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인수전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우선협상자인 중국 더블스타가 채권단에 매각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부활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더블스타타이어는 최근 채권단에 금호타이어 인수 가격을 기존 955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깎아 달라고 요청했다.
금호타이어의 상반기 실적이 예상과 다르게 나빠졌다는 게 이유다.
양측이 맺은 계약에 따르면 매매계약 종결 시점인 9월 23일 기준으로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 이상 감소하면 더블스타가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는 올 상반기 50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더블스타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요건이 충족된 셈이다.
다만 더블스타는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료를 2700억원까지 무상으로 지원하겠다고 한 만큼 매매계약을 해지하는 대신 가격을 낮춰 주면 인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채권단은 22일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를 열고 금호타이어의 매각 가격을 내리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는 채권단이 그동안 더블스타로의 매각만이 금호타이어를 정상화할 최선의 방안이라고 밝혀 온 만큼 일단 더블스타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금호타이어 재인수를 노리는 박 회장에게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매각 가격이 달라지면서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 역시 부활하기 때문이다. 기존 매각 가격이 조정되면 채권단은 박 회장에게 떨어진 가격으로 살 의향을 물어봐야 한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매각 종결을 한 달여 앞두고서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온 셈이다.
문제는 박 회장의 자금조달 능력이다. 앞서 박 회장은 재무적투자자(FI)를 동원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려 했지만 채권단의 반대에 무산됐다. 우선매수권이 박 회장 개인에게 부여된 것이기 때문에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하는 방식이 타당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채권단이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 형태의 인수를 허용할지 여부에 따라 금호타이어 인수전의 방향이 바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각을 진행해야 할 채권단으로서는 지루한 공방을 이어 가기보다는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을 들어줄 공산이 크다"며 "결국 관건은 박 회장이 8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 한 관계자는 “채권단에서 우선매수권 사용 여부를 공식적으로 물어 오면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