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47)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선택한 26인 중 해외파를 제외한 선수들은 A매치데이 기간보다 일주일 먼저 파주에 모인다. 조기 소집을 위해서다.
신 감독은 14일 한국 축구의 운명을 건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 10차전 이란-우즈베키스탄 2연전에 나설 26명(예비명단 포함)의 명단을 발표한다. 이 선수들은 오는 21일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돼 구슬땀을 흘릴 예정이다.
지난달 4일 부임해 명단 발표 전까지 부지런히 K리그를 둘러보고 중국, 일본파까지 점검을 마친 신 감독은 통상적인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데이 기간보다 빨리 선수들을 소집하길 원했다. 울리 슈틸리케(63) 전 감독 경질 후 신 감독을 선임하기까지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준비할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조기 소집이 성사되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승적 차원의 목표는 분명하다. 그러나 당장 예정된 경기 일정을 미뤄야 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K리그 각 구단들의 입장은 또 달랐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와 신 감독이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서고, 연맹과 구단들도 조기 소집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예정보다 일주일 빠르게 선수들을 불러들일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성사된 조기 소집이지만 진짜 과제는 이제부터다.
결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승부의 세계에서 신 감독은 조기 소집 카드를 선택했다. 문제는 슈틸리케 전 감독의 '실패'에서 알 수 있듯이 조기 소집은 승리를 보장하는 보증수표가 아니다. 신 감독은 자신이 선택한 카드가 옳았음을, 일주일 간의 조기 소집 기간을 통해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조기 소집을 통해 부임 이후 단기간에 안정된 조직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신 감독의 선택은 '신의 한 수'로 추앙받을 수 있다.
반면 조기 소집에도 불구하고 경기력에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슈틸리케 전 감독처럼 '조기 소집 무용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조기 소집 카드는 결과에 따라 방향이 바뀌는 '양날의 칼'인 셈이다.
일단 조기 소집은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일종의 '로컬 룰'이기 때문에 해외파 선수들이 합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6차전 카타르전을 앞두고 조기 소집을 시도했던 슈틸리케 감독도 이 헛점에 발목을 잡혔다. 국내파 선수 일부만 파주에 조기 소집하는 바람에 조직력은 물론 체계적인 훈련도 이뤄지지 않았고, 결과는 2-3 패배로 나타났다. 선수들을 일찍 소집하고도 효과를 하나도 보지 못한 탓에 비난만 더욱 커졌다.
이런 조건은 신 감독도 마찬가지다. 신 감독 역시 해외파 선수들을 조기 소집 기간에 맞춰 불러들일 수 없다. 대신 신 감독은 조기 소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조기 소집이 가능한 K리거 선수들을 최소 10명 이상 명단에 포함시킨다는 방안이다. 해외파 선수들 대부분이 부상과 부진의 늪에 빠져 선발하기 어렵다는 점도 신 감독의 결단에 영향을 줬다.
조기 소집을 통해 발을 맞춰볼 선수들이 많아지는 건 '신태용팀'에 큰 도움이 될 예정이다. 핵심은 대표팀과 신 감독, 양쪽 모두가 그동안 보여 준 약점인 수비력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표팀 수비의 주축이었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정우영(충칭 리판) 등 중국파 선수들도 조기 소집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신태용팀에는 희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