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바로 케이로스 감독을 광적으로 신봉하는 '이란 축구팬'들이다.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 한국-이란전을 앞두고 친위대가 출격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그들의 주 무대는 대한축구협회(KFA)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KFA 관계자는 "KFA SNS에 이란 축구팬들 메시지가 수천 개 달리고 있다. 그 중 대부분이 욕이다.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글 등 축구에 관련이 없는 내용도 있다"며 "이런 맹목적 비난에 안타까울 뿐이다. 상대 팀에 대한 최소한의 매너와 예의를 지켜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KFA SNS를 살펴보면 'SNS 테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도가 지나친 표현들이 많다. 종류도 다양하다. 욕설은 기본이고 인종 비하 발언도 있다. 199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6-2 승리를 기억하라'는 식상한 말도 포함돼 있다. 케이로스 감독을 찬양하는 문구와 함께 한국이 아닌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가고 싶다는 희망도 전했다.
여기에 케이로스 감독이 기름을 끼얹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29일 자신의 SNS에 이란 대표팀이 훈련을 가진 파주스타디움과 인천아시아드 보조경기장 잔디 상태 사진을 올리며 "어떤 상황이라도 우리는 최고의 플레이를 펼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마치 한국이 의도적으로 최악의 훈련 환경을 제공한 것처럼 '친위대'에 알린 꼴이 됐다.
물론 지난해 10월 한국의 이란 원정에서 그들이 어떻게 했고, 이번에 KFA가 최대한 배려를 한 상황은 절대 설명하지 않았다. 이후 이란 축구팬들은 SNS에서 더욱 공격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배려보다는 도발을 즐기며 상대 감독에게 '주먹감자'를 날리는 그들의 '수장'과 너무나 닮은 모습이다.
케이로스 감독은 어떻게 '신적인 존재'가 됐을까.
이란 축구팬들은 그라운드에 그가 등장할 때마다 기립박수를 치며 케이로스의 이름을 크게 외친다. 그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에 열렬하게 반응하며 지지를 보낸다.
케이로스 감독이 대표팀에서 일궈낸 업적이 팬들을 열광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2011년부터 6년 동안 장기 집권하고 있는 그는 이란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대표팀을 2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올려놨다. 2014 브라질월드컵 진출에 이어 러시아월드컵까지 이미 확정 지었다.
여기에 이란을 아시아 최강의 자리로 올려놨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란은 랭킹 24위로 아시아에서 몇 년 째 독보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아시아 2위는 일본(44위)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케이로스 감독의 '대중 선동형' 리더십이다.
케이로스 감독은 외부의 커다란 적을 만들어 내부의 결속력을 다진다. '공공의 적'을 향해 한 마음으로 공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 당시 '구자철 논란'을 제기한 것도, 이번에 잔디를 걸고 넘어진 것 역시 같은 이치다. SNS를 통해 여론몰이를 하는 것도 그의 장기다.
이는 구시대적 방식일 수 있지만 이란 축구팬들에게는 먹힐 수 있다.
이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란은 폐쇄적인 나라다. 언론의 자유,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다"며 "이란 국민들은 축구 등 스포츠를 제외하면 자유롭게 즐길 거리가 없다. 그래서 축구에 이토록 광적으로 달려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로스 감독이 이런 환경적 특수성을 치밀하게 활용하는 셈이다.
한국 축구팬들은 다르다.
일부 SNS를 통해 맞불을 놓는 팬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수많은 팬들이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한국 축구팬의 힘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핵심은 이란을 압도할 수 있는 상암의 '붉은 물결'이다.
이미 이란전 입장권이 5만4000장 판매됐다. KFA는 2013년 10월 6만5000명이 입장했던 브라질과 친선전 이후 4년 만에 6만 관중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축구팬의 상징 '붉은악마'는 경기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8시부터 대대적인 응원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양팀 선수들이 워밍업을 하는 시간부터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다.
신태용(47) 대표팀 감독은 "경기력적인 부분은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 붉은 옷을 입고 경기장을 가득 채워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