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와 영화계가 동시에 전쟁을 선포한 모양세다. MBC가 지레 겁먹고, KBS가 눈치보고 있는 영화 '공범자들(최승호 감독)'이 9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이 날 최승호 감독을 비롯해 김민식 MBC PD, 김연국 MBC 기자(언론노조 MBC 본부 위원장), 성재호 KBS 기자(언론노조 KBS 본부 위원장)가 참석해 영화에 대한 속시원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공범자들'은 KBS, MBC 등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과 그들과 손잡은 공범자들이 지난 10년간 어떻게 우리를 속여왔는지 그 실체를 다룬 작품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언론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언론인들이 만든 영화인 만큼 뚜껑 열린 '공범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단순한 정보를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영화를 관람하게 될 관객 즉 국민들에게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를 남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제작된 '공범자들'의 목적은 명확하다. 최승호 감독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사회의 많은 부분이 바뀌는데 아무리 바뀌어도 언론이 현재 상태라면 뭘 해도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방송이 장악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시민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영화 속, 아니 '현실 속 공범자들'의 모습은 대한민국을 사는 국민으로서 큰 분노를 안긴다. 파괴된 언론을 되찾기 위한 기자, PD 등 내부구성원들의 치열한 투쟁은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국민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보도들로 공영방송에 대한 신뢰와 가치는 처참히 무너진 상황. 그 속에서도 MBC와 KBS 구성원들은 끝없는 투쟁을 지속해 왔다. 이 싸움에 대해 '공범자들'은 영화라는 자유 안에서 거침없이 풀어낸다.
김연국 MBC 기자는 "1987년 이후 공영방송은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는 이뤄낼 수 있었다. 87년 민주화의 산물이다. 난 1997년에 MBC 입사해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그 후 10년간 기자 생활을 하면서 '언론 자유'라는 말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교과서 속에나 있는 말인 줄 알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2008년·2009년·2010년을 지나면서 '이게 정말 공기같은 것이구나. 있을 땐 모르겠는데 없어지니까 되찾기 위해 누군가는 피눈물 나게 싸워 지켜야 하는구나, 패배하고 처절하게 무너질 수 있는 소중한 것이었구나' 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토로 했다.
예능·드라마 PD로 잘 알려진 김민식 PD 역시 대외적으로는 스타PD라는 명성을 얻고 있지만 MBC 내에서는 블랙리스트 1등급이다. 김민식 PD는 이날 잘 알려지지 않았던 2012년 MBC 170일 파업 비하인드를 털어놓으며 "나 역시 공범자다. 당시 PD 측 대변인으로 끝까지 파업을 이끌지 못했다. 부끄럽다"고 오열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싸움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지난 달 31일 MBC 법인과 '공범자들'에 등장하는 전 MBC 사장 김재철, 안광한, 현 MBC 사장 김장겸, 부사장 백종문, 시사제작 부국장 박상후 등 MBC 전현직 임원 5명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범자들'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11일 오후 3시 심리에서 '공범자들'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의 인용·기각 여부가 결정된다.
최승호 감독은 "당일 가처분에 대한 확실한 결정이 나길 기다린다. 겸허한 마음이다"면서도 "사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내용들은 그 근거들이 명확하고 이미 제시된 것도 많다. 지난 10년간 모든 국민들이 봐 왔고, 알고 있었던 내용이다.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은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민식 PD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악당과 싸워도 결국 우리 편이 이기지 않나. 관객들에게 감히 호소하자면 허구 속의 악당을 무찌르기보다 내가 직접 영화를 관람해 '공범자들'의 관객 수를 한 명 더 늘림으로써 이 영화의 엔딩, 악당을 물리치는 실질적 현실에서의 결과를 끌어내 주시길 바란다. 이 영화가 100만, 200만 넘으면 그 시기는 한 달, 두 달 빨라질 것이다. 300만 넘었는데도 김장겸 사장이 그 자리에 있다면 병원으로 모셔야 한다"고 풍자의 끝을 보였다.
언론 회복 프로젝트 '공범자들'은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이 기각된다는 가정 하에 8월 1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