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발전하면서 다분화하고 있다. 방송 종사자들도 속속들이 해당 직업의 특성과 업무 분담에 대해 상세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로 연예계에서 7년째 밥벌이를 하고 있는 기자 역시 다양한 방송 관련 직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직접 나섰다.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베테랑을 만나 해당 직업의 특성과 에피소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짜'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마련한 코너. 방송이 궁금한 이들이여, '방궁너'로 모여라.
'방궁너'의 네 번째 주인공은 현재 드라마 캐스팅 디렉터로 활동 중인 정치인이다. 2005년 1월부터 캐스팅 디렉터로 방송가를 달리고 있는 그는 올해 6살이 된 딸이 있는 '딸바보'라고 소개했다.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연기에 대한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은 '쌈마이웨이' '구르미 그린 달빛' '육룡이 나르샤' '굿와이프' '추리의 여왕' '학교 2017' 등과 방송을 앞둔 '당신이 잠든 사이' '사랑의 온도' 등의 캐스팅 디렉터로 활약했다. 드라마 캐스팅 디렉터 세계에선 배우를 관찰하는 '눈'이 가장 중요한 키였다.
1편에 이어..
-이 직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나만 알았던 배우를 발굴해 사람들이 좋아해 줄 때가 너무 좋다. 이번에 '사랑의 온도' 주연으로 합류한 양세종은 본 순간 그 친구의 매력에 반했다. 그래서 작년 '구르미 그린 달빛' 작업할 때 추천했다. 일정상 문제가 생겨서 드라마에 합류하진 못했지만, '낭만닥터 김사부'엔 함께하게 됐다. 괜찮은 친구가 없냐는 감독님 말에 추천했는데 만난 지 30분 만에 출연이 확정됐다."
-양세종 외에 또 기억에 남는 사람은 없나. "연극판에서 드라마 한 번 안해보다가 한 분을 보면 너무 좋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정은 선배님이다. 영화 '변호인'에서 짧게 나오는 걸 보고 너무 인상 깊어서 찾아봤는데 뮤지컬 '빨래' 초창기 멤버였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다가 '고교처세왕'이란 드라마 할 때 엄마 역할로 딱 맞을 것 같았다. 괜찮을 것 같아서 캐스팅하고 현장에 갔는데 감독님과 모르는 사이니 살짝 불안했다. 내가 봤던 눈과 감독님이 봤던 눈이 다르면 판단 미스가 될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첫 촬영 날 갔는데 감독님이 너무 좋아하시더라. 2회밖에 안 나오는 건데 작가님한테 말해서 분량이 늘었고 다음 작품도 같이 하게 됐다. 그게 바로 '오 나의 귀신님'이었다.(웃음) 이럴 때 진정한 보람이 느껴진다."
-잊지 못할 작품의 배역을 꼽는다면. "'굿와이프'의 유재명 선배님이 생각난다. 이정효 감독님과 같이 작품을 준비했는데 에피소드가 몇 개 나오니까 원작 보라고 하더라. 보고 나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원작을 안 봤다. 근데 감독님이 원작에서 실제 그 병을 앓았던 배우가 연기해서 화제가 된 편이 있는데 어떤 배우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하더라. 그래서 원작을 봤다. 그 병을 앓아봤기에 정말 리얼했다. 그런 와중에 유재명 선배님이 대본을 보고 출연하고 싶다는 연락을 먼저 했다. 수소문해보니 연극에서 이런 역할을 한 경험이 있더라. 현장에서 연기도 정말 리얼하게 잘 해냈다. 감독님이 연기를 보고 소름이 너무 돋아서 손잡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흐뭇했던 순간이다."
-캐스팅하는 과정이 어렵진 않나. "캐스팅이 어려운 건 없다. 결국 누군가는 한다. 그 누군가가 얼마만큼 잘 할 수 있는 배우인가 그게 중요한 것이다. 작품을 건넨 후 '죄송하다'면서 거절하는 데 정말 괜찮다.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하게 될 테니 말이다. 나보다도 감정 소비가 많은 건 감독님과 작가님이다. 그 배우를 생각하고 그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니 말이다."
-캐스팅 디렉터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10년 넘게 직종에 종사해보니 아무래도 오디션을 보거나 미팅할 때 현장에서 상대역 대본을 배우와 맞출 정도의 연기를 할 수 있는 장점이 크게 와닿았다. 연기에 관한 지식이 필요로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와 영화, 연극을 사랑해야 한다. 준비됐다면 영화사나 연예기획사에 소속되어 일하거나 프리랜서 디렉터의 밑에서 일하면서 경력을 쌓아 훗날 프리랜서 캐스팅 디렉터로 활동이 가능하다."
-꿈꾸던 현실과 직접 경험한 현실의 차이는. "애초 시작할 때는 뭔지 모르고 시작했다. 캐스팅 디렉터가 뭔지는 알지만 2005년만 해도 단역 캐스팅밖에 할 일이 없었다. 주, 조연을 감독님과 작가님이 캐스팅했던 시절이다. 단역 캐스팅하던 시절 만난 조연출 감독님들과 인연이 되어 입봉작을 할 때 연락을 주고받으며 신뢰가 생겨 함께 작업하게 됐다. 그렇게 상호 협력 관계가 되면서 자리를 잡았다."
-가끔 반대의 벽에 부딪히지 않나. "믿어주면 더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100%는 아니지만 90% 이상 신뢰해준다. '이 배우가 좋습니다' 혹은 '이 배우가 맞을 것 같습니다'라고 하면 대부분 그렇게 하자고 한다. 근데 가끔 반대의 벽이 있을 때가 있다. '쌈마이웨이' 박서준의 경우 전작이 잘 안 됐었다. 그러다 보니 주위에서 '쟤는 안 된다'는 반응이 있었다. 배우가 연기를 잘하니 잘 될 거라고 믿었다. 회를 거듭하면서 박서준, 김지원에 대한 호감 지수가 올라가는 걸 보니 정말 뿌듯했다.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