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준은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에 현대에 지명받은 선수다. 그러나 아직 무명에 가깝다. 입단 후 1군 통산 성적이 12타수 1안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14년 한 해에 기록한 게 전부다. 프로 지명 후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2009년엔 육군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2015년에는 스프링캠프 경기 중 턱에 공을 맞고 수술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겨울 원 소속팀 넥센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야구 인생에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일종의 '사망 선고'였다.
하지만 남몰래 몸을 만들면서 기회를 기다렸고, SK와 인연이 닿았다. 입단 테스트를 거친 끝에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었다. 현재는 홈경기가 열릴 때 1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가능성을 점검받는 중이다. 2군 타격 성적은 타율 0.310(29타수 9안타). 화려하진 않지만 내실 있는 플레이를 한다는 평가다.
박경완 SK 배터리 코치는 "그동안 못 해봤던 운동을 많이 하고 있는데 잘 이겨내고 있다"며 "경기 운영은 이재원이나 이성우보다 떨어질 수도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선 뒤지지 않는 선수다. 태준이를 잘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1군에서 함께 훈련 중인데. "한 달이 조금 넘은 것 같다. 홈경기 때만 같이 훈련을 하고, 1군이 원정을 떠나면 2군에 합류해 운동을 한다."
-정확히 언제 넥센에서 방출된 건가. "지난해 10월 말이다. 그리고 SK 테스트를 받은 건 올해 3월이다. 실망이 큰 것보다는 슬펐다. 오래 정들었던 팀이다. 만날 출근을 한 내 직장이기도 했다 한순간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되니까 부모님께서도 상심이 크셨다."
-방출을 직감했나. "(박)동원이가 1군에서 자리를 잡았고, 주효상이 입단했을 때 팀에서 육성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느꼈다. 내가 못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생각은 했다. 방출된 뒤 다른 팀에 갈 수 있을지 모르니 준비를 했다. 하지만 연락이 안 와서 어느 정도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다. 다른 일을 하려고 알아보려는 시점에 뒤늦게 SK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은 전화를 받자마자 '감사하다'고 했을 텐데 난 '생각을 해봐도 되냐'고 물어봤다."
-이유는 뭔가. "야구에 대한 마음을 놓고 다른 걸 준비하려고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너무 아쉽지 않냐. 후회할 수 있다'고 조언해주셨다. 마음에 작은 미련이라도 있으면 쉽게 야구를 놓지 못할 것 같았다. 내가 해보고 싶은 야구를 한 번 더 하자는 생각이었다."
-방출 후 공백기 동안에는 뭘 했나. "안양 충훈고에서 몸을 만들면서 훈련을 했다. 넥센 2군이 화성에 있어서 안산에 살았는데, 안양이 거리상으로 가깝다. 추천해준 분도 계셨고, 거기서 운동을 하다가 SK 측의 연락을 받았다."
-넥센에선 큰 부상도 당했다. "2015년 대만 2군 스프링캠프 때 턱을 다쳤다. 대만팀과의 경기 중 주루플레이를 하다가 상대 2루수가 던진 공에 턱을 맞아 부러졌다. 재활 기간만 5~6개월 정도가 걸렸다." -육군으로 군 복무를 한 독특한 이력도 있는데. "현대 구단이 어려워지면서 선수들을 대거 군대로 보냈다. 그 안에 포함이 됐는데 뒤늦게 입대 내용을 전달받아서 경찰청이나 상무에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부모님께서도 당시 공익근무(현 사회복무요원)를 생각하지 말고, 군대에 빨리 가서 몸을 만들라고 하셨다. 어린 나이에 정신없이 입대했던 것 같다."
-어느 부대에 있었나. "강원도 화천에 있는 7사단 칠성부대다. GOP 근처에 있었다."
-군대에선 어떻게 운동을 했나. "거의 못했다. 다만 당시 대대장님이 해태팬이셨다. 간부들은 족구나 축구 등 운동을 좋아하지 않나. 일병을 달자마자 간부들이 야구팀을 창단해서 운영했는데, 시간이 되면 캐치볼을 하는 수준이었다."
-1군에서 못 뛴 건 실력 문제라고 판단하는 건가. "많이 부족했다. 긴장하는 성격은 아닌데 실력이 부족했다. 1군에 올라와선 대수비 위주로 경기를 뛰니까 플레잉 시간이 짧아 딱히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었다."
-현재 박경완 코치랑 함께 훈련 중인데. "불필요한 동작을 잘 잡아주신다. 훈련하면서 좋아지는 걸 느낀다. 무엇보다 재밌어 하는 부분이 생겨서 좋다."
-2군 타격 성적은 준수하다. "타수를 많이 소화하지 않았다. 느낌은 좋다. 다만 요즘 우천취소가 많아서 2군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다."
-SK에 왔을 때 부모님이 좋아하셨을 것 같다. "물론이다. 지난해 방출됐을 때 아버지께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셨다. '고등학교 때 어렵게 프로에 갔을 때 아버지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방출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진 기분이었다. 열심히 한 번 더 노력해서 아버지가 하늘을 나는 기분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항상 겸손하고 성실하게 하라'고 하셨다."
-고향이 광주니까 KIA 원정을 가면 좋아하시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계속 가족과 떨어져서 생활하고 있다. 1년에 광주에 갈 일이 2~3번 정도밖에 없었다. 명절 때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하루하루가 어떤가. "솔직히 힘들다. 날씨가 더울 땐 더 힘들더라. 하지만 여러 일을 겪어보니 힘들어도 인상을 찌푸릴 수 없다. 나도 모르게 웃음도 나오고, 훈련을 시켜주는 지도자가 있다는 것도 복이라고 생각한다. 힘이 나서 한 번 더 하고, 즐겁게 임할 수 있다.(웃음)"
-1군에 다시 올라가면 어떤 기분이 들까. "1군을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은 '꿈의 무대'라고 하지 않나. 나 역시 똑같은 생각이다. 야구를 즐기면서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