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 제공 KBO리그 최초로 개최된 은퇴 투어가 짓궂은 날씨 속에서도 훈풍을 자아냈다.
KBO(한국야구위원회)와 각 구단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국민타자' 이승엽과의 마지막을 뜻깊게 보내기 위해 역대 최초로 '은퇴 투어'를 마련했다. 이미 시즌 전부터 예고됐고, 벌써 그를 떠나보내야 하는 시간이 왔다. 지난 11일 대전 구장에서 첫 테이프를 끊었다.
홈팀 한화는 배려가 묻어나는 행사 준비로 박수를 받았다. 최고의 배려였다. 역대 첫 은퇴 투어의 첫 주최 구단인 만큼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과하지 않으면서도 서운하지 않은'이라는 스스로 세운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행사를 보여줬다.
선수단이 직접 응원 메시지를 적어 만든 베이스, 단장과 감독(대행)은 이승엽이 대전·청주 구장에서 달성한 기록이 담긴 현판을 증정했다.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이승엽의 좌우명도 새겨져 있었다.
하이라이트는 송진우 전 한화 코치의 '깜짝 등장'과 보문산 소나무 분재 선물 증명. 속뜻이 깊었다. 보문산은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둘러싸고 있다. 경기장에서 보문산 정상까지 거리는 약 2600m다. 비거리 115m짜리 홈런 23개를 연결해야 당도할 수 있다. 이승엽은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28홈런을 치며, 비(非) 한화 선수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보문산을 넘긴 타자'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소박하지만 참신했다. 구단의 고민이 엿보이는 아이디어였다.
이승엽도 "정말 영광이고 감격스럽다. 한화에서 마련해주신 소나무와 베이스, 현판 등 선물은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잘 간직하겠다"며 "크게 박수를 보내주신 한화 팬들과 원정 경기까지 와주신 삼성 팬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화답했다.
우려와 기대 속에 첫 은퇴 투어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승엽과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다른 구단에도 귀감이 됐다. 부담을 느끼고 있는 주인공, 소속팀의 경기력을 모두 감안해야했다. 요란스럽지 않으면서도 정성과 예우가 전해지는 행사 진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상대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않은 구장에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추억이 있게 마련이다.
남은 8개 구단 은퇴 투어도 현 시점에서 삼성의 마지막 원정경기 날 열린다. 18일 수원(kt), 23일 서울 고척(넥센), 내달 1일 문학(SK), 3일 잠실(두산), 8일 사직(롯데), 10일 광주(KIA), 15일 창원(NC)에서 진행된다. LG전 일정은 9월 이후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