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울리 슈틸리케(63) 감독 지휘 아래 대표팀에서 가장 큰 논란은 중국 슈퍼리그 소속 선수들의 발탁과 기용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파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며 장쑤 쑤닝 홍정호(28)를 비롯해 광저우 푸리 장현수(26·현 FC 도쿄), 상하이 선화 김기희(28) 등에게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수비를 맡겼다.
이들은 카타르, 중국 등 아시아 약체들을 상대로 흔들리면서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한국은 A조에서 실점 10점으로 카타르와 함께 실점 1위다. 대표팀이 최대 위기를 맞이한 이유를 흔들리는 수비에서 찾았다. 중국파 수비수들은 비난의 중심에 섰다. 일부 축구팬들은 "중국리그에서 뛰면 실력도 중국 현지화가 된다"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퍼붓기도 했다.
신태용(47) 감독 체제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도 중국파를 신뢰했다.
최종예선 9차전 이란(31일)과 10차전 우즈베키스탄(9월 6일)에 나설 대표팀 명단에 중국파는 5명이 포함됐다. 핵심은 수비다. 중앙 수비수 4명 중 3명이 중국파다. 김영권(27·광저우 에버그란데)과 김주영(29·허베이 화샤) 그리고 김기희다.
신 감독이 중국파 수비수들을 대거 발탁하면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를 끝낼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빼어난 수비력으로 한국을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는 것이다.
신 감독은 "중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기량은 상당히 좋다. 그래서 중국에서 비싸게 데려갔다"며 "선수들 지금 컨디션이 매우 좋다. 조금 더 다듬으면 불안정했던 수비를 좋게 만들 수 있다"고 중국파 선발 배경을 밝혔다.
그 중심에 김영권이 선다.
사실 김영권은 중국파 논란에 비켜나 있는 선수다. 그는 최종예선 중 지난해 9월 6일 열린 시리아(0-0 무)와 2차전 한 경기만 뛰었다. 이 경기가 마지막 A매치였다. 흔들리는 수비력으로 카타르, 중국 등에 패할 때 김영권은 그 자리에 없었다. 부상 때문이다. 그는 작년 9월 24일 열린 슈퍼리그 상하이 상강전에서 정강이 골절 부상을 당했다. 수술과 재활 과정을 거쳐 복귀에 성공했다. 따라서 축구팬들의 거센 비난으로 인해 자신감이 결여된 다른 중국파 선수들과는 입장이 다르다.
그리고 신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신 감독의 첫 해외 출장지는 광저우였다. 지난 5일 슈퍼리그 광저우와 톈진 테다전을 현지에서 관전했다. 김영권을 보기 위함이다. 김영권을 대표팀 중앙 수비 라인 핵심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 줬다.
김영권은 중국파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적임자로서 자격을 갖췄다.
그는 신태용팀 수비수 중 가장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A매치 45경기를 뛰었고, 2014 브라질월드컵과 2015 호주아시안컵 등 메이저 대회에서도 활약했다. 또 슈퍼리그 '상징'적인 팀인 광저우에서 오랫동안 주전으로 경쟁력을 입증받았다. 중국 최고의 팀 주전 수비수 자긍심도 들어 있는 것이다.
최대 위기에서 한국 축구는 수비 책임자로 김영권 손을 잡았다. 그의 수비력에 9회 연속 본선 진출권이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