나아가 소속팀 '간판선수'가 되고 싶다. 내가 타석에 나가면 야구장이 술렁거릴 수 있는 타자가 되는 게 꿈이다. 그렇게 기대감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 대통령배 우승과 함께 고교 시절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그렇다. 이제 고교 대회는 딱 한 게임만 남았다. 그래서 대통령배를 앞두고 감독님께 '꼭 우승 트로피를 들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마지막 회에 포수로 나간 것도 그 때문이다. 고교 마지막에 최고의 순간을 남긴 것 같아 다시 한 번 정말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