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유일한 공포영화에 여배우 원톱 주연물이다. 대박 흥행과 거리가 멀어 충무로 내에서는 비주류로 꼽히지만 그래서 경쟁력이 있다. 개봉 후 소소한 입소문을 이끌며 관객몰이에 나선 영화 '장산범(허정 감독)'이다.
'장화홍련(김지운 감독)' 이후 14년 만에 스릴러 장르로 돌아온 염정아(46)가 이끌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스릴 넘치는 공포 전반에 모성애가 깔려있다. 차갑고 도도한 인상이 강점이자 실제 엄마인 염정아에게 제격인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인정받은 연기력에 스산한 비주얼까지 염정아는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장산범'에 쏟아냈다.
연기를 하지 않을 땐 '동탄맘'이라 불리는데 더 익숙한 주부다. 개인시간보다 남편, 아이들을 위해 쏟는 시간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고(故) 김영애와의 이별은 이러한 마음에 더욱 불을 지폈다. 김영애 같은 배우로 오랜시간 사랑받는 것, 염정아의 진심어린 소망이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배우하기 잘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 "요즘 점점 더 느끼고 있다.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았을 땐 아내로, 엄마로 할 일이 있으니까 당연히 쉬어야 했다. 주부생활도 쉽지 않다.(웃음) 하지만 쉴 때도 나를 찾아주는 분들이 있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다른 엄마들을 보면 결혼이 경력 단절로 이어지고 다시 돌아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 아이들은 엄마따라 배우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나. "아직은 아니다. 엄마가 뭐하는 사람인지 알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모르는 것 같다. 엄마가 텔레비전에 나오면 반갑고 좋은 정도?(웃음) '엄마따라 배우 할거야!'라는 말은 한 번도 못 들어봤다."
- 연기·주부생활 말고 개인을 위한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운동하고…. 음…. 솔직히 나를 위한 시간을 많이 할애 하지는 않는다. 시간 있으면 인터넷 들어가서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기 바쁘다. 학년이 올라가니까 책도 많이 사게 되고 그렇더라."
-학부모 모임에도 자주 참석하는 편인가. "엄마들끼리 단톡방이 있는데 공지가 뜨면 바로 간다. 엄마니까 당연히 아이의 학교 생활이나 정보 등을 알고 싶다. 분위기는 좋다. 엄마들이 다들 좋아해 준다"
- 결혼 후, 혹은 나이가 들어갈 수록 스스로 느끼는 변화가 있다면.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행동이 느려진다. 내가 원래는 굉장히 말도 빠르고 몸도 빠르고 그랬다.(웃음)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 지나가면 또 못하는 역할이 생기니까."
- 여성 팬들이 더 많은 편이다. 원조 걸크러쉬 아닌가. "그런가? SNS 같은 것을 안 하니까 잘 모르겠다. 동탄에서 엄마들은 날 많이 좋아해 주고 응원해 준다. 생각해 보면 남자보다 여자 분들이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기는 하다." - 최근 JTBC '한끼줍쇼' '비정상회담', SBS '파티피플' 등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영화 홍보 차 나갔는데 재미있더라. 확실히 대중적이라고 느낀 것이 아이들이 기가 막히게 알고 관심을 보인다. 드라마나 영화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더 궁금해 하더라.(웃음)"
-강호동과 호흡이 잘 맞아 보이던데. "너무 귀엽지 않나. 그 체격에 자연에 관심 많고 감성적이더라. 귀엽다고 생각했다.(웃음) 예능은 볼 때마다 대단하다. 나야 일회성으로 출연하는 것이지만 예능인 분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에너지를 유지하고 그것을 매일, 매주 하는 것 아닌가. 촬영 시간도 엄청 길다. 감탄했다."
- 차기작 '도청'은 제작이 잠시 밀렸다. 그 외 차기작 계획은 어떤가. "일단 '도청'이다. (김)우빈 씨 건강이 빨리 회복되길 바랄 뿐이다. 소식을 듣고 너무 깜짝 놀랐다. 꼭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른 작품은 드라마·영화 모두 열어놓고 보고 있다.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
- 최근 소속사를 정우성이 대표로 있는 아티스트컴퍼니로 옮겼다.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배우들과 함께 작품 이야기를 하면서 공유한다는 것이 좋았다. '장산범'도 진심으로 많이 응원해 주고 있어 든든하다. 대표님부터 후배들까지 한 마음이다."
- 정우성과 이정재의 응원 방식이 다를 것 같은데. "두 분 다 격려를 많이 해준다. 크게 다른 점은 모르겠다. 만날 때 항상 같이 만나다 보니.(웃음) 오랜시간 친분을 유지하고 일도 같이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데 참 보기 좋고 멋있다."
- 소속사 식구들이 굉장히 늘었다. 후배들도 많지 않나. "김의성 선배는 후배들을 위해 시간을 따로 낼 정도다. 그 만큼 잘 챙겨준다. 근데 난 주부다 보니까 시간을 낼 틈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도 최근 여배우들만 모아서 회식을 했다. 궁금하더라. 여배우 중에서는 내가 대장이다. 무섭게 집합시킨 것은 아니고 '맛있는 것 먹으면서 이야기 좀 하자~'고 했다.(웃음)"
- 세대가 달라 느끼는 차이도 있던가. "아무래도 다르기는 다른데 그 차이점이 나는 그 나이 때 생각이 더 어렸던 것 같다. 지금 친구들은 나와 비슷한 것 같다. 말이 너무 잘 통한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나 직업에 대해서도 엄청 진지하다. 우리 때보다 경쟁이 심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 조심스럽지만 고(故) 김영애와의 이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염정아에게는 기댈 수 있는 선배였다. "굉장히 특별한 분이고 선배님들 중에서는 가장 가까웠다. 개인적으로 왕래도 많이 했다. 마지막 모습은…. 힘들어 하지 않고 편안하게 잘 가셨다. 투병으로 인해 고생을 많이 하셨지만 편안하게 떠나셨다. 솔직히 한 동안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선생님은 정말 좋은 배우셨고 작품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다. 그렇게 연기를 잘 하심에도 불구하고 늘 '나 연기 정말 잘하고 싶어'라는 말씀을 하셨다."
- 배우로서 새로운 목표가 있다면. "지금은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신뢰도 얻고 싶다. '저 배우가 생각한 것은 믿고 봐도 돼!'라고 생각되는 그런 배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 김영애 선생님처럼 오래 오래, 사랑받으면서 연기하고 싶다.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